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를 기리는 날이다. 그러나 삼일절과 광복절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날이다. 공휴일이 아니고 행사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기념식을 취재하면 순국선열의 후손들과 관계자들만으로 채워진다는 점이다. 대부분 머리가 하얀 노인들이다. 일부 동원한 초등학생을 제외하고는 청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11일 빼빼로 데이(day)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가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지만 주최와 주관 단체 회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물신주의에 빠진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인가. 역사에 무관심한 대중에게 있는가.

대일항쟁기 독립운동을 펼친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 애국지사는 당시 1020세대였다. 그러나 애국지사의 후손은 현재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다. 이들마저 세상을 떠난다면 기념식은 공무원 행사로 전락할지 모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독립운동 관련 행사가 젊어지고 대중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월 3일 개천절은 4천 년 전의 기념일이다. 1990년까지 정부에서 기념식을 치르고 일부 종교에서 천제를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개천절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가 된 것은 국학원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행사를 치렀다는 데 있다. 이제는 삼일절과 광복절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태극기몹’을 통해 홍익정신을 전하고 있다. 주요 매스컴에 소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순국선열의 날은 1905년 11월 17일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외교권을 빼앗긴 부끄러운 날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지정했다. 이러한 민족정신은 분명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국가보훈처, 독립기념관, 광복회 등도 새 시대에 맞게 기념행사를 치르도록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