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제공=(주)삼거리 픽쳐스]

지난해 연말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 이 영화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고 그런 가족영화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 안팎으로 수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개봉한 지 3개월이 넘은 이 시점까지 말이다.

영화는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원작소설을 국내 정서에 맞춰 연출한 작품이다. 집에서 쫓겨나 차에서 사는 소녀가 집을 찾고,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 개를 훔쳐 사례금을 받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속에서 소녀가 성장하는 영화다.

영화는 어느 순간 아빠와 함께 집이 사라져버린 주인공 지소(이레)가 동생 지석(홍은택)이랑 엄마(강혜정)와 봉고차에서 지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딱 일주일만 있자고 했지만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차에서 살더라도 결코 이모네는 가지 않겠다는 엄마를 보며 지소는 어른들이 말하는 '자존심'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깨우쳐 갈 뿐이다.

▲ 아빠가 집을 나가고 집도 사라진 지소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봉고차에서 생활한다.[사진제공=(주)삼거리 픽처스 제공]

그러나 다음 달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면서 지소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던 약속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지소는 단짝 친구인 채랑(이지원)이와 힘을 합쳐 스스로 집을 살 방법을 찾기로 결심한다.

우선 지소는 동네 부동산에 붙어있는 집들 중 아담하고 예뻐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파티를 하기 딱 좋은 단독주택 전단지를 발견한다. 가격은 '평당 500만원'. 지소는 경기도 분당 옆에 평당에 있는 500만원짜리 전셋집이라 생각하고 돈을 구할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 지소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으로 500만원을 준다는 때 지난 전단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개를 훔친다→전단지를 발견한다→개를 데려다 준다→돈을 받는다→행복하게 끝'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운다.

개를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잣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어중간한 크기로 훔칠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엄마가 일했던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인 노부인(김혜자)의 개 ‘월리’를 목표로 정한다. 그리고 개를 훔친 뒤 찾아 준 것처럼 꾸며 사례금 500만원을 챙기기 위해 실행에 옮긴다.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사진제공=(주)삼거리 픽처스 제공]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무언가 불완전하다. 집 나간 아빠를 기다리는 엄마,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부잣집 할머니, 가족을 떠나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떠돌이 아저씨. 영화는 상실과 기다림, 불완전함으로 가득찬 현실을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게 그린다. 평당에 있는 500만원 집을 사기 위해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꽃이 절로 핀다.

그러나 밝고 유쾌한 이야기 흐름과 달리 영화 곳곳에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병폐가 얼음송곳처럼 튀어나온다.

마침내 집을 구했다는 엄마를 따라 아이들은 즐겁게 새로운 집에 들어서지만, 엄마가 구했다는 집은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폐가다. 그러나 그것도 딱 하루뿐. 다음날 폐가 출입문은 굳게 닫혀 못질이 돼 있고, 벽에 '걸리면 죽는다'는 무서운 문구까지 씌여져 있다. 아이들에게 결코 슬프거나 화난 표정을 보이지 않던 엄마는 끝내 폭발하고 만다.

"이 정도도 못 봐줘! 어차피 살지도 않는 집이잖아!"

▲ 집을 구하기 위해 부잣집 노부인의 개를 훔친 주인공 지소.[사진제공=(주)삼거리 픽처스 제공]

영화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혹독한 대우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했지만 일부 대기업에서 제작한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으로 상영할 극장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완성도 높은 가족영화'라는 평론가,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SNS와 포털사이트에서 상영관 확대 청원 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기존 상영관들은 장기 상영을 하는 등 지난 2월에는 개봉 때보다 2배 가까운 극장에서 상영됐다.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거주하는 아파트별로 운동장에 줄을 세웠다는 언론기사를 접했다. 영화에서도 지소가 생일파티를 열기 위해 ‘평당 500만원 전셋집’을 구하려고 개를 훔치는 과정은 지켜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물질 중심의 사고는 초등학교 때 이미 자연스레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이처럼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냉혹한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글. 전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