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이나 인터넷에서 배운 대로 안 되나요?”
“아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집에 장난감은 많은데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이 힘들어요.”

요즘 엄마들의 관심사는 아이를 똑똑하고 독립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이나 책을 통한 서양식 육아법과 교구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문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 믿는 방식들을 믿고 따르면서도 엄마들은 자신의 육아방식에 대해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육아용품, 그리고 영아용 교구의 풍요 속에 사는 이 시대의 엄마들. 하지만 낙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육아는 점점 더 혼란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엄마들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영아기에 지출되는 평균 양육비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양적 팽창만큼이나 우리의 육아도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진정으로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육아법은 무엇일까. EBS 다큐프라임은 그 해답을 전통육아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전통육아를 과학의 눈으로 재조명했다. 그동안 비과학적이고 구식이라 외면했던 전통육아가 뇌과학, 심리학, 진화론적 관점에서 한국인의 DNA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여러 논문과 실험을 통해 증명되면서 지식에 묻혀 잃어가는 육아본능을 되찾게 한다.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는 5천 년 세월 동안 변함없이 그래왔다. 수많은 세월 동안 대를 이어가며 같은 양육 행위를 반복할 때 우리만의 독특한 양육 DNA가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 아이를 기르는 부모나 아이들의 몸속에도 한국 고유의 DNA가 흐르고 있다.

방송을 책으로 엮은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은 전통육아법으로 육아의 길을 잃고 헤매는 이 시대 엄마들에게 아이와 엄마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육아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의 첫 장은 ‘유모차의 발생지 미국에서 포대기를 만나다’로 미국에서 일고 있는 애착육아 운동과 함께 엄마들 사이에서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포대기를 소개한다. 두 번째 ‘외면당해 온 전통육아, 과학의 눈으로 보다’는 포대기로 아이를 업으면 다리가 휜다, 함께 자면 의존적인 아이가 된다 등 진실로 굳혀진 속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다.

특히 책은 우리 선조가 해왔던 태교방법과 놀이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무심코 해왔던 ‘곤지곤지, 잼잼’은 이미 5천 년 전 고조선 단군왕검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육아법으로 조상의 교육에 대한 지혜와 철학이 담겨 있다. 단동십훈은 단동치기 십계훈(檀童治基 十戒訓)의 줄임말로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이다.

또한, 엄마의 무릎에 앉아 무심코 ‘도리도리, 곤지곤지’를 따라 했지만, 이 안에는 뇌 발달을 활성화시키는 엄청난 사실이 담겨 있다. 손으로 하는 놀이가 유난히 많아 눈과 손의 협응을 돕고 손근육을 발달시키며 자연스럽게 뇌 발달을 돕는다. 엄마와 아이가 살을 부대끼며 눈을 마주치며 노는 사이 애착형성이 절로 되어 두뇌와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이의 뇌는 세 살이 되면 성인 뇌의 80퍼센트 이상 성장한다. 이것은 태어난 이후 2∼3년의 경험이 뇌 발달에 엄청난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의 전통육아법에 아이를 건강하고 똑똑하게 키우는 해답이 담겨 있었다.

-단동십훈-

제1훈: 불아불아(弗亞弗亞)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할아버지 할머니는 “부라부라” 하며 손자, 손녀의 귓가에 들려준다. ‘불(弗)’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다는 뜻이다. ‘아(亞)’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불아’는 단군신화에서처럼 신이 사람으로 땅에 내려오고, 신선이 되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는 상징에서 영원한 생명을 지닌 어린이에의 예찬으로 풀이된다. “귀한 내 새끼,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세상을 밝게 해주렴.” 이런 소원으로 다시 풀어도 무방하다.

제2훈: 시상시상(詩想詩想)
아이를 앉혀놓고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면서 “시상시상” 하며 흥얼댄다.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는 한에서 시작되었다는 조상들의 생명시원이 나타난 말이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를 거슬러 올라가면 끝간 데는 ‘한’의 자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시상시상’은 어른 공경을 품고 있는 경로사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제3훈: 도리도리(道理道理)
머리를 좌우로 돌리게 하면서 아이에게 가르치는 십훈 중 최초의 교과목이다. 자라면서 천지만물이 무궁한 하늘의 도리로 생겼듯이 너도 이런 도리로 태어났음을 잊지말라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는 도교육이다.

제4훈: 지암지암(持闇持闇)
두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동작과 함께 엄마는 “지암지암(잼잼)” 하며 손놀림을 가르친다. 현묘한 도란 쉬이 깨칠 수 없다. 두고두고 살아가며 알게 된다. ‘암(闇)’은 어둡고 혼미스럽다는 뜻이다. ‘지암’은 세상의 혼미한 것을 가려서 파악하라는 의미다. 외래사상의 전개에 대한 경고로 풀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제5훈: 곤지곤지(坤地坤地)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왼손바닥을 펴게 한 다음 오른 손 검지로 왼손 바닥을 찧게 하며 엄마는 ‘곤지곤지’한다. ‘십(十)’이라는 글자의 모양새는 음(一)을 양(ㅣ)이 관통하는 모습이다. 음양조화의 상징이다. 이것을 알면 땅의 이치(坤地道)도 깨닫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6훈: 섬마섬마(西魔西魔)
아기의 다리힘이 생기면서 한 발짝 두 발짝 걸음마를 시작할 때 부모는 아기 걸음마의 귀여움과 신비에 매료된다. 섬마는 ‘서의 마귀’라는 의미다. 서마도(西魔道), 곧 서쪽의 마귀 정신에 물들지 말라는 조상의 경고다. 섬은 ‘서다(立)’의 준말이다. 동도(東道)만으로는 안 된다. 동도서기(東道西器)의 조화로 홀로서기, 자주독립을 하라는 민족의 염원이 담긴 가르침이다.

제7혼: 업비업비(業非業非)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할 때 약간 겁주는 말이 ‘업비’다. 무서움을 가르치는 말이기도 하다. 올바른 도에 맞지 않는 생활은 정업(正業)이 아니다. 접화군생(接化群生)이어야 한다. 이런 일에 접하는 모든 것을 살리는 것이 올바른 업이라는 말이다.

제8훈: 아함아함(亞合亞合)
손바닥으로 입을 막으며 소리내는 동작이다. 두손을 가로 세로로 포개면 ‘아(亞)’자 모양이 된다. 이것은 천지 좌우의 형국을 내 가슴속에 모신다는 것을 상징한다. 시천주(侍天主)의 의미와 상통한다.

제9훈: 작작궁 작작궁(作作弓 作作弓)
머리운동을 하는 교육이 끝나면 손바닥으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배운다. 천지좌우와 태극을 맞부딪쳐서 흥을 돋우며 궁(弓:태극)의 이치를 알았으니 이제는 손으로 궁(弓)을 만들어 보고 그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사람으로 와서 신(神)으로 가는 이치(弓)를 알았으니 그 기쁨, 손뼉을 치며 기쁘게 노래하며 춤추자는 의미가 들어있다.

제10훈: 질라아비 훨훨의(羅阿備活活議)
나팔을 불며 춤추는 동작이다. 이제 천지 우주의 모든 이치를 깨달았으니 기쁘다. 이제 지기(地氣)를 받아 태어난 이 육신, 활활(活活) 잘 자라도록 살아가자는 뜻이다.
이밖에도 ‘깍꿍(覺弓)’이라는 것도 있다. 아이를 놀라게 해 주려고 눈을 크게 뜨고 “깍꿍”한다. 궁(弓)은 새을(乙)자 모양의 음양을 말하며 우주의 근본을 의미한다. 각궁은 근본을 깨달으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