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천부경비 제막식을 한다는  전화를  14일 받고서 잠시 망설였다.  내 차가 노후되어 장거리를 가기에 부담이 되었고, 논문(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사과정)의 구상과 이를 한창 작성을 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볼 때 행사 참석이 무리라 싶어 참가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하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논문 작성이 우선인가? 아니면 천부경 제막식 행사참석이 우선인가?

 모든 학문의 정점에는 천부경이 있다. 그리고 모든 학문과 논문도 역시 천부경에서 비롯되어 나온다. 그런데 나는 논문작성이 바쁘다는 이유로 천부경제막식 행사참석을 생략하려고 했다. 이거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고, 혹시 나는 빈껍데기의 논문을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허전함이 느껴진다.

 내가 혹시 진리의 달을 묘사하려는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고, 실체를 빼놓고 진리의 흔적과 그림자만을 가지고 논문을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다시 행사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리고 시내에 가서 타이어를 모두 교체하였다. 헌데 이번에는 타이어가 문제가 아니고 바퀴 지지대 쪽이 헐겁다고 한다. 더욱 더 갈등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엄홍길 산악인이 히말라야를 등반할 때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욕심내어서 정상정복을 무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무리한 진행은 사고를 부른다. 우리의 생활도 이와 같을 것이다. 차량 이동을  포기하고 기차 편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천부경비 제막식 행사를 참여하고 다녀오자, 지금은 참으로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개가 일상생활에 쫓기고 있다. 하지만, 천부경의 중요성을 체험하면서 알고 있다면, 천부경행사에는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와 '도고일척(道高一尺) 마고일척(魔高一尺)'이라는 격언에서 보듯이, 좋은 일에는 더욱 더 어려움이 많아지고 복잡하게 쫓아오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이겨내는 것이 항마(降魔) 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다운 논문이란, 천부경을 중심으로 한 깨달음이 우선이고, 체험이 우선이고, 실천이 우선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천부경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모르던 내용들을 속속 알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천부의 기운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논문을 제대로 쓰기 위한 비법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 안동에서 열린 19번째 천부경비 제막식에 다녀왔다. '마고동천'이라는 비석이 발견되면서 천부경비까지 세워진 안동을 다녀오니 그동안 마음에 의심을 품고 있던, '마고'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생각났다. '마고'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

 아기가 맨 처음 태어났을 때, 어느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엄마를 부른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고, 수 십억 년을 이어오면서 낳아주신, 생명의 원초적이고, 위대한 근원적 존재인, 생명의 창조주로서의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인 것이다. 수 십억 년을 이어온 생명창조 근원적 존재인 생명창조주를 잊지 않고 부르는 외침이고, 생명창조의 뿌리를 찾는 본능적 외침이 바로 '엄마'이다.

 '엄마'라는 단어는 누가 만들어낸 단어이거나 소리가 아니다. '엄마'라는 소리는 태고적 생명의 원천을 부르는 원초적 본능적 소리이므로 생명진리소리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아기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태어나서 맨 처음 부르는 소리가 바로 '엄마'이다.

 생명진리의 원음인 '엄마'의 해석은 무엇인가? '엄마'에서 핵심주어는 '마'이다. 이것은 다음처럼 간단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어에서 어머니를 '마마(mama)'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면 어째서 '마'를 반복하는가? '마'가 핵심주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에 붙인 '엄'이란, '마'의 위대하고 엄숙하고 숭고함을 나타내기 위한 접두사 이다.

 왼쪽 비문에서 보듯이, '麻姑(마고)'라는 단어의 '麻(마)'는 아기들이 태어나서 맨 처음 부르는 '엄마' 소리의 '마'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마(麻)'는 모든 인간의 생명을 낳아주신 우주생명창조의 원초적 근원존재를 표현하기 위한, 한자의 음차어로 볼 수 있다.

 '고(姑)'란, '녀(女)'와 '고(古)'의 합성어가 된다. 이는 끝없이 오래되고 높은 분으로서,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를 반복하는 근원적, 최고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동천(洞天)'이란, 이상향의 동네라는 뜻이며, 하늘을 이고 살면서 하늘과 통하는 동네이라는 뜻이다.

 이번 자타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라고 부르는 안동시의 '마고동천'의 천부경비 제막행사에서 나는 그동안 의문으로 가지고 있던 '마고'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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