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으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목록을 발표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에 덧붙여 올 여름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권한다. 특히 그의 독서생활에 주목하여 읽어보기 바란다.


정규학교를 2년도 채 못 다닌 벤자민 프랭클린. 그는 어떻게 성공했는가? 그 비결은 독서에 있다.
프랭클린은 책을 좋아했다. 글을 읽지 못했던 시절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어릴 적부터 글을 읽기 시작했다. 아버지 친구들은 프랭클린이 틀림없이 훌륭한 학자가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17명이나 되는 자녀를 먹여 살리기도 버거웠던 아버지는 그를 대학까지 보낼 수 없었다. 라틴어학교에서 자퇴시키고 작문과 산수를 가르치는 학교에 보냈으나 열 살이 되어서는 그 학교마저 그만두고 아버지의 일을 돕게 했다.
학교를 그만둔 프랭클린은 아버지와 함께 양초와 비누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지식에 대한 갈증을 그는 독서로 대신했다. 하지만 양초와 비누를 만들어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던 아버지는 프랭클린을 위해 아동용 책을 구입할 엄두도 못 냈다. 프랭클린은 우선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으로 지식에 대한 갈증을 달랬다. 어린 나이에 어른을 대상으로 한 책을 많이 읽은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신학(神學) 논쟁을 다룬 책이 많았다.

1717년 열한 살의 프랭클린은 『플루타르크 영웅전』, 디포, 매더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플루타르크 영웅전』은 여러 번 읽었는데, 프랭클린은 『자서전』에서 “지금 생각해도 굉장히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계몽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다니엘 디포(De Foe, 1660~1731)의 『기업론』과 보스턴의 청교도 목사이자 계몽주의자인 코튼 매더(Cotton Mather, 1663~1728) 박사의 『선행론』은 벤자민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훗날 그의 삶에 일어난 몇몇 중요한 사건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랭클린이 형이 발행하는 신문에 ‘사일런스 두굿(Silence Do Good; 좋은 일을 소리 없이 한다는 뜻)’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 것도 매더 박사의 영향일 것이다.

아버지의 서재 있는 책을 거의 다 읽고 또 돈이 얼마라도 생기면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그는 존 버니언(John Bunyun, 1628~1688)의 『천로역정』을 구입하여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버니언을 좋아하게 되었다. 프랭클린에 의하면 버니언은 서술과 대화를 섞어서 글을 쓴 최초의 작가였다. 이런 글쓰기 기법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때 독자들은 작품 속에 빠져들어 그 인물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다니엘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 등을 쓸 때 이 기법을 모방하여 성공했다. 벤자민은 『천로역정』을 독파하고 이를 팔아서 R. 버튼(BURTON, ROBERT or RICHARD, 1632?–1725?)의 『역사 전집』을 구입하였다. 행상인에게 산 그 전집은 사오십 권의 문고판이었다.
열두 살에 형의 인쇄소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게 될 때까지 프랭클린은 신학, 고전, 계몽주의자의 책 등 어린이들이 접하기 어려운 수준의 책으로 공부를 한 셈이다. 게다가 좋은 책이 많았다.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프랭클린은 좋은 책을 더욱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책방의 수습직원들과 친해지면서 책을 빌려 볼 수 있게 됐다. 인쇄소에 자주 들르던 사업가 매튜 애덤스가 책을 좋아하는 프랭클린을 눈여겨보고 자기 집 서재로 초대했다. 그 서재에는 상당히 많은 책이 있었는데 애덤스는 프랭클린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을 빌려주었다.
프랭클린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스펙테이터』라는 잡지를 사서 읽고 또 읽고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열여섯 살쯤 되었을 때는 트라이언이 쓴 ‘채식을 권장하는 책’을 읽고는 채식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절약한 돈으로 책을 구입했다. 채식 덕분에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먹고 마시는 일을 절제하니 머리가 맑아지고 이해도 빨라져서 공부에 큰 진전이 있었다.

그는 또 부족한 산수실력을 쌓기 위한 독서도 했다. 코커의 산수책을 독학하여 실력을 쌓았다. 그는 셀러와 셔미가 지은 항해에 관한 책, 존 로크의 『인간오성론』, 포르루아얄 학파의 『생각의 기술』을 이 무렵 읽었다. 그는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고록』을 읽고 소크라테스식 논쟁법에 매료되어 이를 꾸준히 연습하여 토론에 활용하였다.

형의 인쇄소였지만, 형은 동생인 프랭클린이 다른 직원이 일하는 것처럼 일해주기를 바랐다. 형은 자신을 주인으로, 프랭클린을 견습공으로 여겼다. 게다가 형은 성격이 불같아서 종종 프랭클린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형 아래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일이 끝난 밤이나 아침에 일이 시작하기 전, 아니면 일요일에나 가능했다. 프랭클린은 주경야독으로 좋아하는 책을 독파했고 글쓰기 연습을 했다. 일요일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빠지고 인쇄소에 혼자 남아 공부를 했다. 주말 경영을 잘한 것이다.
1723년 열일곱에 형의 인쇄소를 떠날 때까지 프랭클린은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게다가 책에서 읽은 내용을 실천하니 확실히 자신의 것이 되었다.

읽을 책이 없다고 독서를 하지 못한다고? 프랭클린을 보라. 책을 구입하지 않아도 읽고 싶은 책이 그를 찾아왔다. 직장인이라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프랭클린은 열두 살에 인쇄소 견습공이 되어 하루 종일 일했다. 그는 주경야독, 주말독서로 자신을 계발했다. 프랭클린의 뜨거운 독서열을 그의 자서전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보기 바란다. 더위가 가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