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브레인 잡지 편집장을 하면서 만났던 인물들 중 뇌를 잘 쓰는 대표적인 인물을 소개하는 인터뷰한 적이 있다. 올해 15주년을 맞는 <브레인> 매거진을 통해 그동안 만난 사람을 떠올려보다, 인터뷰에서는 구글에 명상을 도입한 차드 멍탄과 광고천재 이제석을 꼽았다.

차드 멍탄은 구글판 명상프로그램 ‘내면검색 프로그램(Search Inside Yourself)’을 개발, ‘검색’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구글에 동아시아 명상을 도입한 인물이다. 그가 한국을 처음 방문한 2013년, 나는 <브레인> 편집장으로 직접 만났다. 

장래혁 교수(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장래혁 교수(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인터뷰를 시작하자 오히려 차드 멍탄이 “한국에서는 명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종교적 수행이나, 건강법으로만 생각하나요?”라고 먼저 물어서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구글에 명상을 처음 도입할 당시 직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를 바 없어, 이것을 어떻게 깨야 할지 고민했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당시 구글의 명상프로그램이 마음챙김명상 개발자인 존 카밧진 교수와 EQ(감성지수) 개발자 다니엘 골먼, 티베트의 고승들 그리고 다수의 신경과학자 등이 참여해 개발한 것이니 동서양의 명상을 혼합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에서 차드 멍탄의 마인드가 느껴졌다.

“지혜는 지혜일 뿐입니다. 서양의 지혜가 동아시아에 다른 용어로 똑같이 존재합니다. 지혜는 세계 어느 곳에나 존재합니다.”

미국에서 많은 사람이 마음챙김에 대해서 말하지만, 기업에서 직무역량 차원으로 적용한 것은 사실상 구글이 선도적인 것으로 이는 차드 멍탄 덕분이었다. 근무시간 중 20%를 각자의 관심 영역에 투자하도록 한 구글의 규칙 속에서 그는 세계평화를 위해 평생을 보내겠다는 목표로 명상을 도입하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기존에 틀에 머물지 않았던 그의 의식이 구글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준 셈이다.

지금은 구글을 비롯해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기업이 즐비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컨퍼런스 ‘위즈덤 2.0’ 단골 소재 역시 ‘명상’이다. 명상을 대부분 종교적 수행법이나 건강관리 차원에서 인식하는 동아시아와 달리 서구에서는 역량계발 차원에서 접근한다.

언제나 검정색 옷을 즐겨 입었고, 창조적 에너지로 넘쳤던 스티브 잡스가 가졌던 단순함과 직관적 사고의 원천에도 동아시아 선불교 명상의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1991년 신부 로렌 파월과의 혼인서약 당시 주례가 선불교 오토가와 고분 선사였으며, 잡스는 2002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영적 스승으로 모셨다.

20대에 광고천재로 불렸던 이제석 대표는 어떠할까. 20대 후반 나이에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는 클리오 어워드 동상, 미국광고협회의 애디 어워드에서 금상 2개 등 1년간 국제 광고제에서 29개 상을 휩쓸었다. 뒤이어, 2009년 이제석광고연구소를 설립, 기존 광고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지금까지도 공익광고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제석 대표와는 2010년 한국에 왔을 당시 여러 차례 만났고, 이후 유엔공보국(UN-DPI) 비영리국제단체인 국제뇌교육협회를 통해 이듬해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뇌교육 세미나에 이 대표를 초청하는 등 계속 교류하였다. 

어릴 적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그가 도대체 어떻게 20대의 나이에 세계 광고제를 휩쓸었을까 하는 대중의 궁금증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부분 해소되었다.

‘창의적 태도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든다’라는 이제석 대표가 강조하던 말에 많은 것이 숨어 있다. 이 대표는 창의적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는 능력보다 습관화된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은 태도나 습관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뇌교육적 원리상 핵심은 여기에 있다. ‘태도(attitude)’는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태도란 몸과 마음의 상태가 외부로 나타나는 것으로, 내재된 인간의 역량을 의미하는 요소이다. 창의성은 결코 한 순간에 발현되지 않고,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학업 성적으로 평가되던 어린 시절 사회적 기준과 평판 때문에 스스로를 주눅 들게 하지 않았다. 그러한 대범함(?)으로 무장된 어린 시절은 그에게 멍 때리던 시간의 축적을 하게 했고, 오늘날 광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브레인스토밍과 명상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두뇌에 입출력의 자극 없이는 뇌는 변화하지 않는다. 고교 시절 자신의 그림 재능에 눈을 뜨고 입학한 대학 4년간, 단 하루로 쉼 없이 보냈다는 치열함의 시간이 그를 뒤늦게 단련시킨 셈이다. 어린 시절의 대범함은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 이후 몰입적 경험을 이끄는 원천이 된다.

