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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천절’ 사라질 위기…국민이 되살리다
[2] 단군으로 하나되어 IMF 위기를 넘다
[3] 한국인이 한민족이 되고 지구인이 되는 개천절
[4] 붉은 악마의 염원으로 '신(新) 개천'을 열다
[5] 평화의 섬, 제주에서 ‘개천정신’을 만나다!

                                    ▲ 예관 신규식[=한국학중앙연구원]

"우리나라가 망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 죽음으로써이다
우리들의 마음이
아직
죽어버리지 않았다면
비록 지도가 그 색깔을 달리하고
역사가 그 칭호를 바꾸어
우리 대한이 망하였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스스로
하나의 대한이 있을 것이니
우리들의 마음은
곧 대한의 혼이다."

-예관 신규식의 <한국혼(韓國魂)>에서

1922년 조선총독부의 3대 총독인 사이토 마코토는 <신교육시책>을 발표했다. 사이토 총독은 “조선인을 뿌리가 없는 민족으로 교육하여 그들의 민족을 부끄럽게 하라. 그렇게 될 때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스스로 대 일본제국의 시민으로 거듭나고 싶어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본의 문화말살정책에 맞서 예관 신규식 선생은 나라를 되찾는 지표로 ‘대한의 혼’을 제시했다. 또한 대종교를 중광(重光)한 근대 국학의 선각자 홍암 나철은 "나라가 망해도 정신이 있으면 존재한다"라는 국망도존(國亡道存)을 독립운동의 정신적 동력으로 삼았다. 아일랜드는 잉글랜드의 식민지배를 받고 모국어를 잃었지만 우리나라는 치열한 독립투쟁 속에서도 언어와 역사를 지켜냈다.

일본의 신교육시책 이후 80년. 이번에는 중국이 고조선과 고구려사 등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을 추진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예전에는 주변국의 무력침략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후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정신침략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2006년 개천절이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한민족 역사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1세기 의병운동, ‘중국 동북공정 저지 범국민대회’

▲ 국학원, 국학운동시민연합 등 5개 시민단체는 2006년 9월 13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국학원]
지난 2006년 9월 13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종묘공원.

국학운동시민연합, 국학원,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세계국학원청년단 등 시민단체 회원 2,000여 명은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하나둘 자리에 앉아서 집회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오후 1시.

이들은 빨간색 목장갑을 두 손에 끼고 피켓을 들며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중국은 구두합의 위장 말고 동북공정 철회하라!”
“우리의 백두산을 지키자. 역사를 지키자!”
“깨어나라 단군의 후예여!”

한국과 중국은 2004년 외교차관 회동에서 고구려사 문제를 정치쟁점화하지 않고 학술 연구에 맡기기로 구두 합의했다. 2년 후인 2006년 9월 10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이 동북공정을 2004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학술단체의 사안으로 돌린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2004년 한중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지난 2년간 이행하지 않고,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왜곡과 문화침탈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은 한중관계의 악화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밝히고,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즉각 중단하고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대회는 ▲중국 동북공정 진행 경과보고 ▲국학원의 동북공정 대응 활동보고 ▲성명서 결의문 발표 ▲중국정부에 보내는 편지 낭독과 향후 계획 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현재 중국이 고구려는 물론 신라·고려·조선이 중국 땅을 침범해 영토를 확장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자신의 역사를 지키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북공정을 통해 자행되는 중국의 역사왜곡은 학술의 범위를 넘어 지극히 정치적이고 국가전략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대응 역시 이에 걸맞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승용 국학원 학술이사는 중국정부에 보내는 편지에서 "지금이라도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패권주의 야욕을 버리고 상생과 화합의 길로 나서라"며 "13억 중국인과 중국정부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집회 후에 중국대사관을 향해 광화문까지 '동북아 평화를 위한 대행진'을 벌였다.

▲ 세계국학원청년단은 태극기 문양의 셔츠를 입고 한국영화 ‘괴물’을 패러디한 ‘중국괴물’ 포스터를 들고 중국의 동북공정 중단을 촉구했다[연합]

시민단체는 앞서 6일 오전 11시 서울 탑골공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저지를 위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한민족 정체성 찾기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일주일 간격으로 진행된 기자회견과 범국민대회는 국내외 주요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새 국사 교과서에는 당시 중국 동북공정을 반대하는 집회 사진이 게재될 정도였다.

