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한 모금 깊이 들이키니 목 깊숙이 담배 연기가 들어온다. 순식간에 눈앞이 또렷해지며 마음이 평온해진다. 차가운 옥상 공기가 신선하게 느껴지고, 도시의 소음은 아득히 멀어져 가는 것 같다. 담배에 익숙해진 왼손 검지와 중지 첫째와 둘째 마디는 니코틴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그래 오늘까지만 피자.'

▲ 보건복지부 2014 금연캠페인 포스터 '당신이 담배를 태우면 담배는 뇌를 태웁니다' (사진=보건복지부)
 

2015년 새해 벽두부터 담뱃값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아침에 2천원이나 오른 담뱃값도 부담이지만 솔직히 이제 담배 피울 곳 찾기도 어렵다. 엄동설한 영하의 날씨에 흡연자들은 중무장하고 회사 옥상으로, 건물 밖 흡연석을 찾아 떠돈다.

매년 새해 계획에 다이어트, 영어 회화와 함께 빠지지 않는 항목이 금연이지만 담배를 끊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4명 중 1명 약 1천만 명이 흡연자로 추정하고 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에서 2012년 43.7%로 감소하고 있으나, 성인 여성 흡연율을 1998년 6.5%에서 2012년 7.9%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매우 다양한 향정신성 효과가 있는 약물들을 열심히 찾았다. 각성제, 진정제, 환각제, 마취제 등 전 세계적으로 그들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향정신성 약물들을 생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쾌감을 위해? 잠깐을 에너지 분출을 위해? 불안감을 줄이고 긴장을 풀기 위해?

이에 대해 정신의학자 로널드 K. 시겔(Ronald K. Siegel)은 향정신성 식물을 갉아 먹는 벌레부터 어지러울 때까지 빙글빙글 도는 게임을 하는 아이들까지, 모든 생물은 선천적으로 도취에 빠지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담배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대표적인 향정신성 식물이다. 담배의 대표적인 성분, 니코틴은 지구 상에서 가장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하나로 꼽힌다.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고 니코틴이 뇌에 침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 이때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감을 느끼는 ‘세로토닌’이 생성된다. 또 니코틴이 뇌의 쾌락 중추에 작용해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로 마치 마약을 하거나 섹스를 하는 것과 같은 쾌락을 느낀다.

애석하게도 담배는 여타 항정신성 물질에 비해 그 효과는 약하나 중독성은 매우 높다. 헤로인 중독자는 주사를 맞고 약 15초 후에 강력한 황홀감을 느끼지만 몇 시간 동안은 헤로인을 찾지 않는다. 반면 담배 흡연자는 보통 한 개비를 피우는 동안 열 모금을 빨아들이고, 하루에도 여러 개비를 피운다. 뇌에 반응하는 시간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은데 담배에 대한 중독성은 왜 더 높은 걸까?

이는 사람이 약물을 사용할 때 구체적 행위와 그에 따라오는 쾌감 사이의 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를 훈련시킬 때 맛있는 간식을 손에 들고 부르면 달려오게 만들려고 한다. 하루에 두 번 불러서 개가 달려왔을 때 큼직만한 스테이크 한 덩이를 주는 것과 하루에 20번 불러서 개가 달려왔을 때 보상으로 매번 작은 고기 조각을 주는 것 중에 개는 어떤 것에 더 빨리 학습할까? 즉, 헤로인과 같은 약물은 사용 빈도가 낮지만, 담배는 쉽고 빨리 피울 수 있기 때문에 중독성이 더 강한 것이다.

담배는 백인에 대한 인디언들의 복수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술을 주고 선물로 담배(Tobacco)를 받았다. 담배는 남·북아메리카에 자생하는 가지속 식물로 감자, 후추, 가지와는 사촌지간이다. 당시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종교행사와 의술 등 여러 용도로 담배를 사용했다. 그들은 담배를 만병통치약으로 믿었고 상처치료와 진통을 위해 썼다.

이후 100여 년 만에 담배는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담배가 급속도로 전파된 이유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7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의사들은 담배가 생명을 단축시킨다고 담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담배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인디언들이 백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의도적 선물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었다.

1600년대 중반 포르투갈 주재 프랑스대사를 지내며 장 니코는 프랑스에 담배를 유행시켰다. 니코 대사의 열렬한 담배 찬양에 그의 이름을 따서 ‘니코틴’이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처음 들어왔다. 이후 조선 후기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흡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전해진 초창기에는 서당에서 훈장과 학도가 맞담배를 피웠으며, 조정의 공신들도 조회시간에 담배를 피웠다. 이에 격분한 광해군이 임금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했고, 민간에게 전해져 어른 앞에서는 피우지 않는 것이 예절로 자리 잡았다.

제대로 된 교통편도 발달하지 않았던 15세기 담배는 100여 년 만에 아메리카 인디언의 손에서 조선의 임금에게까지 전달될 만큼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오랜 시간 인간과 공존한 담배 과연 끊을 수 있을까? 1월 22일 ‘[기획] 뇌&건강- 담배 2편’에서는 뇌를 활용한 금연 방법을 소개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