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편-무리211201, 2021,  120x112cm. 사진 헤드비갤러리
박성욱, 편-무리211201, 2021, 120x112cm. 사진 헤드비갤러리

헤드비갤러리는 분청작업하는 박성욱 작가와 전통적인 민화와 자연을 동일시하며 작업하는 이금영 작가 2인전《고요한 만남》을 10월 7일(토)부터 개최한다.

박성욱 작가는 분청 작업으로 공(空), 간(間)의 켜를 기억한다. 작가는 분청 기법 중에서 분장 기법으로 작업을 한다. 이는 묽게 희석한 분장토에 기물을 담갔다가 꺼내는 덤벙분청기법으로 바탕흙과의 밀착도를 염두에 두고 재료를 탐구하여 자연스럽게 흙물이 흘러내리면서 섞이게 하는 방식이다.

박성욱, 편-무리221001, 2022,  120x112cm. 사진 헤드비갤러리
박성욱, 편-무리221001, 2022, 120x112cm. 사진 헤드비갤러리

작가는 모든 감각을 열고 재료 수용의 과정을 거친다. 충분히 반죽한 흙으로 도판을 만들어 작은 조각으로 잘라 이를 가마에서 불로 구워 편(片)을 만든다. 이렇게 작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편은 엇비슷한 크기와 형상, 색채 등의 요소를 반복하며 일정한 배열을 갖춰 통일적 전체를 형성한다.

박성욱 작가는 아이의 새끼손가락만한 도자 편을 위아래로 빼곡하게 이어 붙여 산이나 바다, 달항아리 같은 특별한 형상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수행'하듯 작업을 하여 화폭을 메워 나가는데, 완성된 작업은 한국의 단색화를 연상하게 한다.

박성욱, Bluemoon 17902, 2017,  90x90cm. 사진 헤드비갤러리
박성욱, Bluemoon 17902, 2017, 90x90cm. 사진 헤드비갤러리

각양각색의 개체에 일목요연한 질서를 부여하고 고정된 형식 속에서 자유로운 변화와 유동성을 표현한 작품은 마치 유기적인 조직을 이루고 목표와 삶을 공존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헤드비갤러리 전시는 작가의 25년 예술 세계를 서로 연결하며 변화와 연속성을 확인하여 박성욱 작가의 예술을 하나의 조형 세계로 온전히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이금영, 고양이, 2023,  Ceramic, 20x20cm. 사진 헤드비갤러리
이금영, 고양이, 2023, Ceramic, 20x20cm. 사진 헤드비갤러리

이금영 작가는 전통적인 민화와 자연을 동일시하며 작업의 근간을 다져간다. 그리는 이에게 자유로움을 허하고 취하는 이도 만족할 수 있었던 풍요로운 시대의 산물인 전통적인 민화에 심취되었고 자연의 꽃과 고양이를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

작가는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분청사기(粉靑沙器)의 기법 중에서 박지기법으로 작업을 한다. 분청사기의 태토(胎土)로 그릇을 빚은 다음 전체에 백토(白土)로 분장을 하고 긁어낸 뒤에 유약을 발라 문양을 나타내는 독특한 분청사기의 맛을 나타낸다.

이금영 작가의 <분청채색 시리즈>는 도자판에 꽃과 나무, 집이 어우러진 그림을 그리고 소담한 컬러로 채색한 작업이다. 사물을 전면에 배치하고 개별적인 요소들 사이를 이어주며 통일감과 변화를 동시에 준다. 책상에 내려놓거나 벽에 걸어 두면 오브제 같기도 그림 같기도 하다.

이번 헤드비갤러리 전시에서 다양한 시도로 작업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어린아이와 같은 자유로움을 가지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면면히 살펴볼 수 있다.

박성욱 작가와 이금영 작가 2인전《고요한 만남》은 해드비갤러리에서 11월 4일(토)까지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