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이 고조선을 실존의 역사로 인정해 고대전시실을 전격 개편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21일 김지성 나라사랑연구소장(전북국학원 상임고문)은 국학 활동가와 전주박물관 고조선실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1주일 전만 하더라도 청동기시대로 표기되어 있었다. 한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은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었던 것. 이를 바로 잡은 사람은 김 소장이다.

그는 지난달 7일 코리안스피릿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조선실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뛴 이야기를 전했다.(“우리 민족이 미개인입니까?” 발로 뛰며 찾은 고조선 기사 바로가기 클릭 )

김 소장은 "국립전주박물관의 고조선 부활은 전 국민의 나라사랑과 공동체의식을 일깨워줄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기고문을 보냈다.

[특별기고]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이 부활하다                                                

 

▲ 김지성 나라사랑연구소장

국립전주박물관이 고조선을 실존의 역사로 인정해 고대전시실을 전격 개편했다. 이미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은 한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정치체로 인정해 별도로 고조선실을 개관하여 국민에게 선보여 왔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국립전주박물관의 이번 조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실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방 후 격동기의 대한민국은 국가체제를 정비하느라 상고사에 관한 연구가 미진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도 고조선이 최초의 국가인지 실증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다소 안정되어 가면서 한반도, 만주에서 고조선 유물이 잇달아 발견되고 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척됐다. 더 이상 고조선을 신화 속 전설의 나라가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연대표 시정을 비롯하여 2007년 국사교과서 개정, 2009년도 국립중앙박물관 고조선실 개관으로 이어지며 고조선 역사가 복원됐다. 이는 국민의 역사적 자긍심과 정체성을 고취하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

고조선이 일제의 왜곡으로 100년 동안 묻혀 온 점은 통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한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럴 감상에 젖을 여유는 없다.
 
세계 여느 민족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의 건국도 비현실적인 신화로 전해져 내려온다. 곰이 사람으로 변해 환웅과 혼인해 단군을 낳는다. 그 단군이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하였다는 이야기다.

언뜻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꾸며낸 이야기 같다. 그러나 이러한 오해는 당시 고대 사회 문화의 인식 부족에서 온 것이다.

신라의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얘기 역시 황당한 신화이지만 ‘신라’ 라는 나라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조선도 이런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 일연 스님의 단군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니라 엄연히 실존의 역사다.

고대사회는 문자기록 중심시대가 아니었다. 백성이 민족의 정체성을 쉽게 알고 후대에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도록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한 것이다. 앞에 이야기했듯이 한반도와 만주에서 비파형 동검, 고인돌 등 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는 등 고고학적으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는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신화가 단군 이야기 말고도 많이 전해져온다. 고구려 건국신화 고주몽을 비롯하여 흥부전, 심청전 등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백성을 교화하려는 선조들의 혜안에 입을 다물 수가 없을 정도다. 

한민족의 역사는 크게 영광사와 수난사로 구분할 수 있다.

영원한 제국을 꿈꾸는 로마도 900여 년에 그친 것에 비하면 고조선 2096년의 역사는 기네스북에 오를만하다. 그 광활한 영토를 태평성대로 존속한 고조선은 당시 동북아 최고의 절대 강자였다. 이것이 영광사다. 그러나 민족이 분열되기 시작한 삼국시대 이후는 수난사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세대를 비롯해 아이들 세대까지 국사교과서를 보면 주로 수난사만을 중점적으로 배웠다. '백의민족으로 착하기는 하나 천 번 넘게 침략만 받아온 무능한 조상' 이라는 정보가 우리의 무의식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 왜곡된 역사정보로 인한 피해의식은 아이들이 어른을 공경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물질문명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극화와 각종 사회병리 현상인 이념갈등, 빈부갈등, 노사갈등, 청소년문제, 행복지수 꼴찌 등의 원인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나는 감히 진단한다.

삼국시대 이후 역사를 볼 때 우리 민족의 지배층인 왕실과 귀족들은 외래문화를 지배문화로 받아들여 왕권 강화에 이용하였다. 신라와 고려가 불교를 들이면서 왕족의 권위를 세운 것이 그것이다.

