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학의 씨앗

“제주도엔 예로부터 나와 남의 일체 사상이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지금도 제주도엘 가 보십시오. 거기서는 진정한 평화로움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느낄 수가 있습니다. 대기 전체에 평화로움이 감돌고 있습니다. 구름과 바다와 나무와 하늘이 평화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 이승헌, 『단학인』한문화1992년

제주 국학운동은 지난 1986년 9월 5일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단학선원 서귀포지부를 세우며 시작됐다.

이 총장은 당시 제주 경찰청에 있는 지인의 소개를 받고 특별강연을 하러 제주를 방문했다. 제주에서 열린 첫 단학 공개강연회는 성황리에 열렸고 그는 이때 받은 강연비를 수련장을 마련하는 종자돈으로 써달라고 했고, 참석한 사람들이 동참하면서 첫 단학수련장이 개설된 것이다.

▲ 제주역사문화공원에서 자연명상을 하고 있는 외국인(=제주국학원)

그는 그의 책 <단학인>에서  “이 나라에서 신선 사상이 가장 깊이 뿌리내린 곳이 바로 제주도”라며 “세상 사람들에게 나와 남의 구별이 없는 3무三無 정신(대문, 거지, 도둑이 없다), 한반도의 천지인 일체사상을 전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번이 바뀌고 3번을 앞둔 시점이다.

역사학자 E.H. 카(1892~1982)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제주국학원이 걸어온 길에서 그들의 꿈과 희망을 만나본다.

상처받은 땅, 제주를 ‘힐링healing’해야

오늘날 제주도는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3관왕(세계지질공원,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외국 관광객도 100만 명을 넘어 2012년 말까지 150만 명을 내다보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는 누가 봐도 이국적이고 아름답다. 그러나 제주도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상처받은 땅이다.

그 옛날 강성했던 탐라국이 무너졌고 몽골이 100년을 다스렸다.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 36년의 핍박 속에 해방을 맞았지만 다시 이념투쟁 속에 4.3 희생자가 속출했다.

한민족은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지만, 제주는 더 많은 한을 가슴에 움켜쥐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다.

▲ 지난 2007년 10월 제주도내 60여 곳에서 제주氣살리기 캠페인을 전개했다.(=제주국학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다. 1986년 이후 26년 동안 변함없이 제주 국학 활동가들이 공원, 경로당, 동사무소 등을 찾아다닌 이유다. 국학기공 동호회는 21개(2000년), 56개(2005년), 300개(2012년)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승훈 국학강사(40세, 제주시)는 지난해 월성 노인정과 고산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의 건강을 도왔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들의 표정이 밝아진다는 것. 이 강사는 월성 노인정 팀과 함께 제주도민 국학기공대회에도 참석해 ‘건강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월성 노인정은 수련이 끝나면 분위기가 고조돼서 그런지 한바탕 웃고 박수친다”며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친 몸과 마음은 국학기공을 통해 힐링이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제주도민 전체가 받은 역사의 상처다. 제주국학은 해마다 역사강좌, 인성교육, 심포지엄, 전시회 등을 열고 있는 것은 ‘바른 역사’를 통해 도민의 의식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부터 국학강의를 하고 있는 오창수 교육국장(제주국학원)은 “우리나라의 바른 역사를 알게 돼서 기쁘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다시 소개해주면서 국학강의가 계속 이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제주, 글로벌 두뇌 리더에 달렸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가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라’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대한민국 교육 1번지 강남으로 몰리던 현상도 이제는 ‘국제학교’를 따라 제주도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남 학부모 못지않은 것이 제주 학부모의 ‘교육열’이다. 이들 부모의 헌신적인 자식 뒷바라지는 정치, 경제, 교육 등에서 수많은 리더를 탄생시켰다.

제주도 출신 정계 인사로는 민주통합당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의원이 있고 새누리당 출신으로 원희룡 전 의원이 있다.

재계 인사로는 현명관 삼성물산 상임고문,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등이 있고 학계 인사로는 김대근 숭실대 총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문화스포츠계로는 소설가 현기영 씨, 프로골퍼 양용은 씨, 연예인으로는 고두심, 혜은이 씨가 있다.

▲ 두뇌강국코리아, 제주의 미래를 만날 수 있는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 제주대회(=제주국학원)

제주국학원은 미래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21세기 창의적인 인재는 뇌를 잘 활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도내 19개 학교와 ‘뇌를 잘 쓰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해피스쿨을 협약했다.

또한, 매년 국제브레인HSP올림피아드 제주대회를 개최해 학교 성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두뇌 잠재력을 겨루는 축제의 경연장도 열고 있다.

고덕순 교육국장(제주국학원)은 2000년 이후 뇌교육 강의만 12년에 달한다. 고 국장은 400회 강의 일정에도 “아이들이 자기 자신이 귀중하고 자신감을 가질 때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 국장은 미래의 리더가 될 아이들에게 어떠한 정보를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자신 뇌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꿈을 향한 무한도전

한 기업이나 단체가 3년 이상 운영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1986년에 뿌려진 제주국학의 씨앗은 많은 지도자와 활동가들이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으면서 무럭무럭 자라 어느새 26살 청년의 나무가 되었다.

지난 2009년 10월 3일은 제주 국학회원과 도민들의 성금으로 3만 평 규모의 제주역사문화공원과 함께 15m 높이의 국조단군왕검입상이 세워졌다. 천안 국학원 본부를 제외하고 지역에서 최초가 된다.

2004년 제주국학원 개원 이래 5년 만에 이뤄낸 기적 앞에 이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 지난 2009년 제주역사문화공원이 개원된 이래 매년 국내외 관광객 수천 명이 방문하고 있다. 사진은 국조단군왕검상 앞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미국 명상여행단(제공=제주국학원)

올해 10월 12일~14일, 국내 최초로 ‘힐링’을 주제로 대규모 명상페스티벌을 개최해 도민과 관광객 7천명이 다녀갔다. 상처받은 제주도의 정신을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 축제의 장을 펼친 것이다.

고성보 제주국학원장은 “꿈으로 안 될 것은 없다”며 “올해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 원장은 함평군이 나비축제로 성공시켰지만, 제주가 입지적 여건에서 수십 배가 좋기 때문에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그러나 그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역경을 극복해야 한다.

제주국학원은 2년 전부터 애월읍의 협조를 받아 코스모스길을 조성하고 있다. 앞으로 3년~5년 정도 조성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제주를 찾은 사진작가나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코스모스길을 따라서 오다보면 제주국학원은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승헌 총장은 지난 9월 23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열린 <세도나스토리> 북콘서트에서 “꿈이 없는 사람은 외롭다. 꿈이라는 나무를 계속해서 키워가는 일, 그것이 최고의 '힐링‘”이라고 말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바른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달려온 제주국학 26년의 역사. 제주국학인들은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제주의 꿈, 제주의 스피릿(Spirit)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