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성지(聖地), 세계 명상의 중심지 ‘세도나’

 

▲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세도나의 전경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천혜의 땅. 전 세계 명상인들의 성지(聖地)이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신성한 땅으로 여겼던 세도나를 찬사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그랜드캐년을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발견했을 때 ‘그란데!(grande)'라고 외쳤다는 얘기가 있는데, 위대한 자연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가 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세도나를 보고 나서의 감탄을 표현했다는 속담에 그 모든 것이 녹아 있다.

"God created the Grand Canyon but lives in Sedona"
(신은 그랜드캐년을 만들었지만 신이 살고 있는 곳은 세도나다)

'세도나를 처음 찾는 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아마 잠을 자는 중일 것이다.' 세도나 안내책자에 쓰인 글이 단순한 홍보용 문구가 아님을 세도나를 방문한 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다.

 

▲ 세도나 곳곳에 즐비한 붉은 바위

 

세도나는 아파치, 나바호 등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예부터 성지로 여겼고, 백인의 침략에 맞서 피 흘려 지키려 했던 성스러운 땅이다. 세도나의 브로큰 애로우(Broken Arrow)라는 바위 언덕에서 원주민들은 백인들에 대항해 마지막 전투를 벌였지만 몰살당했고, 살아남은 인디언들은 그랜드 캐니언 일대로 내몰렸다. 정복자인 백인들은 세도나를 '붉은 바위(Red Rock)' 도시라 부르지만, 이곳에 살던 인디언 원주민에게는 피로 물든 성역이었다.

또한, 그들은 세도나가 영생을 주는 지구의 에너지가 나오는 땅이라고 믿었다. 실제 세도나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에너지 소용돌이인 ‘볼텍스(vortex)' 21곳 중 5개가 있려져 있다. 우리로 치면 최고의 ‘명당’인 셈.

사라진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가 전해오는 세도나의 신비로운 볼텍스와 천혜의 자연환경에 매료되어 명상인·예술가들의 타운이 형성되고 은퇴한 부자들도 모여들었다. 해발 4,500피트에 1년 연중 따스한 날씨와 맑은 공기,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바위, 성스러운 형상을 한 채 붉은 빛을 내는 절경으로, 1만 5천명 인구에 불과한 세도나는 한해 무려 6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어 있다.

세도나에 휘날리는 태극기

 

▲ 세도나 시내에 위치한 마고카페

 

누구나 세도나에 오면 경건해지고 명상가가 된다. 최고의 볼텍스라 불리는 벨락(Bell Rock)에 앉아 있으면 웬만한 사람도 기(氣) 에너지를 느낄 정도다. 삶에 지쳐 영혼의 목마름을 찾는 사람들, 명상가와 영적 경험을 찾는 예술가들에게 세도나는 생애 꼭 한번은 들르고픈 곳이다. 평소 심신수련을 한다는 박찬호 선수도 이 곳 세도나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도나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깜짝 놀라는 것이 바로 이곳에서 한국 문화의 채취와 향기를 물씬 느낀다는 것이다. 시내에 나가면 ‘천안삼거리’라 이름 붙은 카페가 있고 태극기가 휘날린다. 세도나에서 한인사회는 유명하다.

1997년 한국의 단학 지도자들이 하나둘씩 정착하면서, 지금은 다양한 교육센터와 병원, 식당, 리트닛센터, 출판사, NGO 등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 제주 돌하르방과 인디언상징인 코코펠리가 만나는 새로운 문화토양을 일구면서, 한해 600만명이 방문하는 세계적 관광지에서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문화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곳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세도나 최대 리트닛센터(retreatment center)인 ‘마고가든’. 단월드의 미국수련원이자 단학 세계화의 본부격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곳은 코코니노 국유림 내, 약 20만평의 대지 위에 원시적인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수련장, 캠프장, 운동장, 스파, 농장, 숙박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세도나 5대 볼텍스 지역 중 하나에 자리한 마고가든의 정식 명칭은 ‘세도나 일지명상센터(Sedona Ilchi Meditation Center)’. 일지(一指)는 이승헌 설립자의 ‘선호(仙號)’다. 이곳에서 매년 1천명씩의 미국인 힐러가 탄생한다.

마고가든 안에는 ‘한마당바위’, ‘천화동굴’, ‘신선대’, ‘단군호수’ 등 한국식 이름이 즐비하다. 모두 이승헌 설립자가 새롭게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선대’는 원래 이름이 없던 바위였고, ‘단군호수’는 아예 그 존재부터가 없었다. 움푹한 마른 땅이었는데 수원을 찾아내고 물이 모여들게 하여 호수로 바꾸어 놓았다. 초기 마고가든을 방문한 이들은 황량했던 그 주변이 시원한 수양버들의 그늘이 드리워진 곳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 마고가든에 곳곳에 있는 솟대와 장승 (멀리 보이는 바위가 신선대이다)

 

마고가든 곳곳에서 ‘솟대’도 눈에 띈다. 그 옛날 단군조선 때 신성불가침의 땅인 ‘소도’ 입구에 세워놓았던 그 솟대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을 머나먼 이국 땅, 그것도 인디언의 성지이자 명상의 중심지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새롭기 그지없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사랑하는 외국인

마고가든을 방문하는 미국 수련생들의 공통점은 한국말을 곧 잘한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등의 인사말은 기본이고, “어~이 시원하다”는 추임새도 넣곤 한다. 더욱 눈여겨 볼 것은 이곳을 방문하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인데,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한참 다르다.

