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카카오톡 애플로 들어갔다. 거기엔 내가 기록한 글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카카오톡 ‘진한리’ 밴드에 가입한 회원들은 그 글을 볼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 글을 읽었을 것이다.

나는 「삼성대왕」을 찾아내어 유 선생이 읽도록 하였다. 유 선생이 읽었다.

 삼성대왕

질병 가져가실까 삼성대왕
액운 앗아가실까 삼성대왕
질병과 액운이 있을 진대
질병 액운을 없애 주소서
앞다리 끝다리 삼성대왕
앞다리 끝다리 삼성대왕
내려와 있을진대

 “생소합니다.”
 유 선생이 다 읽고 나서 말했다.
 그는 청동팔주령이 울려서 그의 손을 떨게 하는 진동과 삼성대왕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 가사는 청동팔주령을 흔들어가면서 소리 내어 읽어야 합니다. 그러면 가사 안에서 감응신령께서 감응하실 것입니다.”
 “그래요?”
 유 선생이 기이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유 선생은 청동팔주령을 흔들어가면서 삼성대왕을 다시 반복하여 읽어나갔다. 무엇인가 감응이 오는 것 같아 보였다.
 “왔습니다.”
 유 선생이 다 읽고 나서 말하였다.
 “삼성대왕은 고려시대에 무당들이 부르던 무가의 일부입니다. 삼성대왕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삼성三聖으로 불리는 분들입니다.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에 실린 노래로 현존하는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시용향악보』는 조선왕조시대 성종∼중종 연간인 1469년~1544년에 만든 악보이다. 여기에 고려시대 무가인 「삼성대왕」이 실려있다.
 “치병을 위하여 이 무가를 부른 것 같습니다.”
 “삼성대왕이 고를 풀어 주셔야 치유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고가 무엇입니까?”
 “매듭입니다. 매듭이란 고대의 결승문자結繩文字입니다. 고대에 풀어내지 않으면 재앙이 될 것들을 의미하는 뜻으로 섰던 문자가 매듭이었습니다. 이 유습이 지금도 무당에게 남아 전해옵니다. 그래서 무당이 고를 풀고 있습니다.”
 “가사의 뜻은 쉬운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힘이 드는 군요.”
 “잘 보셨습니다. 역사와 천문을 모르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역사와 천문이라…….”
 “삼성대왕께서 오실 수 있도록 고를 풀어드려야 하는데 이 고 풀이가 역사의 고를 풀어야 하는 것이므로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질병을 낫게 해야 하는데 이 질병이 땅에서 오는 질병이 아니고 인간의 몸에 들어와 난조를 일으키는 우주 에너지를 치유하여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우주의 병이므로 이 또한 신병의 치유에 대하여 알아야 합니다.”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요즈음은 신 내림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대왕께서 활동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병이 걸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삼성대왕이 왜 감응하십니까?”
 “세상에 오셔서 인간을 길들여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믿어지지 않는군요.”
 “믿어지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삼성대왕과 대화가 가능합니까?”
 “말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말 없는 대화라…….”
 “말이 오가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교감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뵙고 싶습니다.”
 “어느 분을 뵙고 싶습니까?”
 “세 분 다요.”
 나의 능력으로 세 분을 다 불러드릴 수는 없었다. 단군왕검 한 분만이 가능하였다. 그래서 설명을 해야 하였다.
 “한인천제와 한웅천왕 두 분은 아직 오실 때가 되지 않아서 감응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군왕검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단군왕검만 불러 주세요.”
 나는 청동팔주령을 흔들었다. 감응주술도 외었다.
 청동팔주령에서 절대파장이 만들어져 우주를 향하여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절대파장이 가서 도달하는 곳이 북극오성이라 불리는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에 4개의 시조 별들이 있는데 이들 시조 별들이 감응하면 청동팔주령으로 감응파장感應波長을 보내왔다.
 “자미원의 중심에 단군신화에 나오는 시조 별들이 있습니다. 마고, 한웅, 한인, 단군왕검 별입니다. 한인은 북극오성 중에서 천제성과 동일시되는 별입니다. 천제성에서 보내는 에너지와 나의 의식이 하나로 통일이 될 때 한인천제의 파장이 발생합니다.”
 “양자물리학의 이론으로 설명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우주에서 오는 에너지와 내 의식의 통일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물아일체物我一體라 할 수 있고, 천도교식으로 표현하면 인내천人乃天이라 할 수 있고, 선교식으로 표현하면 성정명性精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교식으로 표현하면,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파장인 인간의 마음과 인간이 감각할 수 없는 파장인 우주의 마음과의 연결, 즉 우주와 나의 화해동심和解同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극오성은 바로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다. 나는 눈으로 북극오성을 보고 싶은데, 서울 중심가의 휘황한 야간 조명으로 별빛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아쉬웠다.
 “북극오성이 보입니까?”
 “보이지 않습니다.”
 “북극오성을 보려면 조명이 전혀 없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장 선생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도록 북극오성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나는 청동팔주령을 흔들면서 천제성과 각도를 맞추었다. 청동팔주령을 쥐고 있는 내 손이 천제성에서 보내는 파장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북극오성 중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청동팔주령에 감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감각이 옵니다.”
 “눈을 감고 느껴보세요.”
 유 선생이 눈을 감았다.
 그는 명상의 대가이었으므로 한인천제의 파장을 감지하고 있었다. 

