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없어서 행복해요."

현재 일본의 청년들을 진단한 말이다. 처음 이 문장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행복하려면 당연히 희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희망 없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런데 이야기를 좀 더 곱씹어보니 이해가 안 될 것도 없다. 희망이 없어서 행복하다는 말은 역설적인 표현이었다. 그저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겠다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이다.

2010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 따르면 20대 63.1%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하지만 20대 남성 65.9%, 여성 75.2%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미래에 대해 불안하여 희망을 갖기도 힘들지만 현재 주어진 정도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런 청년들을 부르는 두 개의 단어 '사토리(さとり, 득도得道) 세대'와 '마쿠도(맥도널드マクド) 난민'이 있다. 이 두 단어는 현재 일본 청년들이 무언가를 욕망하고 희망하며 바라지 않는 깨달은 세대이자, 100엔짜리 커피 하나로 밤을 지새울 수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널드를 찾는 열악한 세대임을 뜻한다. 행복하지만 가난한 동전의 양면 같은 모습이다.

초고령화가 지속되면서 노인복지에만 전체 사회보장 지출의 70%가 할애된다. 경기 불황을 이유로 단기 계약직 고용만 늘어난 탓에 청년들의 연봉은 10년 사이 1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청년실업률은 9.1%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청년들은 운전을 하지도, 결혼을 하지도 않는다. 요즘 일본 자동차기업들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태어나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남성이 20.1%(2010년)에 달한다. 1970년대에는 2.6%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는 나라의 미래는 뻔하다. 소비하지 않는 시장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는 청년들의 나라는 점점 늙어가고 인구는 줄게 될 것이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남의 일이 아니다. 한 일간지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에 빗대어 우리나라 청년들을 두고 '달관(達觀) 세대'라 이름 지었다. 연봉이 낮아도 저녁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내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이 희망을 갖지 못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청년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이제 제발 그만 하자. 아프면 병원을 가야 한다. 언제까지 청년들에게 모든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고 인내하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일본 청년들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