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경기도 수원시 중소기업지원센터 경기R&DB센터 1층 대교육실에서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경기남부지역 인성영재 꿈·진로 토크콘서트’가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부터 홍보, 강연자 섭외까지 주도적으로 준비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30여 명의 학생들은 벤자민학교 입학 후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한 점을 전시, 공연, 발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다. 이번 토크콘서트 총기획자 김현수 양(17)을 만나 보았다.

 10대들이 직접 기획한 ‘인성영재 꿈·진로 토크콘서트’에 200여 명 몰려 (기사보러가기 클릭)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기남부학습관 김현수 양(17) (사진=전은애 기자)


- 10대 청소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능숙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 혼자 한 게 아니라 진웅이 오빠, 유진이 언니, 재승이 오빠까지 4명이 프로그램을 구성했고, 경기남부학습관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습니다.

매월 열린 학교워크숍 때 오셨던 멘토 중 우리가 다시 뵙고 싶은 멘토님을 선정해 강연을 해 주실 수 있는지 연락드렸고 기꺼이 응해 주셨어요. 오히려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며 매우 반가워하셨죠. 또한, 학부모 간담회 때 오신 부모님 중 큰 감동을 주신 부모님들께도 연락드렸더니 흔쾌히 오셨고요. 1기 선배들은 연락처가 없어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섭외했습니다.

▲ 사진 왼쪽부터 이유진 양(18), 김현수 양(17), 이재승 군(18), 허진웅 군(18) (사진=전은애 기자)

- 학창시절 반장이나 회장을 도맡아 했을 것 같네요

중학교 때까지 앞에 나서는 편은 절대 아니었어요. 벤자민학교 입학 후 새롭게 발견한 재능이죠. 벤자민학교 친구들과 사회참여 발표 대회를 준비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하면 될지가 그려지고, 당황하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등 상황 전체를 보는 시야가 또래 친구들보다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토크콘서트 때도 한 번 해보겠다고 도전하게 되었죠.

- 벤자민학교 다니면서 숨어 있던 리더십을 발견한 거네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벤자민학교에 입학했어요. 1년 동안 꼭 성장하고 달라지겠다고 약속하고 왔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건 정말 열심히 했어요. 식당 서빙 아르바이트, 4박 5일 제주도 배낭여행, 10월에는 같은 학습관 명진이 언니와 4박 5일 간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마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난 8월에 갔던 필리핀 해외봉사활동이었어요. 필리핀 시골 마을에 가서 페인트칠도 하고 청소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때 세상을 보는 눈이 커진 것 같아요. 다른 사람 대할 때 편견이 없어지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죠. 그 후로 친구들뿐만 아니라 언니, 오빠들과도 의사소통하는 것이 수월해진 것 같아요.

▲ 김현수 양은 필리핀 해외봉사와 자전거 국토종주 등 벤자민학교에서의 6개월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살았다.

-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부모님께 장문의 편지를 썼다고 들었어요

처음 벤자민학교 입학할 때 부모님께서 몹시 반대하셨어요. 아, 나는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죠. 그러다 지난 겨울방학 때 논술학원 선생님이 너희 나이 때에는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다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생각났어요. 마음 접고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빠한테 벤자민학교 가고 싶은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편지지 2장을 빼곡히 채워 썼습니다. 1차 전형은 놓쳐 2차 전형 때 겨우 입학 원서를 냈죠.

- 힘들게 노력한 만큼 현수 양이 벤자민학교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지금까지 나를 너무 포장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포장지 속의 진짜 나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말해주기 위한 꿈이 아니라 진짜 나의 꿈을 찾고 싶었어요.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16년을 살았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남은 84년 중에 1년이면 인생의 1%에 불과한데, 이 시간 동안 '김현수'라는 사람을 99%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 현수 양은 꿈을 찾았나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연구원이 되는 것이 꿈이예요. 누구가 그렇듯이 드라마에서 CSI를 보고 멋있어서 반했고, 국과수 정희선 원장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으로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표창원 박사님의 강연을 갔었어요. 강연 끝나고 사람들이 싸인을 받기 위해 줄을 길게 서 있었는데 저는 1~2분 정도만 시간 내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표창원 박사님께서 1분 30초 주겠다 하셨어요. 하하하. 저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소개도 드리고, 과학수사에 관심이 많은데 진로에 대해 여쭤볼 멘토를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더니 즉석에서 어떤 분의 연락처를 알려주셨어요.

▲ 표창원 소장(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과 김현수 양. (사진=김현수 양 제공)

- 남은 학교 생활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요?

경기남부학습관 친구들과 오는 11월 13~15일 수원시 팔달구청 근처 좋은사람들 아트센터에서 '벤자민 페스티벌'을 개최할 거예요. 저도 그렇지만 친구들 모두 벤자민학교를 통해 미처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이제 그것을 표현할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어요. 우리 학생들이 그동안 경험하고 발견한 많은 것들을 전시, 공연 등으로 표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