“광고 작업 중에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밤을 세워 일하지 않으며, 설레는 기분 좋은 뇌 상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목표로 하는 것,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뭐랄까 초자연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말 속에 뇌를 잘 쓰는 원리가 녹아 있다.

‘뇌는 훈련하면 변화한다.’ 인간은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변화하는 고등생명체이다. 유전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유전자 발현에 매우 중요하다. DNA는 어떠한 환경에 스스로를 놓고, 훈련하느냐에 따라 발현 여부와 그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인드 체인지’에서 수전 그린필드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브라이언 콜브의 연구를 요약하면서 신경가소성에 대해 “뇌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든지, 당신의 미래도 바꾼다. 당신의 뇌는 유전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쌓이는 경험을 통해 조각되는 것이기도 하다. 경험은 뇌 활성을 바꾸며, 그 변화는 유전자 발현 양상을 바꾼다. 눈에 보이는 행동 변화는 모두 뇌에 일어난 변화의 반영이다. 반대로 행동은 뇌를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뇌는 기본적으로 반복적 훈련으로 변화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 치열함이 먼저이다. 신경망이 강화되는 원리상 반복적 입력은 기본적인 작용이고, 그 다음이 몰입적 경험이다. 반복적 훈련은 뇌를 강화시키고, 몰입적 경험은 뇌를 점프시킨다.

미국의 저명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몰입경험을 ‘flow’라 말하며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잊어버리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마저 잊어버리는 심리적 상태라고 표현했다. 마치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며, 몰입의 순간은 엄청난 파워를 만들어낸다.

그의 저서 ‘몰입의 발견’에 보면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활동의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실력이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누구나 어떤 활동에서도 몰입을 맞보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나와 있다.

가끔 중고교에 멘토 특강을 나가면, 듣는 질문이 있다. “성인이 되면 쓰지도 않을 미적분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안되나”, “나는 oo 과목이 싫다” 등.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써먹지 않는 내용이 많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두뇌발달 차원에서는 틀린 말이다.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동물은 태어나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뇌기능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성인만큼의 뇌기능을 쓰려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체, 정서, 인지사고 체계의 두뇌발달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특별함을 갖기 때문이다.

국어와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언어영역을 바탕으로 종합적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과정이고, 수학은 수리적 사고체계를, 과학은 자연과학적 원리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인간만이 갖는 오랜 기간의 성인기 발달과정 속에 그러한 신경망 체계를 얼마나 강화하느냐가 결국 성인 이후의 뇌 활용에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0-20대 시절 두뇌에 가장 안 좋은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있어도, 뇌는 자동적으로 발달과정을 겪는다.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문제는 내부 공사가 어떤 식으로 되느냐의 차이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르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 역시 적합하지 않다. 달리다 보면 성취를 얻는 것이 있고, 성취가 생기면 그 다음이 보이게 된다. 스스로의 장점과 가치를 온전히 발견하면 좋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중에 무엇인가를 제대로 하려고 할 때 뇌가 제대로 세팅이 안 되어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기초 토대는 제때 단단히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 두뇌발달 기제를 지속적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도록 하는 것일까. 

구글에 명상을 도입한 차드 멍탄, 광고천재 이제석에게서 치열한 훈련과 축적된 경험만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그 원천적 무엇이 핵심이다. 인간의 뇌는 방향성을 원하며, 크고 가치 있는 목표일수록 재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사람과의 상호작용보다 스크린과의 대화에 익숙한 인류 첫 세대가 출현한 시대. 사색은 하지 않고, 눈을 감으면 잠을 자고 상상을 하지 않는 사회로의 진입은 가속화될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 속에서 ‘나’를 잃어버리는 시간은 더욱 많아질 것이고, 외부로부터 뇌에 들어온 정보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반복적 훈련은 뇌를 강화하고, 몰입적 경험은 뇌를 점프하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뇌를 움직이는 것은 ‘지금의 나’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된다.

“지금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나요?”

브레인셀럽: 뇌를 잘 쓰는 법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