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이 씻겨지기를 바랍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나눔의 집에서 만난 천화상조 김주환 대전 지국장은 할머니 동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 위안부 피해 여성이 모여있는 나눔의 집 마당에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천화상조 진길성 서울지국장과 김주환 대전지국장은 현재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의 임종시 장례식을 무료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 5일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과 체결했다. 할머니들은 234명 중 현재 전국에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64명으로 줄었다. 이들의 임종전 관리와 임종시 관, 수의, 입관용품, 염, 습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이번 협약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종종 봉사를 하던 김 지국장의 제안을 시작으로 전개되었다. 김 지국장은 "할머니들의 아픔이 우리 민족과 역사의 아픔이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라며 "제가 일하는 천화상조는 한국 고유의 천지인 사상을 바탕으로 임종 전에 인생에서 느낀 한과 아픔을 씻어내고 죽음의 순간을 평화롭게 맞이하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그 과정을 통해 작으나마 삶의 무게를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천화상조는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며 삶의 행복과 죽음의 존엄성을 전하고 있다.

 

대부분 현재 80~90세인 위안부 할머니의 생존자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수요집회'가 1,000회를 기록하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응하고 있다. 이에 매주 수요일, 살을 에는듯이 추운 날씨에도, 태양이 작렬하는 더운 날씨에도 할머니들은 일본대사관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1,000회, 2,000회 집회를 계속하면 뭐합니까?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크게 반성하면서 하루 빨리 할머니들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더 적극적으로 알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범죄 공식인정과 진상규명,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일본 역사교과서 기록, 위령탑과 사료관 건설,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 소장은 "일본은 우리 할머니들이 국제사회에 돈벌러 간 것이라 외면하고 있어요. 지금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창녀로 기록이 남는 것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나눔의 집은 수요집회를 비롯한 인권, 평화학회에서 할머니의 국내증언과 주최하고 있다. 또한 지역구와 연계하여 '나라사랑 캠페인'을 통해 피해내용에 관한 영화와 모의법정, 일일찻집 등으로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1년에 나눔의 집에 찾아오는 학생 및 일반인의 수는 1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운동에도 반응이 없던 일본은 미국 뉴욕 홀로코스트에 일본대사관앞 기념비를 세우자 크게 반발했다. 한국 일본대사관에 기념비가 설 때도 철수할 것을 주장했다. 안 소장은 "일본은 피해 생존자가 남아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물쩍 넘어가려던 속셈이었는데 동상을 세우면 역사가 남으니 불만을 표한 것이죠. 하지만 그건 일본의 착각입니다. 남은 사람들이 끝까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하도록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권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이 문제가 진전되리라 기대를 가장 많이 했는데 성과가 없었어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일본 총리 방한 때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었죠. 하지만 아직 해결되려면 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천화상조 진길성 지국장은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해결되려면 무엇보다 우리 국민이 역사 의식, 인권 의식을 가지고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