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에 첫 칼럼을 쓴 후 약 2년 8개월 동안 76편의 칼럼을 쓰면서 필자가 읽고 나누고 싶은 책들을 소개했다. 최근 4개월 동안 개인 사정으로 칼럼을 쓰지 못해 오랜만에 다시 쓰려니 다소 서먹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다시 글쓰기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지난 4개월간 칼럼은 쓰지 않았지만 많은 책을 읽었다. 사실 연간 100권 읽기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매번 이르지 못하고 70권 내외에서 머물곤 했다. 지난 2015년에 드디어 100권 읽기에 성공했다. 올해도 ‘100 Books’에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새해 처음으로 선택한 책이 《사피엔스》이다. 현대인은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로 알려졌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화석의 발굴 연대에 따라 인류의 기원인 선조들의 학명을 정했다. 

▲ 《사피엔스》김영사.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 ‘호모 사피엔스’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현대인을 그냥 ‘사피엔스’라고 통칭하는 이유에는 깊은 뜻이 있다. 요지는 현생 인류도 다른 유인원이나 동물군과 다를 바 없이 여러 속(屬) 중의 하나였고, 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종(種)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적으로는 모든 걸 증명할 수 없지만 인류가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를 던지면서 인류사의 흐름과 미래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과 나름의 근거, 그리고 뛰어난 상상력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왜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가 아니라 사피엔스 종만이 살아남았는가? 사피엔스는 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 되었는가? 등의 질문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해답을 구하고 있다. 6백 쪽짜리 책이라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면 손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흡인력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떠올랐다. 그런데 책의 뒷면에 제레미 다이아몬드가 "역사와 현대 세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책,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쓴 짧은 추천사가 있었다. 대학자는 역시 뛰어나 후배 학자를 알아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2011년 저자의 조국인 이스라엘에서 출판된 이후 세계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서 각국에서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제 한국에서도 곧 《총, 균, 쇠》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저자는 인류 문명사에 3가지 중요한 혁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가 인지혁명이고, 둘째가 농업혁명, 마지막이 과학혁명이다. 인지 혁명은 사피엔스 종이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를 습득한 이후 강력한 집단이 되었다는 것이고, 농업혁명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게 된 계기와 배경, 그리고 성과를 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혁명은 인류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믿고 있지만 과연 이런 발전이 인류에게 행복을 주었는지 등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조금 오싹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저자가 예상하는 미래의 인류 모습이 바람직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은 《총, 균, 쇠》 이후 인류사의 흐름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앞으로의 방향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는 의미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을 책이 될 것 같다. 인류의 행복과 미래를 고민하는 독자들이라면 강력하게 일독을 권한다. 
 

 


글. 우종무 (주)HSP컨설팅 유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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