"한민족은 대개 반만년 역사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왕조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고조선, 신라, 고려, 조선. 이게 무슨 말이냐. 그만큼 한 왕조가 오랜 시간 이어졌다는 뜻이다. 신라는 1,000년, 조선은 600년이다. 국가도 생물이고 유기체다. 전체가 관리가 잘 되고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국가도 오래갈 수 있다.
 그렇다면 한민족의 왕조가 오랫동안 잘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신이다. 그것이 고조선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홍익인간' 정신이고, 이는 곧 '선비 정신'이다. 지난 반만년 한민족을 지나 앞으로 한민족의 천 년을 이끌 철학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학자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14일 한민족원로회의 제2차 한민족미래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도, 앞으로의 시대를 열어갈 열쇠도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이라는 것이다.

▲ 한민족원로회가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제2차 한민족미래포럼에는 한국 정치 경제 언론 등을 대표하는 원로 100여 인이 참석했다.

 한민족원로회(공동의장 이수성, 김동길)는 이날 저녁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 시대 홍익철학의 필요성’을 주제로 제2차 한민족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원로회 운영위원장인 장준봉 전 경향신문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론분열과 대립, 빈부의 심한 격차, 세대 간의 양극화와 통일문제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태산 같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라고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우리 원로들이 미래포럼을 발족하고 나서게 되었다"며 "한민족원로회는 미래포럼과 학술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전국적인 '역사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한민국의 인재를 양성하는 등 국가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신바람(흥)과 홍익의 선비정신'을 제목으로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영우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선비'를 새로운 관점으로 주목했다. 도포를 입고 점잖게 앉아 책상 위 서책을 보며 유학을 공부하는 이가 선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선비란 어떤 사람을 뜻하는 것일까.

▲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제2차 한민족미래포럼 주제발표자로 나서 '신바람(흥)과 홍익의 선비정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선비'라고 하면 학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나는 이 선비를 큰 개념에서 본다. 문무(文武)를 두루 겸비한 자, 홍익인간이 선비다.
 최초의 선비는 당시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제사장, 단군이다. <삼국사기>를 보면 최초의 선비는 '단군'이라고 나온다. 단군을 '선인(仙人)'이라 하는데, 신선 선, 사람 인이다. 이를 순수한 우리말로 풀어내면 그것이 바로 '선비'다. 고구려에서는 선비를 '조의선인'이라 했고 신라에서는 '선랑(화랑)'이라 불렀다. 조선조에 선비는 유학자를 일컫는 명칭이 되었다."

 즉, 선비는 하늘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무당의 기질, 몸과 힘을 쓰는 무인의 기질, 그리고 학문을 하는 학자의 기질을 모두 가진 존재였다. 이러한 기질은 고스란히 우리의 DNA에 남았다. 한 교수는 근대, 현대를 거치면서 서양 교육까지 받은 오늘날의 한국인은 무불유(巫佛儒)에 서양까지 융합된 존재라고 보았다.

 이러한 기질은 대대손손 '홍익'으로 대표되어 한민족을 대표하게 되었다. 높은 도덕 수준과 공익정신, 학구열, 그리고 높은 문화수준을 가진 한민족을 일찍이 공자(孔子)는 "군자가 사는 동이(동이족, 고조선)의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한 기록이 <논어>에 전한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라는 것 역시 단순히 예의범절이 바르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예의'는 좁은 의미의 에티켓이 아니라 문명 그 자체를 뜻한다. 즉, 한민족은 동방의 문명국으로 중국이 이를 매우 높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선비정신으로 이어졌다. 조선왕조에서는 홍익의 선비정신으로 통치한 왕들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한민족은 철인(哲人), 즉 깨달은 사람이 정치를 한 민족이었다."

 한 교수는 '선비'라 하여 고루한 옛것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새로운 천 년 이상을 갈 한민족의 위대한 정신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광린 아시아평화연구소장

 이어서 김광린 아시아평화연구소장(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평화학과 교수)은 '21세기 홍익사회 구현의 필요성'에 대하여 발제하였다. 김 소장은 "대한민국은 10위권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정작 국민들 다수가 행복하지 않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홍익정치, 홍익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한민족은 일찍이 단군조선 시대에 홍익인간 정신으로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의 조화를 이룬 진정한 복지대도의 역사를 이뤘던 민족"이라며 "대한민국은 구성원 모두가 상생하며 자기완성을 이루는 홍익민주주의와 홍익경제를 일궈낼 때 인류사회를 선도하는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족원로회의 제3차 한민족미래포럼은 해를 바꾸어 2014년 1월 9일 저녁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다. '바른 국가관 정립과 한민족의 정체성'을 주제로 김형효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와 김동환 국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발제한다.

  지난 7월 23일 창립총회를 연 한민족원로회는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위원장과 故 이광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공동의장을 맡았다. 원로회는 정치, 경제, 교육, 법조, 언론, 문화 등 각 분야 100여 명의 원로들로 구성되어 있다. 매 홀수 달에 한민족미래포럼을 개최하며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동서남북의 분열과 대립, 빈부, 노소, 정파 간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 위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정책제안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