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가들이 고조선의 뿌리인 숙신을 읍루와 동일시켜 역사를 왜곡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고대사탐구학회(회장, 조범환 서강대 교수)는 22일 서강대학교 정하상관 610호 강의실에서 제27회 월례발표회를 개최한다.

문안식 박사(전남문화예술재단)는 '중국 선진문헌에 보이는 숙신과 고조선과의 관계'를 주제로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후한서> 동이전 등 문헌사료에서 숙신과 읍루의 관계를 후대로 내려갈수록 왜곡했다"며 "중국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은 오늘날만 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중국 사서에서 숙신은 흑룡강 유역과 연해주 일대에 거주하던 집단의 명칭으로 보고 있다. 숙신은 한대 이전에 부르던 명칭이었고 그 이후에는 읍루라는 명칭으로 이해한다. 또한 읍루는 후대에 여진족이 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 박사는 "선진先秦시기의 숙신과 후대의 읍루는 동일한 갈래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사기史記』오제본기五帝本紀에 "산융山戎․발發․숙신肅愼을 일컬어 동북이東北夷라 칭한다"라고 하였듯이, 숙신은 산융山戎 ․발發과 더불어 동북이東北夷에 속한 집단으로 인식했다. 또한 『좌전左傳』을 살펴보면, "옛날 무왕이 상商에 승리를 거두어 숙신肅愼․연燕․박亳은 우리의 북쪽 땅이 되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문 박사는 "숙신은 중원과 인접한 북방 혹은 동북방에 위치한 집단이었기 때문에 흑룡강 하류지역을 비롯하여 환동해지역環東海地域에 위치한 읍루의 직계 선조先祖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사가들은 연해주와 흑룡강 유역 일대에 거주하던 토착집단인 숙신은 자작나무 활대와 돌을 줄로 갈아 만든 굳고 날카로운 화살촉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했다. 자작나무의 일종인 광대싸리나무는 중국 동북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중원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종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자작나무 살대는 한대漢代에 이르러서도 영고탑寧古塔과 흑룡강黑龍江방면의 장수들이 진상하는 대표적인 공물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 박사는 "자작나무가 흑룡강 유역에서만 성장하는 수종은 아니었으며,『후한서後漢書』공융전孔融傳에 의하면 요동에서도 광대싸리나무가 생육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숙신이 고조선과 동일체라는 주장은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부터 제기됐다. 정약용은 그의 저서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서 숙신이 조선을 뜻한다고 보고, 상주시대商周時代에 중국과 조선이 교통하고 물물교환을 진행한 것으로 이해하였다. 신채호와 정인보 역시 조선의 어원을 숙신에서 찾았다.

월례발표회에는 문안식 박사외에 박중환 박사(국립중앙박물관)가 ‘한국출토 복골卜骨과 점복占卜의례’를 주제로 발표한다.

문의) 02-705-7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