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체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유체이탈 경험은 잠을 자거나,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난다. 하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죽음이 찾아온 아득한 순간에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환자는 마취상태로 수술을 받는 동안에 의사들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본 자신의 수술 장면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의 임사체험과 신체이탈 체험, 영적 경험을 뇌과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세계적인 신경학자이자 미국 켄터키 대학교의 신경과 교수인 케빈 넬슨(Kevin Nelson)의 『뇌의 가장 깊숙한 곳』(원제: The Spiritual Doorway in the Brain)은 30년 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임사체험이나 영적 경험을 할 때의 뇌 작용을 파헤친 뇌과학책이다.

넬슨 교수는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뇌간와 대뇌피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영역인 변연계를 주목하고는, 이 둘이 어떻게 함께 작용해서 영적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다양한 사례 연구와 뇌 스캔 분석을 토대로 설명했다.

그러면 영적 경험을 할 때 뇌에서 어떤 물리적인 과정이 일어날까? 저자는 의학적 위기에 빠지거나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 우리는 렘 마비(수면의 빠른 안구운동 단계. 이때 눈을 제외하고 몸은 마비된다)에 빠지고, 시각 시스템이 자극되어 빛이 나타나며, 뇌에서는 꿈꾸기 기능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전두엽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색하는 쪽에 사로잡혔다면, 이 책의 저자인 케빈 넬슨 교수는 더 원시적이고, 더 오래된 뇌를 들여다보았다. 뇌간은 호흡하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자,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싸울지 아니면 도망갈지를 통제하는 곳이다. 잠잘지, 깨어 있을지를 조절하는 신경 중추들도 뇌간에 있다. 변연계는 뇌에서 느낌과 감정을 만들어내는 부위이자, 감정에 대한 내장 반응(심장박동수 상승, 발한)을 일으키는 곳이다.

이 책은 생명에 위협을 느꼈을 때 전면에 나서는 뇌 부위의 복잡 미묘한 작동 방식을 탐색하면서 인간의 뇌에 내재한 영적 충동과 생명 유지를 가장 중요시하는 뇌의 맨얼굴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원시적인 뇌간과 변연계가 영적 경험의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출처라고 믿지 않는다며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영성과 뇌를 다루는 분야는 이제 막 생겨나는 중이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힘으로 영적인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이며 또한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