▲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에 속한 28수 중에서 자미원紫微垣의 중심에 있는 북극오성도北極五星圖. 「단군신화」는 북극오성도를 풀어 쓴 것이다. 북극오성은 홍익인간사상弘益人間思想의 출처가 되는 별자리이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그가 보고 있는 것은 한인천제 쿼크가 발생시킨 홀로그램이었다. 무당들이 말하는 최고 조상신 할아버지이다. 아시아권에서 옹곤翁袞이라 불리는 분이고, 백제 사람들이 돌이라 부르는 분이다. 돌은 신이라는 뜻이다. 돌을 달리 말하면 칠성바위이고, 지석支石이다.
 장 선생이 돌 할아버지와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무당처럼 말문이 터지지 않은 사람이었으므로 조상신과의 대화 시도에 실패하였다. 인간의 주파수와 신명의 주파수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한인천제의 신명이 내게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한인천제의 홀로그램이 사라지자 유 선생의 손에서 감응이 사라졌다.
 한웅천왕 별은 북극오성에서 3번 째 별이다. 첫 째가 북극성인 천추성, 둘째가 마고성인 황후성, 셋째가 한웅천왕성인 서자성이다.
 “유 선생님은 삼성대왕 중에서 첫 분만을 보셨습니다. 다음엔 두 번째 분을 보셔야지요. 서자성에다 율려 파장을 보내세요.”
 유 선생이 청동팔주령을 흔들어 서자성에 파장을 보냈다.
 감응이 오기 시작하였다. 유 선생의 파장이 서자성의 파장과 맞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한웅천왕이 오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성대왕 중에서 두 번째 대왕이 오셨습니다.”
 유 선생은 이번에도 한웅천왕 신명의 실재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였다. 그러나 말문이 터지지 않았으므로 한웅천왕의 신명을 체험한다는 것도 단군왕검의 신명을 체험하는 것처럼 역시 불가능하였다.
 “한웅천왕을 대일왕大日王이라 하였습니다. 대일왕이란 머리 뒤에 태양 빛과 같은 광배光背가 나타나는 왕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종교가 대일왕의 광배를 벤치마킹해 왔습니다.”
 “대일왕의 광배가 보입니까?”
 “보입니다.”
 “이제 한웅천왕을 돌려보내 드리세요.”
 청동팔주령의 울림이 멈추자 한웅천왕의 홀로그램이 돌아가셨다. 신명이 돌아가신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오셔야 할 분은 단군왕검이었다. 단군왕검만 오시면 삼성대왕이 다 오게 되는 것이다. 유 선생은 청동팔주령을 흔들어 율려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쿼크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단군왕검 쿼크 홀로그램이었다.
 “단군왕검은 앞에 보신 한웅천왕과는 성격이 다른 분이십니다.”
 “성격이 다른 분이라니요?”
 “홍익인간이 무엇인가를 체험하게 해 주는 분입니다.”
 “홍익인간 체험이라…….”
 “홍익인간 체험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지식이 어떻게 체험으로 다가오는지 아셔야 합니다. 그것이 명상의 꽃입니다.”
 “우리 원로회 회원들이 공리공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홍익인간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유 선생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말하였다.
 “사모를 정하라.”
 감응신령이 명령하였다.
 “홍익인간 체험을 하려면 사모를 정하라 하십니다.”
 내가 말했다.
 사모란 샤먼이라는 말이다. 풍이족의 어머니가 사모이다. 최초의 샤먼은 발해만에서 일월맞이를 한 한인천제의 비 항영이었다. 화가는 그를 인두사신人頭蛇身의 형상으로 그렸다.
 나는 사모를 한 사람 정해야 하였다. 아마 그가 이 시대에 등불을 밝히게 될 새로운 무당이 될지 모른다.
 “의문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무당들은 어떤 영혼관을 갖고 있습니까?”
 “일영칠혼삼백一靈七魂三魄이라는 영혼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더러 있기는 한데 진짜 영혼관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영혼관은 너무나 허황된 것입니다.”
 “거리검 성생은 어떤 영혼관을 갖고 계십니까?”
 “저는 일지 선생처럼 양자물리학적인 영혼관을 갖고 있습니다.”
 “과학적인 영혼관이로군요.”
 “무당의 방울과 부채가 무당의 영혼관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점에 주목하지 않더군요.”
 “방울과 부채라…….”
 “방울은 율려를 만들고 부채는 팔풍을 만듭니다. 율려는 8개의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쿼크의 파동입니다. 팔풍은 팔여의 음이 일으키는 바람입니다. 이 안에 신명들이 있습니다.”
 “거리검 선생, 준비가 되면 「홍익인간 체험」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 부탁합니다. 준비가 되면 알려 주세요.”
장 선생이 다짐하듯 말하였다.
 “알겠습니다.”
나는 승낙하였다.
 나는 장 선생과 헤어져 집으로 가기 위하여 전동차가 오가는 지하로 내려갔다. 시간이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은 거의 다 집으로 돌아간 듯싶었다. 나는 혼자서 지하철 열차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였다.

▲ 성정명性精命은 만물의 실체를 설명하는 공식이다. 근본적으로 만물은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성性이다. 본성이 사라지고 남게 되는 것이 정精이다. 이를 쿼크라 한다. 쿼크의 생명은 영원하다. 이를 명命이라 한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