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오후 5시. 드디어 야당의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었다. 문재인 의원이 정계진출 33개월 만에 제1 야당의 수장으로 등장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지난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지난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이후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제1야당이었다. 대선 이후 수많은 사건이 야당에게 ‘호기(好期)’라 불리며 언론지상을 오르내렸지만, 그때마다 등장하는 이름은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이었다.

"이렇게까지 (청와대,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못 해내면 제1야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대선 직후부터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을 따라다니는 국민들의 주된 반응이다. 어째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제1야당으로서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견제는커녕 제 목소리마저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지난 3년을 지내온 것일까.

한 원인을 ‘리더십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새정치민주연합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그러나 구심을 향해 모일 때 힘이 발휘되는 권력의 속성상, 그 힘이 이곳저곳으로 나뉜다면 그 권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선 이후 김한길-안철수 투톱 체제로 유지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이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계파 갈등’이었다.

다수 언론이 문재인 대표의 제1과제로 ‘계파 갈등 해소’를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당에나 계파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에는 그 계파를 넘어선 구심으로서의 리더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다음 문제는 ‘전략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금까지 줄곧 자신들의 전문 분야라 여겨오던 ‘경제민주화’라는 프레임을 새누리당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복지국가’라는 프레임도 덤으로 새누리당에 넘겼다. 이는 곧 정권 탈환 실패로 이어졌고 대선 이후에도 정국 주도권을 내내 청와대와 여당에게 내어주는 원인이 되었다.

마지막 문제는 ‘국가관의 부재’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만의 문제는 아니다. 친일파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산 없이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하고 정권을 창출해 온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문재인 대표에게 ‘국가관’을 아니 물을 수 없다. 헌재의 판결로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이 선고된 통합진보당에 대한 문제가 오는 4월 보궐 선거에서 다시 대두될 것이다. 이때 문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선택으로 국민들에게 새정치민주연합의 건강한 국가관을 보여줄 것인가.

다행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견고할 것이라고만 여겼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30% 아래로 추락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하락세다. 새롭게 시작할 때가 되었다.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되살려 정권의 감시자가 되는 한편,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궤도를 탈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 가지 원인에 대하여 어떤 해답을 갖고 나아갈 것인가. 국민의 눈이 문재인 대표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