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와 한반도에 평화 정착을 위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진단과 처방을 잘 하려면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에 관한 의학적인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양의학이나 서양의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질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위한 접근 방법이 다를 뿐이다. 서양의학은 질병 중심의 의학으로서 질병을 독립된 개체로서 진단하고 처방한다. 반면 동양의학은 건강 중심 의학으로서 인체를 대우주 속에 속해 있는 자연의 일부로서 진단과 처방을 한다. 

서양의학은 질병이 제거되면 건강하다는 견해인 반면 동양의학은 스스로 건강한 것을 느끼면 건강하다는 견해를 취한다. 이러한 견해 차이로 서양의학은 주로 통증, 염증, 종양 등이 없어지면 일단 질병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동양의학에서는 입맛이 없거나 속이 답답하거나 피곤하거나 잠이 잘 오지 않는 경우 등은 모두 일단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질병의 원인과 치료도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있다. 서양의학은 질병의 원인이 감염, 염증, 종양 등과 같이 외부의 어떤 요인이 인체를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치료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동양의학은 질병의 원인이 감염, 염증, 종양 등이 아니라 스스로 허약해지거나 기(氣)의 부조화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질병이 발생한다는 견해에 따라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을 치료원칙으로 삼고 있다.

광복 70년 분단 70년을 맞이하여 정부와 많은 기관 및 사회단체에서는 동북아의 정세진단과 한반도 평화를 연구하고 발표를 한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모든 국가가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학술발표들이 더 복잡해지고 혼란해지면서 석·박사들만 양성하고 있는 것 같다.

20세기 최고의 천재 과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우리는 이제 좀 더 진실해 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진단과 접근방법이 동양적이었는지 서양적이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통일이 안 된 이유도 진단과 처방이 바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식 접근방법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진단하는 것이다. 진단이 잘 되면 처방도 쉬워진다. 한국 중국 일본의 근본을 따지자면 세 나라는 5천 년 전에는 같은 조상인 한인 한웅 단군의 후손으로서 역사와 문화와 정신을 공유했던 같은 민족이다. 한반도라는 함정에 빠져 있는 사람과 일본의 식민사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이것은 엄연한 역사적인 사실이다. 세 나라는 뿌리가 같지만 오랜 세월 흘러오는 동안 중국은 영토를 독차지하였고, 일본은 천황문화를 이어받았고, 한국은 홍익철학을 이어받았다.

대한민국이 위대하고 거룩한 것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인류까지도 살릴 수 있는 보편적인 홍익철학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1세기 인류문명을 창조하고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경전인 천부경(天符經)과 환단고기(桓檀古記), 부도지(符都誌)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한민족의 위대하고 거룩한 정신과 경전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세계사를 쓸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언어학적으로 보더라도 한국 중국 일본은 동이족의 한문을 공유한다. 그뿐만 아니라 단군시대의 가림토문(加臨土文)은 일본의 ‘신대(神代)문자’의 원형에 남아 있고, 인도의 ‘구자라트’ 문자에 남아 있고,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기초언어 구성이 동일하고, 스메르와 동일한 교착어(膠着語)로서 어근(語根)이 같다.

이를 연구하면 하나의 공통된 역사를 만들 수 있고 평화로운 지구촌 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통일이라는 것은 단지 한반도라는 작은 영토에 국한된 그런 작은 통일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온 인류가 하나의 뿌리, 한가족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정신문명을 여는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민족통일은 작은 통일이고 인류평화는 큰 통일이다.

이러한 것을 재정립하자는 것은 새로운 영토전쟁이나 역사전쟁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 및 일본 삼국이 공유하는 고대(古代) 천손(天孫)문화에 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아시아의 평화를 달성하고자 함이다. 그동안 많은 영웅호걸들은 세상을 자기식으로 바꾸려고 했다. 그렇다보니 세상은 충신들의 싸움판이 되었다. 천손문화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지구에서의 삶의 의미를 깨닫고 홍익정신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인간사랑 지구사랑을 실천하면서 조화상생하는 문화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군신화와 배달국, 환국시대는 물론 대한민국이 정리한 것이지만 유라시아 전역에 걸쳐 있었던 한민족의 역사이다. 이러한 한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우리정부가 통일을 이루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실현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25시'의 저자인 루마니아의 게오르규 신부는 물질문명으로 인간성이 상실된 절망의 시간(25시)에 인간성을 회복하고 인류를 구원할 열쇠는 홍익정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난제가 '열쇠의 나라' 한국에서 풀릴 것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모든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처방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수학자들이 수학공식들을 만들었듯이 많은 공식들이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펴낸 ‘숨 쉬는 평화학’에서 민족통일과 인류평화를 이룰 수 있는 평화의 3가지 기본원리를 소개했다.

