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성동 131번지 2층 서울국학원.

 왼쪽에는 인왕산과 사직단, 오른쪽에는 경복궁과 청와대, 뒤쪽에는 북악산, 앞쪽으로는 정부종합청사가 자리하고 있다. 종로에는 과거와 현재가 오롯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며 온갖 철학과 문화, 종교가 정착해 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의 얼을 느낄 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이는 서울시민들을 만나도 비슷하다.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이거늘 막상 이곳에 사는 1,000만 서울시민들에게서 서울에 대한 자긍심이나 자부심을 찾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얼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서울국학원이 지난 6월 강남구 신사동에서 이곳 종로구 창성동으로 이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없는 자긍심도 만드는 마당에 있는 자긍심마저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서울에 민족의 '얼'을 불어넣어 보자는 것이다. '대한민국 서울'하면 떠오르는 철학과 문화, 역사의 중심지를 만들겠다는 큰 비전을 안고 서울국학원은 오늘도 신바람 나게 달린다.

 

 서울국학원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신문 기사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서울시가 88올림픽을 앞둔 1985년 사직공원 내에 국조 단군성전을 신축하려 하자 일부 기독교 단체가 극렬히 반대했고 결국 모든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에 국학원의 설립자인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은 사재를 털어 1987년 8월 25일 안호상 박사 등 민족 원로들과 함께 서울에서 '민족정신광복운동본부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국학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국학원보다는 국학원의 이름으로 참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매년 삼일절과 광복절, 개천절에는 대국민 축제를 열어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민족의 역사를 느끼고 또 체험하는 행사를 개최해왔다. 또한 우리 민족 고유의 선도 수련법을 '국학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공원과 주민센터, 노인정 등에서 지도하며 서울시민들의 건강관리에도 힘써왔다. 매년 8월에는 전국을 릴레이로 달리는 '바른 역사 정립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전국달리기'도 진행하고 있다.

▲ 지난 2010년 5월 서울 중구 구민회관에서 개최된 '한민족 리더십 세미나' [제공=서울국학원]

 본격적으로 '서울국학원'의 이름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충남 천안에 국학원 본원이 개원한 뒤인 2005년부터이다. 서울국학원은 2005년 11월 서울 용산에 자리한 국립박물관의 연대표 오류 시정을 촉구하는 운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했다. 이듬해에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규탄하는 대국민 운동을 시작해 탑골공원에서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며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7년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국학원의 열정적인 문제 제기와 대국민 서명운동으로 역사교과서에 고조선이 정식 역사로 복원되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이후에도 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홍익식당 '단군나라' 1호점의 문을 열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한편, '한민족 리더십 세미나'를 개최해 서울시민 2,000여 명에게 민족의 얼과 자긍심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성배경 국학원 이사장이 서울국학원장으로 취임했다. 그해 개천절에는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10만 명이 모여 민족의 생일인 개천절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역사 연대표, 동북공정, 국경일 등을 온 국민의 관심사, 온 국민의 축제로 만드는 데 앞장서온 서울국학원은 2012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 새로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얼 찾기 운동'이다. 서울국학원 이미영 운영이사는 "사회문제가 이렇게나 심각한데 대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원래 서울국학원이 하던 일에 '얼 찾기 운동'이라는 큰 제목을 붙인 것"이라고 했다.

▲ 어르신들이 서울국학원의 '어르신 국학원 투어' 행사에 참여해 충남 천안 국학원 본원 옆 한민족역사문화공원에 자리한 단군할아버지 앞에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제공=서울국학원]

 전국 국학원에서는 11월 중순부터 대선이 치러지는 12월 19일까지 대대적인 '얼 찾기 운동'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서울국학원에서는 일반 시민 대상 '얼 찾기 무료 강좌'와 함께 수능을 마친 학생들과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등을 대상으로 '나의 브랜드는 대한민국'이라는 강좌를 개설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가유공자나 퇴역장병을 대상으로 한 국학강의를 통해 노인문화를 어르신 문화로 발전시키는 문화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얼 찾기 운동'에 나선 서울국학원 활동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얼굴에서부터 남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이미영 이사는 "때를 놓치면 홍익인간 정신으로 서울을 재탄생시킬 창조의 무대를 놓치는 것"이라며 "좀 더 당당하게, 그리고 뜨겁게 시민들이 잃어버린 얼을 찾아주고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국학원은 현재 임원진이 20명, 활동강사가 40명이다. 서울국학원을 후원하는 국학회원은 약 2,000여 명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고조선 역사 부활, 동북공정 등이 매개체가 되어 후원회원을 모집했다면 최근에는 서울국학원이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 역사, 교육 사업을 보고 후원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후원인들 중에는 아무리 봐도 이런 일은 민간단체가 아니라 나라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을 하는 이들도 많단다. 서울국학원에서 시작되는 '수도 서울 1,000만 얼 찾기 운동'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