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의 완전식품으로 고대로부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꿀. 그중 우리나라에서는 투명하고 맛이 순하며 특유의 향을 지녀 국내 생산되는 꿀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아카시아꿀’로 잘못 알려진 ‘아까시꿀’이다.

국산 아까시나무와 꽃, 아까시꿀 채집통.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 사진 천모산유기영농조합 제공.
국산 아까시나무와 꽃, 아까시꿀 채집통. 학명은 Robinia pseudoacacia. 사진 천모산유기영농조합 제공.

우리가 먹는 아까시꿀은 아까시나무에서 나오며, 우리나라에서 매년 5~6월에 꽃을 피우며 아카시아로 불린 나무의 정확한 명칭은 아까시나무인 것이다. 아카시아나무는 9~12월 꽃을 피우는 베트남에서 자생하는 열대 식물로, 우리나라 식생 환경에서는 자생이 불가능하다.

아카시아나무 3종(왼쪽부터 학명 Acacia dealbata, Acacia auriculiformis, Acacia mangium). 3종의 아카시아 모두 베트남에 자생하며 꿀 생산이 가능하다. 사진 농촌진흥청.
아카시아나무 3종(왼쪽부터 학명 Acacia dealbata, Acacia auriculiformis, Acacia mangium). 3종의 아카시아 모두 베트남에 자생하며 꿀 생산이 가능하다. 사진 농촌진흥청.

지난해 9월 한국-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라 베트남 아카시아꿀이 수입됨에 따라 그동안 아카시아꿀 또는 아까시꿀로 혼용하는 국산 아까시꿀에 대한 용어정리가 불가피해졌다. 베트남 아카시아꿀과 국산 아까시꿀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소비자의 혼동을 막기 위해 국산 아까시꿀의 영양학적 가치와 효능을 구명하고 올바른 정보 제공에 나섰다.

국산 아까시꿀은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이전 연구에서 위염과 위궤양, 위암의 발병인자 중 하나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밝혀진 바 있다.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의 발병인자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을 억제하는 아브시스산 평균 함량 비교. 자료 농촌진흥청.
위염, 위궤양, 위암 등의 발병인자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을 억제하는 아브시스산 평균 함량 비교. 자료 농촌진흥청.

아까시꿀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강력한 항균효능을 나타내는 성분은 아브시스산(abscisic acid)이다. 국산 아까시꿀의 경우, 아브시스산이 평균 24밀리그램이 함유되어 있다. 반면, 다른 꿀에서는 매우 미량이거나 검출되지 않았다.

또한, 슬로베니아나 이탈리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아까시꿀의 경우에는 아브시스산 평균 함량이 국산 아까시꿀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양봉농가에서 생산하는 아까시꿀은 단맛을 내는 당류뿐 아니라 비타민과 무기질, 아미노산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다.  설탕과 달리,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루어져 있어 몸에 흡수가 빨라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B1과 B2, 비타민 B복합체인 니아신을 비롯해 칼슘과 구리, 철, 포타슘(칼류), 마그네슘, 망간, 소듐(나트류), 인, 아연, 황 등 우리 몸에 이로운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나트륨과 균형을 맞춰 정상 혈압유지, 노폐물 제거, 뇌기능 활성화 및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칼륨(K)과 산화·환원 반응에 관여하는 황(S)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아울러 프롤린과 아스파라긴산 등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17종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에서 아까시나무가 아카시아나무로 이름이 뒤바뀐 사연은 무엇일까? 19세기 국내에 처음 도입된 아까시나무의 종명은 ‘유사아카시아’라는 뜻의 ‘슈도아카시아(pseudoacacia)’이다. 그런데 6.25 한국전쟁 이후 산림 녹화사업을 진행하면서 대량으로 산에 심으면서 ‘유사(pseudo-)’라는 뜻이 생략되고 아카시아로 불려온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혼용한 아까시꿀, 아카시아꿀 용어를 밀원식물에 유래한 아까시꿀로 통일하기 위해 그동안 한국양봉협회,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용어수정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