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라 해도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보러가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7월 16일 (사)우리역사바로알기에서 진행한 서울시지원사업인 '서울의 관광진흥을 위한 역사문화체험'의 탐방장소인 경복궁도 비 때문에 제대로 관람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비 오는 날의 경복궁은 평소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 진하게 풍기고 훨씬 감성적이었다.  멘토의 설명 대로  정전 앞 박석 사이로 흐르는 빗물이 아름다웠다.

▲ (사)우리역사바로알기에서 16일 진행한 경복궁 역사탐방에 참가자들이 빗속에서도 경복궁을 답사했다.


 흥례문을 통과하고 근정문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궐 안에 들어서는 것이다. 궐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물은 바로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이다.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과 세자책봉식, 조회행사 등 국가의 중대한 의식을 거행한 건물이며 "천하의 일을 부지런하게 잘 다스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정문을 나와서 근정전까지 가는 길 한가운데는 주변보다 조금 높은 어도(왕이 다니는 길)가 있다.  양 옆에는 신하들이 직급별로 도열하기 위해 품계석을 세워 놓았다.

  서양식 건물의 매끄러운 바닥에 비해 우리나라의 건축물 바닥은 박석을 사용해서 울퉁불퉁한데 그것에도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비가 올 때 박석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어 정전 앞마당에 물이 넘치지 않게 하였으며 바닥을 약간 경사지게 만들어서 빗물을 한 곳에 모이게 하였다. 그날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운 좋게도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또한 신하들의 신발은 모두 가죽으로 만들어서  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데 박석은 미끄럼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렇듯 바닥을 만드는 데에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성을 들인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 경회루는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근정전 내부를 들여다보면 왕이 앉는 어좌가 있고 왕의 신성과 위엄을 강조하기 위해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 병풍을 놓았으며 천장에는 왕을 상징하는 용과 함께 웅장하고 화려한 조각으로 왕의 공간을 장식한 용무늬 장식을 새겼다. 경복궁의 중심답게 근정전은 근엄하고 웅장하면서 화려한 모습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그 다음은 경회루로 향했다. 경회루는 외국의 사신을 접견하는 곳이자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베푸는 곳이다. 경회루는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연못 안에 세운 건물의 모습밖에 볼 수 없었다. 경회루 안에서 바라보는 북악산, 인왕산 등 경복궁 주변의 모습은  마치 그림작품처럼 보인다. 4년 전 경회루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특별관람기회가 있었다. 경회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보는데 창문처럼 뚫어놓은 부분의 가장자리가 아름답게 조각되어 마치 풍경이 액자 속에 들어가 있는 그림 같았다. 정말 큰 규모와 멋진 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회루에 얽힌 구종직의 이야기와 건축가 박자청 이야기를 듣고 항상 실력을 갖추고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왕의 침전인 강녕전으로 이동하였다.

▲ 교태전 뒤편에 있는 아미산 화계는 왕비를 위한 공간이다.

‘강녕’은 오복 중의 하나로 건강을 뜻한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여 나라와 백성들까지 두루 살필 수 있기를 기원한 것이다. 왕이 잠을 자고 식사를 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졌던 곳이며 임금의 높은 신분을 상징하기 위해서 지붕에는 용마루가 없다.
강녕전이 왕의 침전이라면 교태전은 왕비의 침전이다. 특히 뒤쪽에 마련된 후원이 인상적이었는데 경회루의 연못을 만들면서 퍼낸 흙을 모아 4개의 ‘꽃 계단’으로 축조한 것이라 아미산 ‘화계’라고 이름을 붙였다. 궁귈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향원정은 왕과 그의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가 이곳인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미술학원 등 풍경화를 그린 그림에는 어김없이 이곳 경복궁의 향원정이 등장하는 것도 그 이유라고 하겠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향원정의 연못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 비 오는 날 경복궁은 평소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 진하게 풍기고 훨씬 감성적이었다. 답사 후 기념촬영을 했다.

경복궁은 한마디로 말하면 잘 만들어진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멋진 모습에 감탄하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한 곳이 바로 이 경복궁이다. 어쩌면 흔히 알고 있는 곳이라서 더 관심을 쏟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외국 관광객들이 이렇게 많이 찾는다는 것을 직접 보고나니 경복궁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 뛰어난 가치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찢겨진 날개 한 쪽이 다시 붙여지듯 하루 빨리 손실된 건물들이 모두 복구되어서 힘찬 날갯짓을 펼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