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in Smoking, 2023, 캔버스에 유채, 45.5x37.9cm. 사진 갤러리에스피
Chain Smoking, 2023, 캔버스에 유채, 45.5x37.9cm. 사진 갤러리에스피

박다솜 작가의 개인전 《납작한 불 Flat Fire》이 7월 18일(화)부터 8월 17일(목)까지 갤러리에스피에서 진행된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전시를 준비해 온 겨울과 봄 동안의 결과물로, 한여름에 진행하는 전시 기간과 상응하기도 대치되기도 한 ‘열’을 주제로 다룬다. 줄곧 사람의 신체를 작품의 주된 소재로 삼아온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열의 움직임과 태도에 따라 모이고 흩어지는 몸 사이의 상관관계를 시각화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불이라는 전형적인 형상을 불가피하게 사용하는데,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그리는 것이 작품 안에서 충분한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지 깊이 고민했다. 그 결과 평면성의 자유를 획득함과 동시에 그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는 ‘납작한 불 (Flat Fire)’이라는 방법을 택하였다.

박다솜 작가는 “낭만적인 방식 대신 모든 한계를 직시하며 물에 빠진 자신을 건져내는 생쥐 같은 모습을 덤덤히 그려내고 싶다”라고 말한다.

추운 사람들Cold People, 2023, 종이에 유채, 57.5x114.7m. 사진 갤러리에스피
추운 사람들Cold People, 2023, 종이에 유채, 57.5x114.7m. 사진 갤러리에스피

작가는 줄곧 ‘꿈의 방법론’이라는 독창적인 이론을 전제로 작업해왔다. 영원하지 않은 만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택한 방식이다. ‘꿈의 방법론’은 꿈이라는 허용된 특권 안에서 마음껏 대상을 변형하고, 파괴하며 현실의 한계를 탈피할 수 있게 한다. 이 방식을 작가는 ‘몸’이라는 주제에 주로 적용한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레이어를 포괄하는 것이 ‘몸’이라는 덩어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몸’은 그림 안에서 가장 빠르고 손쉽게 읽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신체의 일부를 마음껏 해체해 놓은 그림 속 내용 또한 작가가 붓질을 멈춘 직후부터는 결국 하나의 ‘몸’으로 존재한다.

시네마Cinema, 2023, 종이에 유채, 66x104cm. 사진 갤러리에스피
시네마Cinema, 2023, 종이에 유채, 66x104cm. 사진 갤러리에스피

사각의 캔버스 대신 비정형의 찢어진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 역시 ‘꿈의 방법론’에서의 무질서 중 일부이다. 그림을 그리기 이전 바탕의 역할을 하는 이 비정형의 종이는 애초부터 사각의 현실과 반대되는 역(逆)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삐뚤삐뚤한 종이를 작업실 벽면에 종이테이프로 고정하여 마치 벽화를 그리듯 작업한다. , 완성하여 벽에서 떼어내 바닥에 눕혀놓고 나면 작품은 그제서야 부피감을 획득한다. 부피감을 겨우 확보한 작품이 다시 전시장 벽에 걸리기 위해선 판넬을 작품 뒤에 덧대는데, 판넬의 두께만큼 생겨나는 작품의 물리적 깊이는 전시장의 조명과 만나 비로소 완전한 부피감을 갖추게 된다.

추운 그림Cold Drawing, 2023, 종이애 유채, 48x48cm. 사진 갤러리에스피
추운 그림Cold Drawing, 2023, 종이애 유채, 48x48cm. 사진 갤러리에스피

울산에서 태어난 박다솜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박다솜 작가의 개인전 《납작한 불 Flat Fire》는 갤러리에스피(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44가길 30)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