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시집2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미지 작은숲
합동시집2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이미지 작은숲

 

각 지역에 사는 시인 열 명이 합동 시집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작은숲, 2023, 사십편시선038)를 펴냈다. 참여 시인은 김정원(전남 담양), 송창섭(경남 사천), 박우현(대구), 전종호(경기도 파주), 박용주(충남 공주). 전인(충남 계룡), 임덕연(경기도 남양주), 조재도(충남 천안), 신탁균(충남 아산), 나종입(전남 나주). 이들은 오직 시를 통해 함께하는 인생의 도반들이다. 이번 시집은 작은숲 시집 시리즈인 “사십편시선”에서 시집은 낸 것을 인연으로 1년에 한 번씩 합동 시집을 출간하는 바 이번이 두 번째이다.

“사십편시선”은 시작한 지 10년도 더 됐다. 왜 사십 편인가? 조재도 시인은 ‘여는 글’ ‘따로 또 같이’에서 “민족 암흑기인 1940년대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감옥에서 순국한 이육사 시인이 평생 남긴 시가 37편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청포도> <광야> <절정>같은 작품이 그의 대표자이다. 그분의 뜻과 행적을 따르자는 의미에서,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내어 그의 시 세계를 드러내는데 40편이면 족하다는 의미에서 ‘사십편시선’이라 했고, 지금까지 37권의 시집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묶은 합동 시집 2권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는 그동안 “사십편시선”에서 시집을 발간한 시인 가운데 희망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모았다. 그러니까 ‘따로 또 같이’의 실천 결과가 이 합동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조재도 시인은 “각자 처해 있는 곳에서 시라는 이마 위 ‘별’을 함께 바라보며 각자의 걸음을 걷는 사람들이다. 시로 만나고 시로 교류하고 시의 길을 함께 걷는 늘그막 인생의 도반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린 ‘우리 식대로’ 살고 우리 식대로 시를 쓰고 우리 식대로 마음을 나눈다”라고 말했다.

《그때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는 열 명의 시인이 각각 시 여덟 편과 마지막에 산문 한 편을 묶어 총 시 팔십 편과 산문 여덟 편으로 구성하였다. 시인들은 밝은 눈으로 본 세상을 시에 담았다.

어느 교사가 죽었다구요
왜 죽었다요
자살했다고 하던데
왜 자살했다고 합디까
학생 문제로 학부모 민원을 받아서 스트레스로
무슨 학생 문제요
학생이 수업 시간에 싸우다 옆 애를 찔렀다고 하던데
그럼 학생 1명당 선생도 1명이랍디여
아니 선생은 한 명, 학생은 20명이 넘지
그럼 교장, 교감, 교육청은 뭐했답디여
교사 문제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지
그럼 자살自殺이 아니라 타살他殺이네요.(나종입 시인 “자살自殺에 대한 명상” 전문)

 

가이아 자궁이 만신창이 된들
무슨 상관이랴
그들 몫이거늘
눈보라 분분이 날리는데
밤은 깊어오고
신神의 발자국 어지러워졌으니
무엇을 더 생각하랴
불 끄고 눈이나 붙이자
날 밝으면 포세이돈 남근도 잘릴 터,
무슨 상관이랴
노란* 핏물 오대양을 넘실거린들
무슨 상관이랴
내일은 내일의 태앙,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후쿠시마, 오직 너의 시련일지니* * (박용주 시인 “무슨 상관이랴” 전문)

* 방사능의 상징 색깔
* * 김민기의 노랫말 ‘아침이슬’에서 빌림

 

늘그막 인생의 도반들이 이렇게 시집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재도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일 년에 한 번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하는 이런 일을 해보려고 한다. 젊은 시절을 격정의 세월에 흘러 보내고, 시골 변방에 파묻혀 청탁은커녕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혼자만의 시 쓰기 작업을 우린 이런 식으로라도 서로 확인하고 위안해 보자는 것이다.”

늘그막 시인들이 내년에 어떤 시를 써서 시집을 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