외환위기를 넘어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월드컵 개최, 선진국 클럽 가입 등 한국의 대외이미지가 높아졌다고는 미국인들에게 여전히 한국은 ‘문화’적 깊이와는 거리가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인데, 정신문화가 높고 뭔가 동양의 신비가 담겨 있는 이미지가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 1천만명 이상이 하고 있다는 명상도 동양의 여러 국가의 다양한 수련법들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명상에 관한 모든 것을 그냥 ‘요가(yoga)'라고 부른다. 거의 보통명사화 되어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국의 단학도 여기서는 ’단요가(dahnyoga)'라는 브랜드를 쓴다.

미국인들은 요가를 통해 인도의 문화를 체감한다. 2백여년의 역사를 지닌 그들이 다양하고 깊은 심신수련을 통해 접했을 동양문화에 대한 경외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국시대 이후의 사대주의, 외래 사상과 종교전파, 일제 식민지, 근대화를 거치면서 한민족 문화의 원형이 많이 깨어지고 끊겨서 그렇지 심신수행의 문화는 인도보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깊고 오래되었다고 얘기한다.

 

▲ 한민족 고대경전 천부경을 직접 쓰고 있는 미국인들

 

한해 1천명의 단학사범들이 탄생하는 이곳에서 미국인들은 한민족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을 직접 한자로 쓰고 낭독한다. 고구려의 전통무예를 익히고, 선도 단학의 수련과 원리를 체득한다. 이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낯선 나라가 아니라 경외의 대상이다.

마고가든을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미국인들과의 만남에서 느끼는 공통점이 바로 이것이다. 반갑게 한국말로 인사하고, 한국인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들. 여건이 되면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그들에게서 커다란 자긍심이 들면서도 그동안 외면하고 잊었던 우리의 정신과 문화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마고가든을 다녀간 한국인들은 돌아가서, 외래문화가 들어오기 전 민족 고유의 문화적 원형을 뜻하는 국학(國學)에 대해 공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도나의 꿈, 지구인의 꿈

이곳 세도나에 이렇게 커다란 한인사회가 형성된 이야기는 흥미롭다. 1993년 이승헌 총장이 제자들에게 단학선원의 경영권을 물려주고 한국을 떠나 미국에 왔을 때, 처음 한 일이 미 대륙 동서횡단여행이었다고 한다. 미국의 문화를 알려는 목적과 함께 한국 단학지도자의 수련원인 충북 영동 ‘천화원’처럼, 미국 땅에도 그러한 곳을 찾아야한다는 목적에서였는데 쉽지가 않았다.

세도나를 알게 된 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1995년, 신문에서 ‘세도나’란 이름을 보고 ‘여기다!’라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받고 곧바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에게 ‘세도나’는 ‘새로운 도가 나오는 곳’으로 들렸는데, 두 발만 딛고 있어도 절로 지구를 느낄 수 있는 세도나의 수려한 풍광과 에너지에 단번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원래 마고가든은 물리학자이자 성공한 사업가였던 레스터 레븐슨이란 사람이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치유의 경험을 겪고 나서 세도나로 옮겨와서 세운 명상센터가 있던 자리였다. 1994년 세상을 떠난 후 제자들 간에 소유권과 경영권을 놓고 다툼이 있었는데 막대한 비용 때문에 처음에는 엄두도 못 내었다고 한다.

누가 보아도 무모하게 생각되었기에 결정을 못했지만, 벨락에서 명상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레스터 레븐슨의 영혼을 만나고, 알 수 없는 에너지에 끌리면서 수 십번을 땅을 둘러보며 고민에 휩싸이던 때, 놀랍게도 제자들의 법정공방이 되면서 경매에 붙여지게 되어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경매에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낙찰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그곳은 ‘일지명상센터’로 문패를 바꿔 걸고 지구의 영혼, 지구의 어머니인 ‘마고(麻姑)’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마고 가든’이라는 애칭을 붙이게 되었다.

 

▲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미국 수련생들

 

 

▲ 한국 명상에 잠긴 미국인들

 

 

 

 

 

 

 

현재 ‘마고가든’은 먼 이국땅에 한국의 정신문화를 알리는 문화전파기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무모하기까지 한 결정과 이후 운영상에도 어려운 고난을 겪었지만, 이것을 기점으로 단학 세계화의 날개 짓을 펼치는 커다란 계기가 된다. 세계인이 모인 미국에 한국의 정신문화가 알려지고 새로운 가치와 정신에 목마른 세계적 저명인사들과도 연결되는 등 단학 국제화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민족의 정신문화적 자산을 상징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철학과 정신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공통적으로 통하는 것이라는 확신. 많은 세계적 학자들이 인류 모두의 보편적 철학으로 손꼽는 ‘홍익인간’의 가치에 대해서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다가오는 시대의 중심지가 되어 사람들을 평화와 화합의 정신으로 이끌 곳’이라는 예언이 전해 내려오는 인디언의 성지 세도나. 그의 선호를 붙인 일지명상센터는 현재 비영리재단인 ‘타오펠레우쉽(TAO Fellowship)’으로 넘겨 운영되고 있다.

코리안스피릿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