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람객에게 물어보니
청소년에게 나라의 소중함을 아는 계기!
‘할머니의 한은 민족의 한‘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을 개최했다. 작품 <지지 않는 꽃>이다.(사진=윤한주 기자)

제41회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지지 않는 꽃>의 국내 첫 앙코르 전이 18일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렸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1만 7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기획전이었다. 일본의 방해에도 전시를 본 외국인들은 놀라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들의 관심과 공감을 국내에서도 전달하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말했다.

한국만화연합, 만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기획전 개막식에는 김만수 부천시장, 원혜영 의원, 정병국 의원, 만화가 이현세, 박재동 등이 참석해 개막을 축하하는 테이프를 잘랐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을 개최했다. 왼쪽은 제41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획전에서 전 세계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응원메시지를 전한 소원줄 벽이다. 오른쪽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만화축제를 스토리로 전시했다.(사진=윤한주 기자)

전시장 맞은편에 설치된 소원줄 벽이 눈길을 끈다. 당시 전 세계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하는 응원메시지를 국내서 만날 수 있다. 알굴렘국제만화축제 한국만화기획전을 관람한 조젯 다니엘 씨(프랑스)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기획전시실에는 이현세, 김광성, 박재동, 조관제, 김금숙, 신지수 등 19명의 만화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그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나비의 노래’(김광성 그림, 정기영 글)는 한국 전통의 화선지에 수묵채색 기법으로 표현했다.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동원되어 상상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 소녀의 일대기를 그렸다.

또한 ‘꽃반지’(탁영호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형상화하여 제작된 ‘소녀상’을 모티브로 가슴 아픈 사연을 표현했다.

▲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41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앙코르전'에서 한 어린이와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윤한주 기자)

전시장을 찾은 시민 중에는 어린이의 손을 잡은 부모들이 많았다. 초등학생 아들과 작품을 관람한 어머니 한 모씨(부천시, 50대)는 “세계적인 전시회가 내가 사는 부천에서 처음으로 열린 사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전시회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을 보면 나라가 빼앗겼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당하게 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공부도 중요하지만, 내 나라가 있어야 영어공부도 하는 것이다.”

한 씨가 주목한 작품은 만화가 이현세 씨가 그린 “오리발 니뽄도(日本刀)”다. 오리발이라는 용어는 어린이들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오리발을 내밀면 기분이 좋겠냐며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향한 할머니의 심정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만화박물관은 2층에 만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 청소년들이 자주 오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을 개최했다. (사진=윤한주 기자)

그러나 행사가 전시성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 2시간 지하철을 타고 방문한 김 모씨(70대 남, 서울)는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사진 찍고 테이프 커팅하고...이래서는 안 된다”라며 “할머니의 한은 민족의 한이에요. 정말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그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보고 “금수(禽獸, 짐승)라는 말이 있는데, 금수(일본군)가 저지른 죄악이죠”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나는 애국자는 아니야, 나는 대한민국 사람으로 양심이야”라며 “만화가들이 처음으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가끔은 나라를 생각하는 만화를 그렸으면 해요. 지역에도 순회했으면 해요”라고 덧붙였다.

▲ 1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41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앙코르전'에서 한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한편 기획전의 주인공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주최 측에게 물어보니, 할머니들이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해 부천까지 오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해 참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수요집회에서 만화가들이 작품과 함께 할머니들에게 인사한 바 있다. 현재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50여명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기 전에 위안부피해자 문제와 관심을 환기하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3월 16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에서 무료로 열린다. 단 3월 3일부터 7일은 임시휴관일이다.(문의 032-310-3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