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죽(一竹) 우실하 화백(한국항공대학교 교수)이  2024년 갑진년 용의 해를 맞아 올해도 원하는 모든 일 뜻대로 이루고 건강하길 바라는 소망을 신년화(新年畵)에 담았다. 

우실하 2024년 갑진년 신년화, 이미지 우실하
우실하 2024년 갑진년 신년화, 이미지 우실하

우 화백은 올해 신년화에 여러 의미를 담았다. 

 가운데 짙은 회색의 상자 안에는 탁본 기법으로 쓴 용(龍)자의 원형이 되는 초기 갑골문(甲骨文) 4자와 금문(金文: 청동기에 새겨진 글자) 4자를 위아래로 배치하였다.

  갑골문과 금문 위에는 검은색으로 용(龍)자를 조서(鳥書)로 그렸(?)다. 앞서 말한 갑골문과 금문 8자와 합쳐서 총 9자로 동북아시아 성수(聖數)에 맞추었다. 조서(鳥書)는 조전(鳥篆), 조충전(鳥蟲篆: 새 머리로 장식된 획이 긴 벌레 같다는 의미) 등으로도 불리는 전서(篆書)의 일종이다. 한자의 획을 새의 모습으로 장식하는 것으로 주로 청동기나 청동 병기 등에 새겨지던 ‘장식용 서체’이다. 글자를 ‘쓴다’기 보다는 ‘그린다’는 것이 맞는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서체이다. 주로 춘추시대 중후기부터 전국시대까지 사용되다가 지금은 거의 잊혔졌다. 

  용자를 조서로 그린(?) 것은 올해가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 1904-1989) 선생의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우 화백은 “고암은 서예에서 출발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의 반열에 오른 분이다. 그는 동양의 고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그의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고, 조서의 흔적들도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그분을 기억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신년화 가운데 회색 상자 위에는 용의 모습을 탁본 형식으로 하나 배치하였고, 아래에는 요하문명(遼河文明)의 중심적인 신석기시대 고고학 문화인 홍산문화(紅山文化: BC 4500-BC3000)의 전형적인 옥기(玉器) 가운데 하나인 옥저룡(玉猪龍: 옥으로 만든 돼지머리 모양의 용)을 그렸다. 

우 화백은 “홍산문화 옥저룡의 등장이 의아한 분들은 회색 상자에 있는 4개의 갑골문 가운데 맨 위에 있는 초기 갑골문 2개와 비교해보기 바란다. 누가 보아도 그 유사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商)을 세운 세력은 요하문명 지역에서 중원으로 진출한 고대 동이족의 일부였다”라면서 “2022년 수능시험의 ‘동아시아사’ 과목의 첫 번째 문제가 홍산문화 관련 문제였다. 첫 문제의 선택지 중에서 첫 번째 그림도 또 다른 형태의 홍산문화 옥저룡이다. 올해에는 더 많은 사람이 요하문명과 홍산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우 화백은 “신년화 바탕에는 우유를 이용하는 저만의 기법으로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을 적었다. 화선지의 앞뒤를 오가며 층위를 두어 쓴 것이라서 내용을 읽기는 어렵고, 구성적 요소로 사용하였다.”라고 덧붙였다.                  2021년 11월 세계적 권위의 『네이처』에는 한국어를 포함하는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의 기원지가 ‘9000년 전 서요하 지역의 기장 농업지역’이라는 중요한 논문이 실렸다.  독일 막스 프랑크 연구소가 주도하여 10개국 40여 명의 고고학, 언어학, 유전자분석학 분야 학자들의 공동 연구 결과였다.

우 화백은 "‘9000년 전 서요하 지역의 기장 농업지역’이 바로 ‘요하문명 지역’이다. 이 지역이 한국어의 기원지라면, 한국의 역사 문화 사상 종교 등등 모든 연구는 이곳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  화백은 “올해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지리멸렬한 합종연횡이 예상되지만,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의 역사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이 선출되어 21세기 문화 대국의 초석을 가꾸어가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