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말 히트친 유행어로  "잘자 내 꿈 꿔"라는 게 있다.  그 주인공들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최근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앞뒤가 어긋난다. 잘자면 꿈을 꾸지 않아야 한다.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는 게 잘자는 거다.  

인간은 하루 중 거의 3분의 1일을 잠자는 것으로 보낸다. 그런데 잠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잠을 비효율적인 시간이라 여겨 되도록 줄이려고 애를 쓰거나, 잠을 남들보다 더 자는 것을 게으르다고 나쁘게 평가한다.
미국의 벤자민 프랭클린은 “게으름뱅이가 자는 동안 땅을 갈아라, 그러면 팔고도 남을 만큼 많은 양의 옥수수를 얻을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발명가 에디슨은 “밤에 8시간에서 10시간씩 자는 사람은 완전히 잠을 잘 수도 완전히 잠에서 깰 수도 없다”며 잠을 100퍼센트 채우는 건 비효율적이라 했다. 이러한 견해에 우리도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사진=처음북스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의 저자 캣 더프( Kat Duff)는 벤자민 플랭클린이나 에디슨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잠은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이며 감성을 공유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캣 더프가 보기에 잠은 이 행성에서 살아가려면 꼭 필요하고, 또 하나의 신비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캣 더프는 우리가 매일 자야 하는 잠을 뇌신경학, 철학, 민속학, 사회학, 무속학, 문학, 심리학, 신학, 동물학, 신비주의, 민족학 관점을 종합하여 해부했다.
최근 과학연구는 서파 수면 시간 동안 우리는 낮에 새로 배웠던 내용을 반복하며 학습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미로 찾기 훈련을 하고 나서 잠을 잔 쥐는 같은 훈련을 한 후 잠을 자지 않은 쥐보다 길을 더 빨리 찾는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시험 준비 시간과 상관 없이 잠을 많이 잔 아이들의 성적이 더 좋았다. 이런 결과를 보고도 잠자는 시간을 줄일 텐가.
사람은 또 잠자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폴 매카트니는 꿈에서 들었던 음율로 ‘예스터데이’라는 명곡을 만들었다. 깨어있을 때는 시간의 축을 따라가는 우리의 인식이 잠이 들면 감정의 축을 따라간다. 잠이 막 들려고 할 때는 예전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중첩되면서 새로운 퍼즐을 만들고 그것을 풀어나간다. 구체적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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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에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잠은 매우 위험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잠을 잘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으므로) 잠을 버리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서구의, 특히 미국의 부모는 아이를 따로 재우며 울어도 바로 달래주지 않는다.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대개 아이를 즉시 안아줄 수 있는 공간에서 재운다. 아이가 울면 바로 달래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측정했더니, 아시아 방식, 즉 부모와 함께 자는 아이의 수치가 훨씬 낮았다. 독립심과 정서,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아이 재우는 방식도 달라진다. 잠의 문화다.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은 잠, 깨어 있음, 그리고 잠과 깨어 있음의 중간 지대에 관해 선명한 통찰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잠의 과학, 잠의 문화 그리고 잠의 비밀을 드러낸다.
그러나 잠,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그 순간에 관해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잠은 완전히 개인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잠을 잘 때는 우리는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잠자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히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일부 생생한 꿈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흐릿한 기억에 의존할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수많은 선물이 숨어 있음을 『행복한 잠으로의 여행』은 일깨운다.

*지은이: 캣 더프  옮긴이: 서자영,  출판사: 처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