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네요, 이것은 어디 가서 배울 수 있습니까?”

팔짱을 끼고 국학기공을 보는 최 모씨(서울 성북구 길음동, 56)는 신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난 20일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서 열린 제3회 성북구청장배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 팜플릿을 한 손에 쥐고서 말이다.

무대 왼편에 앉은 부부는 경품권을 챙기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아내 김 모 씨는 “아니, 진작에 (경품권을) 받아놓을걸”이라고 말했다. 물어보니 헬스클럽에서 만난 동네 친구를 이곳에서 만났단다. 그 사람은 국학기공대회 출전선수다. 한 지붕 건너 이웃이라더니,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성열 씨(여, 75)는 남편, 사위, 딸, 손주까지 함께했다. “엄마가 대회 나간다니 다들 지원 나왔다”고 자랑이다. 덕분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온 딸은 경품도 받았다. 포장지가 커서 기대했는데, ‘크리넥스 휴지’라며 남편과 웃는다.

▲ 성북구 국학기공연합회(회장 이필순)는 20일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서 제3회 성북구청장배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를 개최했다. 송준영 브레인트레이너의 안내에 따라 시민들이 뇌체조를 배우고 있다.

‘안’이 아니라 ‘밖’이 좋은 이유

주로 실내에서 진행되던 국학기공이 햇살 좋은 야외로 나왔다. 선수들도 신났다. 동작을 펼칠 때마다 박수를 받으니 기합소리가 우렁차다. 지나가는 주민들은 대회 팜플릿을 챙긴다. 어떤 곳인가 궁금하다.

한쪽에선 러브핸즈 봉사가 한창이다. 기공도 보고 경품도 받고 마사지까지 받으니, 1석 3조다. 어디가 아프시냐? 어깨 주물러주니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행사를 진행한 이창진 성북구 국학기공연합회 사무국장(51)은 “우리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3회부터 장소를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1회와 2회는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진행했다. 선수들과 관계자가 전부였다. 이 국장은 만족할 수 없었다.

▲ 제3회 성북구청장배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에 온 시민들이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며 ‘러브핸즈’를 하고 있다.

“밖에서 하니깐 다른 사람이 보잖습니까. 아는 사람도 볼 것이고 두려움이 있을 것 같은 데, 해보니까 의외로 좋아합니다. 혼자만 오지 않고 가족도 데려와서 그동안 활동해온 모습을 보여주니깐 왜 이렇게 집에 늦게 들어오느냐고 했던 가족도 이해하는 장이 됐으니깐요.”

몸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날 대회는 삼족오팀, 장위실버복지회팀, 성북멘탈회팀 등 10여 동호회가 출전했다. 심사위원 세 명과 관람객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연대회가 펼쳐졌다. 물 흐르듯이 기공을 펼치는 팀이 있는가 하면, 동작을 외우는 데 급급한 팀도 있다. 이들의 점수를 매기는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유병석 심사위원(서울시국학기공연합회 부회장)은 “자세가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 팀워크는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정관리도 잘하라고 조언했다. 왜 그럴까? 유 위원은 “긴장하면 얼굴이 어두워진다. 마음이 풀려야 기운도 잘 흐르고 얼굴도 환해진다”고 했다.

경연대회가 끝나고 심사결과가 남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두 손을 모은다. 이번에 입상권에 들 수 있을까? 사회자가 팀명을 부를 때마다 탄식과 웃음이 나온다.

▲ 제3회 성북구청장배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국학기공 경연, 웃음수련, 사물놀이 한마당 등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 우승은 성북구 종암동 SK아파트에서 국학기공을 수련하는 치우천황팀에게 돌아갔다. 만세를 외치는 선수들이 무대 위로 뛰어갔다. 상장을 받은 선수들의 표정이 밝다. 20여 명의 선수들이 검은 도복을 입고 단합된 자세로 기공을 펼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순현 지도강사(54)는 처음 수련하는 회원들이 많았지만, 대회 출전을 감행했다. 국학기공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들이 많이 왔어요. 우리 엄마, 아빠가 이런 것도 하는구나. 애들이 보고 좋았다고 말했어요. 기공이 단순히 몸만 좋아지는 줄 알았는데, 이런 대회에 나와보니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더라고 하더라고요. 여러 단체랑 경합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가슴도 많이 열린 것 같아요.”

경연대회가 끝났다. 그런데 또 한번의 신명난 무대가 펼쳐졌다. 풍류도에서 꾕꽈리, 장구, 북, 징을 들고 사물놀이를 연 것이다. ‘얼씨구 좋다’라며 어깨춤이 절로 난다. 우승팀도 꼴찌팀도 없다. 어깨동무하며 웃는 주민들만 있었다. 그렇게 성북구청장배 기공대회는 마을축제처럼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