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눈, 돌인간들(약탈자), 캔버스에 아크릴릭, 72.2x91cm. 이미지 리플랫
오목눈, 돌인간들(약탈자), 캔버스에 아크릴릭, 72.2x91cm. 이미지 리플랫

전시공간 리플랫은 오는 7월 14일부터 8월 5일까지 전속작가 오목눈의 두 번째 개인전 《지금 이럴 때가 아냐》를 개최한다. 그간 자수와 터프팅 등 섬유 작업에 집중했던 오목눈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회화를 선보인다. 작년 《내가 망한다고 했지!》에서 일상 속 불안감을 인류멸망의 전조라 해석하며 자신의 예언을 수놓은 자수를 선보였던 오목눈은 이번 《지금 이럴 때가 아냐》에서 특유의 만화적 문법을 가미한 회화에 도전한다. 회화 작품 25점을 볼 수 있다.

오목눈, 구멍난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른들···, 캔버스에 아크릴릭, 35x24cm. 이미지 리플랫
오목눈, 구멍난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른들···, 캔버스에 아크릴릭, 35x24cm. 이미지 리플랫

그는 기후 위기, 전쟁 등 지구 종말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작금의 상황을 특유의 재치로 승화하여 사회문제에 공감과 이해를 유도한다.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운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이기심을 시사한다. 집 모양의 몸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집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려는 ‘집인간’은 부동산 투기 문제를, 나무와 광석을 잔뜩 지닌 채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는 ‘돌인간’은 한정적인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하는 기업가를 상징하는 식이다. 이처럼 만화를 연상시키는 과장된 묘사와 작품 전반의 밝은 색채는 오목눈 특유의 익살스러움 돋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오목눈, 춤추는 사람들, 캔버스에 아크릴릭, 60.6x50cm. 이미지 리플랫
오목눈, 춤추는 사람들, 캔버스에 아크릴릭, 60.6x50cm. 이미지 리플랫

푸른 산, 노을이 지는 언덕 등 평화로운 자연 풍경을 뒤로한 채 분투하는 인물들은 여러 사회문제에 앞서 당장의 안위부터 걱정하는 우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온실가스 배출을 우려하면서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무더위에 결국 에어컨을 켜는 것처럼, 밀려드는 일상의 파도는 우리를 현재에 안주하게 한다. 오목눈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자신과 우리에게 ‘지금 이럴 때가 아냐’ 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오목눈 작가는 섬유예술학을 전공한 후 실과 바늘로 불안에 관련한 경험을 표현한다. 최근에는 그림을 그리며 자수에서 회화로 표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비극적인 상황과 대비되는 만화적 문법을 즐겨 사용하고 이를 통해 보는 이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목눈 작가의 제2회 개인전 《지금 이럴 때가 아냐》은 전시공간 리플랫(서울시 중구 세종대로16길 27, 402호)에서 7월 14일 ~8월 5일 전시 기간중 수~토요일 오후 1시~7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