▲ 국립전주박물관 고조선실 설명글(제공=나라사랑연구소)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는 최치원(崔致遠, 857 ~ ?)이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에서 언급한 선도문화(仙道文化)다. (편집자 주 : 서문에는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고 한다. 設敎之源 備詳仙史 그 가르침을 베푼 근원은 이미 선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외국에서 불교문화가 들어오면서 자연히 서민문화로 밀려났다. 또한 조선이 유교를 도입하자 고려 때 지배문화인 불교가 밀려나고 그다음으로 우리 선도문화는 더욱 밀려나게 됐다.

외래문화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세련된 것으로 여기고 이를 왕권강화에 이용했던 것이다. 근대에는 서양의 종교문화가 들어온다. 유교와 불교에 이어 우리 문화는 이제 잘 보이지도 않는 문화로까지 밀려나 버렸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를 천대하고 우리 문화를 영위하는 사람은 미신이나 믿는 저급한 문화로 전락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외래문화의 한계를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잊혀졌던 우리문화가 복원되는 등 기지개를 켜는 양상이다. 고조선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고조선이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고조선을 왜 그리도 그리워할까? 고조선이 자동차도, 컴퓨터도,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에 그 넓은 영토를 무려 2,000여 년간 태평성대하게 다스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홍익인간의 건국이념 덕분이다.

“너와 내가 하늘의 자손인 천손민족이고 하늘의 뜻에 따라 서로를 하늘같이 여기며 이롭게 하라”는 단군왕검의 홍익철학이 백성들을 이롭게 하였으니 공간의 제약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먼 훗날 동학의 인내천 사상으로 우리 홍익사상이 부활한 것을 보면 시간의 제약 또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이스라엘의 선민사상, 중국의 중화사상, 일본의 천황사상 등 그 민족의 중심철학을 국학(國學)이라고 한다. 고조선은 당시 한민족의 중심철학, 국학이 바로 섰던 나라였다. 고조선 사회는 세금을 1/20을 징수해 1/5를 징수한 중국과 달랐다. 어느 나라 백성이 살기 좋았을까는 두 번 묻지는 않겠다.

중국 자금성, 만리장성을 보라. 그 웅장한 건축물에 비해 우리 궁궐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왕실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백성을 착취한 중국에 비하면 우리 왕실은 백성을 이롭게 하는 데 역점을 둔 문화였던 것이다.

대문을 닫지 않아도 도둑이 없었으며 공자는 군자의 나라 동이에서 살고 싶다고까지 한 수준 높은 정신문화의 나라였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 중심철학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아직’이란 말이 아직도 유용하다. 서로 중심이 되겠다고 국회에서 싸우는 정치권, 내 진리만이 옳다는 종교계, 나와 내 가정, 내가 속한 지역, 집단만 잘되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는 이 나라의 중심철학을 잃어버렸다는 반증이다.

이런 우리의 고유문화인 국학, 즉 중심철학을 되살리기 위해 최근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많은 양심적인 고대사학계 교수진들이 우리의 전통문화 복원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설립한 사단법인 국학원도 바로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진 시민단체이다. 

▲ 지난 21일 김지성 나라사랑연구소장이 국학활동가와 전주박물관을 방문했다.(제공=나라사랑연구소)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지구촌은 양극화와 물질문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2,000년 만에 고조선이 부활하고 있다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넘어 인류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홍익인간 정신을 지구인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왜 그토록 간절하게 문화의 나라, 단군의 이상인 홍익문화를 설파하셨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수많은 사상과 종교, 인종이 혼재되어 있어도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 그 이면에는 서로 인정하고 포용할 수 있는 홍익사상이 우리의 DNA에 면면히 살아 숨 쉬고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정신문명의 시대, 그것이 홍익사상임을 나는 한 치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전주박물관의 고조선 부활은 우리 도민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나라사랑과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줄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리=윤관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