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은 경북 안동시 운안동 마무골에 방치되어온 하나의 비석에서 시작된다. 선조들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 비석의 나이는 적어도 6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본래 자리가 있었을 텐데 큰비가 오거나 홍수가 나면서 이리저리 골짜기 곳곳을 굴러다녔던 '돌'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을 찾아 제 가치를 찾아준 것은 바로 안동국학원 최수민 원장이었다.

 "천부경으로 박사논문을 쓰신 이동수 안동국학원 고문이 지난해 말 '안동에는 한민족의 시원, 마고와 관련된 유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 길로 인터넷을 수소문한 끝에 이 비석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마고동천(麻姑洞天)' 비석이었다."

▲ '마고동천(麻姑洞天)' 비석(좌)과 그 해설이 담긴 비문

 '마고동천'이란 무엇일까. 그에 앞서 '마고(麻姑)'에 대해 먼저 알고 가야 할 것이다. 마고는 5세기 초 신라의 학자 박제상이 지은 <부도지>에 기록된 '마고성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류의 시원, 지구의 어머니를 뜻한다. 지구의 어머니인 마고로부터 한민족의 시조가 되는 황궁씨, 유인씨, 환인으로 한민족의 계보가 이어진다. 여기에 '동천(洞天)'이란, 하늘과 통한다는 뜻을 가진 '통천(通天)'이 변형된 것이라는 해석과 하늘을 이고 하늘과 통하면서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해석이 있다.

 즉, 마고동천이란 한민족 상고사 속 인류의 어머니인 '마고'는 하늘과 통하는 존재이고 이 비석이 세워진 마무골은 마고 어머니를 통해 하늘과 통하는 마을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그 길로 이 비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안동시의회 손광영 의원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이나 중국은) 없는 역사도 만들어서 제 것으로 삼는데 우리는 있는 역사도 못 지키고 있지 않나. '마고동천' 비석을 통해 인류 시원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그 참 의미를 찾아야 한다."

 손 의원이 두 팔 걷고 나서자 오래전부터 국학 활동에 뜻에 공감해온 이재갑 의원도 함께했다. 지역사업 차원에서 마고동천 비석을 바르게 세우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안동시에서는 마고동천 비석을 세울 터를 잡아주었고 비석의 의미에 대해서는 국학원이 역사적 유래와 의미에 대해 내용을 제공했다. 2012년 12월 31일 마무골 들어서는 곳에 마련된 작은 공원에 '마고동천' 비석과 비문이 세워졌다.

▲ 마고동천 비석과 마고정이 세워진 곳에 전국에서 19번째 천부경비 제막식이 지난 8월 15일 안동시 운안동 마무골에서 열렸다.

 안동국학원과 경북국학원이 주축이 되어 안동시의회와 안동시, 마무골 주민들까지 모두가 마음을 내어 비석의 제자리와 제 가치를 찾아주었지만 무엇인가 부족했다. 최 원장은 '한민족의 역사를 진짜 제대로 알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계속 고민했고 답을 찾았다. 바로 '천부경(天符經)'이었다.

 "인류의 시원을 말하는 '마고'에 대한 비석은 찾았다. 하지만 한민족의 역사를 정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민족의 철학과 정신이 담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천부경'이었다. 우주와 삶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긴 천부경비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천부경비가 자리한 바닥공사는 안동시 평화동에서 진행했다. 여기에 안동국학원과 경북국학원, 마무골 주민은 물론 전국에서 십시일반 소액기부가 이뤄졌다. 지난 8월 15일에는 마고동천 비석과 '마고정'이라는 이름을 딴 정자가 있는 마무골 작은 공원에 전국에서 19번째 천부경비가 세워졌다. 기부운동을 진두지휘한 경북국학운동시민연합 유갑섭 회장은 이날의 소회를 밝혔다.

▲ 유갑섭 경북국학운동시민연합회장 [사진=김민경 희망기자]

 "우리 얼과 정신, 혼이 이 땅이 도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막식 때 인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참아야 할 만큼 가슴이 벅찼다. 천부경비는 동장이 바뀌고 통장이 바뀌어도 유지와 보수가 이뤄지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모두 마련해두었다. 천부경비 뒤에는 마을주민들을 비롯해 기부자들의 이름을 모두 새겨넣었다. 우리 모두가 이 천부경비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600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마고동천' 비석과 옆에 자리에 '마고정' 정자, 그리고 '천부경비'까지. 이로써 모든 것이 완료되었다고 판단하지 마시라. 안동시와 경북국학원은 이 일대 지역을 통해 '마고 국학 투어'를 기획하고 있다. 경북국학원 박혜숙 사무처장은 이를 '마고프로젝트'라고 불렀다.

 "지역벽화사업을 위해 책정된 사업비로 마무골 일대에 '마고'를 주제로 한 다양한 벽화를 조성하기로 했다. 마고동천 비석과 천부경비로 시작해 인류의 시원이자 한민족의 시원인 마고 어머니의 스토리를 벽화로 만남으로써 민족에 대한 자긍심과 유구한 철학과 역사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사진왼쪽부터) 황정집 안동국학원 사무처장, 박혜숙 경북국학원 사무처장, 최수민 안동국학원장 [사진=김민경 희망기자]

 마을에 굴러다니던 하나의 비석이 마을 전체를 바꾸는 프로젝트로 확대되기까지 안동시의회 손광영 의원과 이재갑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두 의원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황정집 안동국학원 사무처장은 '국학 활동가들의 마음'이 두 의원을 움직인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안동국학원이 개원한 것은 2008년이지만, 국학활동의 역사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른 역사를 통해 민족의 얼과 혼을 알리고자 하는 국학원 활동가들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이번 마고 프로젝트도 이렇게 진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천부경비 제막식에 참석한 거의 모든 분들이 국학원의 민족혼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다. 후원을 넘어 국학 활동에 동참해주신다는 것이다."

 마고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될 벽화 작업은 오는 10월 완료를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무골에는 '마고카페'도 자리하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천부경비와 마고동천 비석을 본 뒤 마을 일대에 그려질 마고 벽화를 통해 인류와 민족의 시원을 생각해보고 또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는 뜻깊은 여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어 '마고 국학 투어'가 시작될 안동을 다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