문화일보는 9월 7일자 사설 말미에 ”국학원 등 4개 단체는 6일 동북공정 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에 대해 할 말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부를 대신해 시민이 나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임진왜란과 대일항쟁기 등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의병이 일어났던 것처럼 국학원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한중 역사전쟁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켜라, ‘개천절 행사’ 전국적으로 펼쳐져

2006년 9월 동북공정 저지 대회 이후 한민족 정체성 찾기 1000만 범국민서명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 운동은 10월 개천절국민대축제에서도 이어져 각계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이택휘 국학원장은 2006년 10월 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천절 행사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왜곡된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역사를 바로잡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한민족의 정체성까지 흔들리는 요즘 반만년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시원인 개천절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해방 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개천절 행사에 참석한 적은 단 한 차례밖에 없다”며 “정부가 4대 국경일인 개천절을 소홀히 하고 국사과목을 각종 시험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는 빌미를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국민 스스로가 지키고 사랑할 때 동북공정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06년 10월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개천절 문화대축제'. 이날 행사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한 역사 왜곡을 바로 잡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1000만 서명운동과 함께 진행됐다.[=국학원]

개천절 행사는 1일부터 3일까지 국학원을 비롯해 국학운동시민연합, 세계국학원청년단, 서울시 등 90개 기관과 합동으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열렸다.

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열린 ‘개천절 문화대축제’에서는 시민 2,0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1부 행사 '대국민 천제'에서는 한민족의 생일을 축하하는 초대형 개천 떡(가로 3.2m × 세로2.4m 태극기 모양)을 놓고 하늘에 예를 올리는 천제를 지냈다.

'개천절 파티'로 이어진 2부 행사는 신예피아니스트 이기쁨 군의 '아리랑' 피아노 연주, 화려한 B-boy의 축하 공연과 함께 참가자 전원이 함께한 '청계천 걷기 길놀이'가 펼쳐졌다. 이 걷기 행사는 고구려 복식과 한복을 차려입은 참가자와 일반인들이 아리랑을 부르며 평화대행진으로 열렸다.

20년만의 쾌거, 고조선 역사가 부활했다!

▲ 2007년 3월 11일 서울 올림픽 펜싱주경기장에서 열린 제3회 으라차차 코리아 '고조선 역사부활 국민대축제'. 왼쪽부터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 정세균 의장, 이승헌 총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을 비롯해 많은 국회의원과 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석했다.<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지난 1987년 민족정신광복운동본부 설립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달려온 국학운동은 2007년 2월 뜻하지 않은 곳에 낭보가 전해졌다.

그동안 국사 교과서에서 신화의 형태로만 기술됐던 단군왕검의 고조선 건국과정이 2007년 3월에 나오는 새 교과서에는 역사적인 사실로 기록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연구원은 3월 7일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조선 건국기사 개선과 국사교육 강화'에 대해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학연구원 관계자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이번 조처로 일제강점기 이래 토막 난 고조선사 연구가 회복의 전기를 맞게 됐다"며 "이번 교육인적자원부의 용단을 계기로 국내 상고사연구에 대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고 정부도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3월 11일 서울 올림픽 펜싱주경기장에서는 1만 국학강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조선 역사부활 국민대축제’가 열렸다.

▲ 2007년 3월 11일 서울 올림픽 펜싱주경기장에서 열린 제3회 으라차차 코리아 '고조선 역사부활 국민대축제'. 이날 국학강사들은 1대부터 47대 역대 단군 영상을 배경으로 천부신공을 선보였다.<코리언스피릿 자료사진>

이날 김국주 광복회 회장, 정영문 3.1동지회 회장 등 민족단체 대표 33인은 “오늘은 지난 2천 년간 사대주의와 식민사관으로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족의 주인으로서 진정한 정신적 독립을 선포하는 날”이라며 3월 11일을 ‘민족정신 광복일’로 선포했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대회사를 통해 "고조선의 건국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한 것은 잃어버리고 외면했던 단군조선 2천 년의 역사를 되찾아, 반만년 민족사의 정기를 바로 세운 민족정신의 광복을 의미한다“며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정신문화민족으로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평화철학을 이어받아 한민족의 새로운 탄생을 열어가자"고 말했다.

함께 공동대회장을 맡은 이수성 전 국민총리는 "우리의 고결한 얼과 찬란한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고조선은 우리나라의 얼을 상징하는 역사이고, 그 얼에서 나온 탁월한 이념이 바로 홍익인간 이화세계입니다"라고 행사개최의 의미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김원웅 의원,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축사자로 나섰다. 이밖에 열린우리당 문병호, 김재윤, 이상경, 안민석, 김우남, 한나라당 전재희, 정문헌, 서상기, 주호영 등 국회의원 20여 명과 관계, 재계, 학계, 문화예술계, 사회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국학운동을 펼쳐온 국학강사 1만 명은 '4340년 한민족 비전결의문'에서 “우리가 가진 인류보편적인 민족정신을 중심으로 단합하여 새로운 한민족의 탄생을 실천해갈 것”임을 결의했다.

또한 고조선의 전통무예, 풍류도 공연, 세계국학원청년단의 태극무 공연 등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6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