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잉아트(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325길 9 B1)는 2022년 첫 전시로 미디어 아티스트 강주형, 이승훈, 그리고 이 둘이 함께하는 프로젝트 팀 ‘강이’ 작가의 <on the table> 전을 1월 19일부터 2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들은 이번에 작품들을 모두 영상으로 전시한다. 

강주형, 도시 산책(A city walk), 시간-회화(Single channel video), 2160p, 1분30초2021. [사진=도잉아트]
강주형, 도시 산책(A city walk), 시간-회화(Single channel video), 2160p, 1분30초2021. [사진=도잉아트]

 

애니메이션에서 이미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아우르는 사건의 내용과 전개이지만, 작가의 회화에는 내러티브가 전적으로 부재한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강주형 이승훈 두 작가는 실제보다 더 실제하게 그려낼 수 있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들의 작품 속 형상들은 투박하고 거칠게 움직인다. 사람들이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짧은 장면의 무한 반복으로 프레임이 몇 개가 빠진 듯 거친 화면들이 눈에 띈다.

강주형 작가는 작업 초기에는 무엇을 그려야 되는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움직일지를 고민한다. 움직임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이 그려지는 동시에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멈춰 있는 사물들에서 움직임을 발견한다. 매일 반복하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 달리는 자동차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화분의 식물의 움직임을 포착해 리듬을 만들어내고 레이어를 쌓는다. 작가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시선을 따라가며 산책하듯 상(像)들을 발견하고 캔버스라는 책상 위에 올려다 놓아 본다.

이승훈, 늑대-인간들의 방 the room for werewolves, 시간-회화(4K single channel video), 2020. [사진=도잉아트]
이승훈, 늑대-인간들의 방 the room for werewolves, 시간-회화(4K single channel video), 2020. [사진=도잉아트]

이승훈 작가는 언제부턴가 주번의 모든 사물이 온통 욕망을 들끓게 하는 것들로 보이기 시작하고 그 굴레에서 빠져나와 자유롭고자 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도 망상이란 사실을 깨달은 뒤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그 욕망에 철저히 마주하는 것’ 그 방법은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당장 앞에 놓인 작은 붓을 들고 욕망에 이끌리는 사물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가느다란 붓으로 직조하듯 지어 나가면 화면 속 사물들은 원래의 모델과는 점차 멀어져 간 새로운 모습으로 가득 채워나간다.

이승훈, 일차적 욕망전도 the complete map of Eros, 시간-회화(4K single channel video), 2018. [사진=도잉아트]
이승훈, 일차적 욕망전도 the complete map of Eros, 시간-회화(4K single channel video), 2018. [사진=도잉아트]

 

두 작가는 미디어아트 홍수의 시대에 과도한 테크닉보다 사물들의 본질에 주목한다. 서사 없는 화면 속에서 서사를 찾게 하고, 짧은 루프 장면을 무한히 바라보게 한다. 작가들이 캔버스라는 책상 위에 올려 둔 수많은 상(像)을 함께 발견해 보는 기회이다.

도잉아트 1월 전시 '온더테이블' 포스터. [사진=도잉아트]
도잉아트 1월 전시 '온더테이블' 포스터. [사진=도잉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