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눌지왕 때의 충신 박제상이 쓴 역사서 『징심록澄心錄』의 한편인 <부도지符都志>를 보면 우리 민족의 오래된 창세설화인 ‘마고성麻姑城 이야기’가 나온다. 마고성 이야기에서 나는 지구경영의 희망을 발견하였다.

아주 오래 전 천지창조는 율려律呂로 일어났다. 율려를 통해 별들이 생기고 우주의 어머니 마고가 잉태되고 태어났다. 마고는 율려를 타고 지구를 삶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무리가 1만2천명이 넘었을 즈음, 그들은 지구상의 가장 높은 곳인 파미르 고원 한 곳에 ‘마고성’이라는 이상적인 공동체인 부도符都를 이루며 살았다.

마고성에 사는 이들은 품성이 조화롭고 깨끗하며 하늘의 소리를 들 수 있었다. 율려를 체득하여 자신과 우주가 하나임을 알았으며,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천성天性을 따라 평화롭게 살았다. 그런 이들이 어느 날 포도를 맛보고 오감이 깨어나자 맑고 순수한 본래의 천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욕망과 감정으로 서로 다투고 시기하여 마고성이 매우 혼탁해지자, 마고성의 장자인 황궁黃穹씨는 마고성을 보존하기 위해 모두가 성을 떠나 이주할 것을 명하였다.

황궁씨 자신도 네 무리 중 한 무리를 이끌고 지금의 동아시아지역에 해당하는 북쪽 천산주에 정착했다. 그리고는 마고성과 같은 이상적인 공동체를 다시 세우겠다는 복본復本의 서약과 함께 하늘의 징표인 천부삼인天符三印을 첫아들에게 물려주었다. 복본의 의미가 담긴 천부삼인은 그렇게 하여 황궁씨에서 유인씨에게 다시 한인에게로 전해졌다. 한인은 한웅의 아버지이며, 한웅은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在世理化 이념으로 이 나라를 세운 국조 단군의 아버지이다.

마고성에서 우리 모두는 한 뿌리였다.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를 따라 올라가면 하나가 되는 마고성의 그 때가 인류가 되찾아야 할 영혼의 고향이다. 복본은 마고성이라는 지리적 공간으로 회귀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태초에 인간이 가진 본래의 모습, 순수한 본성을 회복하는 의미이다. 마고성 시대에는 모든 것이 자재율自在律에 따라 이루어졌다. 인간의 행동을 구속하는 인위적인 법이나 제도가 필요 없었다. 모든 사람이 순수한 본성을 따라서 살았기 때문에 각자 자유롭게 행동을 하여도 다른 사람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평화로웠다.

오미의 변으로 본성을 잃고 감각과 욕망에 빠지면서 자재율이 파괴되자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인위적인 규칙과 제도들이 생겨났다. 하나의 규칙은 또 다른 규칙을 만들고, 하나의 시스템은 또 다른 시스템을 만들었다. 인류는 점점 더 많은 규칙들과 시스템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햇빛, 물, 공기, 온도, 지구와 같은 자연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상실하였다. 자신의 참자아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잊고 오로지 돈, 명예, 권력, 구원救援과 같은 인위적인 가치들을 중요시 여기게 된 것이다.

황궁의 복본에 대한 맹세는 단지 한 개인의 맹세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전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집단적 맹세이다. 그러한 복본의 맹세가 지금처럼 표류하는 인류문명에 나침반으로 쓰여야만 한다. 이제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잊고 지내온 복본의 맹세를 다시 기억해내고 지금 여기에, 21세기 지구에 마고성을 복원해야 한다. 인성을 회복하여, 인간사랑과 지구사랑으로 개인과 전체가 함께 완성되는 문화를 실현함으로써 복본의 맹세를 이루는 것이다. 지구경영은 우리 안에 있는 복본의 맹세를 기억하는 것이며, 우리 안의 황궁을 불러 깨우는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뇌교육 창시자
국학원 설립자
한국인 최초 美 4대 일간지 베스트셀러 작가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