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뇌의 10%만을 사용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이론은 대중 심리학에서 가장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오해다. 이 근거 없는 '10% 신화' 때문에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비롯해 숨겨진 뇌의 능력을 개발시킨다는 기구들이 큰 인기를 끄는 것 같다.

영화 <루시>는 주인공이 강력한 합성 약물로 인해 자신의 뇌를 100% 쓰게 되면서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누구나 아직 개발되지 않은 뇌의 잠재력이 있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다. 영화 속 루시처럼 타인의 행동까지 자유롭게 조종하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살 수 있다면 말이다.

▲ 영화 '루시'의 한 장면.

그러나 안타깝게도 살아있는 인간의 뇌를 촬영해 보면 뇌는 쉬지 않고 활동한다. 심지어 깊이 잠들어 있을 때마저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고, 필요한 기억은 오랫동안 저장하도록 분류한다.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미국 심리학의 개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조금밖에 발휘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썼는데, 사실 이 말이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1936년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서문에 '사람은 뇌의 10%만을 사용한다'는 윌리엄 제임스의 주장이 담기면서, 마치 우리 인간은 뇌의 10%만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처럼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21세기 뇌과학이 밝혀낸 가장 놀라운 발견 중 하나는 인간의 뇌는 환경과 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는 ‘뇌 가소성의 원리’이다. 그 사람이 주로 어떤 활동에 종사하고 어떤 취미활동을 하며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뇌는 필요한 신경망을 유지하고 도태시킬 것인가를 결정한다.

10%만 사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뇌 속에 저장된 정보들을 활용하는 건 오로지 뇌의 주인 몫이다. 손가락 몇 번 터치만으로 얼마든지 정보를 검색해서 알 수 있는 환경에서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응용해서 창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융합'과 '통합'이 강조되는 듯하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