평화를 만드는 3대 기본원리는 구심력(求心力)과 원심력(遠心力)의 원리, 공전(公轉)과 자전(自轉)의 원리, 공평(公平)과 평등(平等)의 원리이다. 평화를 만드는 3대 기본원리는 우주의 법칙이기도 하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하면서 공전한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도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 우주의 모든 현상은 개별적인 듯하나, 모두 구심점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질서가 있고 조화와 상생의 원리가 있다.

작은 조직은 작은 조직대로 큰 조직은 큰 조직대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때, 그 조직의 생명이 유지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 만약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이상이 있다는 징후로 나타난다. 3대 원리에서 중요한 것은 각 원리의 순서이다.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 우선되어야 하고, 자전보다 공전이, 평등보다는 공평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모든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평화의 3대 원리를 실천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수 천 년 내려 온 사회시스템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이 21세기 아시아의 등불이며 세계 정신 중심국이 되기 위해서는 큰 원리를 중심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리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부산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목적지까지 쉽게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이 없이 그냥 간다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① 구심력과 원심력의 원리
구심점이 없으면 원심력은 생겨날 수 없다. 구심력은 원심력이 잘 발휘될수록 더욱 강해진다. 우주의 창조가 이루어질 때 구심력이 존재하며 그 창조의 질서와 조화의 원리가 이어지면서 원심력이 생겨났다. 이 같은 원리는 조직에도 적용된다. 회사나 국가, 단체에도 중심이 있어야 한다. 중심을 기준으로 조직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순서가 바뀌면 사회의 질서가 깨진다. 구심력과 원심력의 조화야말로 조직과 단체가 함께 성장하는 비결이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평화정책을 위한 구심력은 모든 정책의 바탕에 홍익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간사랑 지구사랑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② 공전과 자전의 원리
공전과 자전의 원리는 전체라는 큰 중심을 향한 공전과 개인의 성장을 위한 자전이 조화롭게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전을 이루는 속에서 자전을 이루는 것이 상생의 순서이다. 공전이 공적인 마음을 바탕으로 둔 것이라면, 자전은 사적인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심에 앞서 공심을 잃어버리면 개인적 이기주의가 발동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갈등, 대립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집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인 다툼에서부터 집단 간 투쟁,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는 이기주의 가치체계는 공전을 무시하고 자전을 먼저 선택한 발상의 결과이다. 우리 모두는 운명적으로 지구를 타고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국가의 국민이기 전에 지구시민으로서의 공적인 가치체계를 가져야 한다. 강대국들은 싫어하겠지만 좋은 지구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③ 공평과 평등의 원리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 모든 존재는 평등하나 그 존재 방식은 동일 할 수 없고 공평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다. 날개가 달린 새는 다리가 두 개일 뿐이고 날 수 없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다. 사막의 선인장과 열대의 야자수는 평등한 존재이나 서로 다른 조건에서 자기의 역할에 맞게 열매를 맺는다. 이들의 가치는 서로 비교할 수 없다. 인체의 오장육부 관계를 예로 들어 보면, 간장은 신장의 일에 간섭할 수 없고, 신장은 폐장의 일에 간섭할 수 없다. 그러나 각각의 기관이 몸 전체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기능을 활성화하고 극대화시킬 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깃들게 된다. 이는 어떤 단체나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공평 속에서 평등이 성립될 때 동북아와 한반도는 조화로운 생명력으로 가득 차게 된다. 즉 개인과 단체와 국가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과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뇌교육 창시자
국학원 설립자
한국인 최초 美 4대 일간지 베스트셀러 작가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