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이제 한류는 동아시아를 넘어섰다. 음악을 비롯해 드라마, 소설, 영화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단순한 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속성을 담보 위해 학문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1월 창립한 세계한류학회(회장 박길성)도 그중의 하나다.

세계한류학회은 지난 18일∼19일 고려대학교에서 제1회 한류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전 세계 23개국에서 한류를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세션은 <종교철학으로 본 한류>이었다. 한류의 사상적인 근원을 한국선도의 석학 최치원이 말한 <풍류도>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서양과 다른 한국의 ‘통섭론’

박종현 명지대학교 외래교수는 ‘한류문화 현상의 종교철학적 기원과 분석’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한류 사상의 기원은 최치원이 말하였던 풍류도이다. 최치원이 「신라본기 진흥왕조 난랑비 서문」에 쓴 풍류(風流)라는 어휘가 한국인의 내면적 세계관과 예술정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라고 말했다.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備詳仙史
實內包含三敎 接化群生
우리나라에 현묘한 진리가 있는데 이름 하여 ‘풍류’라 한다. 이 교설은 선사시대 선(仙) 역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풍류도는 유교 불교 선교 삼교를 포함하고 대중을 접촉하여 교화한다.

▲ 이정배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이에 대해 이정배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풍류에는 ‘포함삼교’와 ‘접화군생’이라는 2가지 원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포함삼교란 무엇인가? 최치원이 중국에 갔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한국에는 중국과는 다른 고유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현묘지도라고 표현했다. 풍류에는 유불선이 아닌데 유불선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이 교수는 “현묘한 도는 따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소금물 속에 소금이 들어가 있는 것이지 소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유불선 속에 모두 스며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 스며들어간 도가 만나고 접하는 곳마다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접화군생)”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서양의 통섭론과 다른 한국적인 통섭론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함삼교의 ‘함’은 우리 문화의 주체성이라고 본다면, 접이라는 것은 수용국과의 만남이다. 혐한류, 반한류가 대두되는 시기에 우리의 한류가 다른 문화권 속에서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가? 접화군생의 ‘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치원이 말한 유불선의 종교적 유산이 오늘날 한류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한국 샤머니즘은 흥이 주도하는 문화였다. 유교는 정의 문화가, 불교는 한의 문화였다는 것. 여기서 한의 문화는 한이 많다는 한이 아니라 초월한다. 아우른다. 모든 것을 해원상생한다는 상대적인 극복의 개념으로 풀이했다. 이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K-팝은 어쨌든 간에 흥의 문화가 주도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K-드라마는 가족관계를 다룬다. 마지막에 가면 눈물을 쏟게 하는 정의 문화가 주도적으로 담겼다.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소설은 엄마와 딸이 미워하면서 미워할 수 없는 대극적이면서 아우르는(한) 이야기를 담았다.”

고대에도 ‘한류’가 있었다

한류의 사상적인 기원을 풍류도에서 찾는 것 외에도 ‘한 사상’의 개념으로 연구한 성과들도 있다. 박 교수는 한류가 중국과는 다른 한국의 고유성을 가진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분석했다.

“임재해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 한류 문화의 공연의 역동성의 뿌리가 굿판에서 기원한다고 본다. 한국의 굿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시베리아의 샤머니즘의 단순한 유입이 아닌 한반도 고유의 것임을 주장한다. 유목민의 굿은 샤먼이 굿을 하는 동안 신을 찾아 천당이나 지옥으로 그의 혼이 떠나가지만 한국의 굿은 굿을 하는 동안 신이 강림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는 시베리아 샤먼의 유목적 성격이 농경적 성격의 한국 굿과 구별된 이유라고 설명한다.

임재해는 현대 한류의 노래와 춤과 같은 공연 형식의 원류가 한국의 굿에 기원한다고 본다. 신 내림을 통해 굿을 하는 무당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력과 공연 능력이 배양되며 이것이 한국 전통 공연 문화를 통해 현대까지 전승됐다고 보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안동준이 주장하는 고조선 지역의 무교가 중원의 도교에 지속적이고 강한 영향을 주었다는 연구이다. 이 연구 앞서 김상일과 김정설이 주장한 고대 한국의 무교 침 선도가 중국 도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과 그 맥을 같이하며 이를 문화사적으로 입증하려 시도한 글이다.

고조선의 신화는 세 가지의 신화소로 구성된다. 환인의 천신 이야기, 환웅의 농경신 이야기 그리고 단군의 산신이야기이다. 이러한 고조선 신화소들은 중원으로 펴져나가 중국의 도교 신화의 이야기들로 변환되어 유포되었다는 것이다. 안동준은 이를 고대 한류의 증거라고 본다.”

▲ 박종현 명지대학교 외래교수(오른쪽)

흥미로운 것은 고대 한국의 전통문화는 집단문화인데, 이를  최근 동기화 이론(synchronization theory)으로 설명한 대목이다. 동기화 이론이란 일정한 리듬, 파동, 균형이 동시에 맞춰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반딧불들은 일정한 집단으로 모이면 불규칙하게 깜박이던 것이 어느 순간 동시에 규칙적으로 불을 깜박이게 되는 순간에 이르게 된다.

또한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생리주기가 서서히 같아진다든가 정보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양자 수준에서의 소립자들의 운동 동조현상 등이다.

박 교수는 “고대 한국의 제의들과 인간 이해가 보여주는 집단적 특성과 그 집단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정서적 동력은 한사상에 깊이 내재한 강한 동기화의 동력으로 볼 수 있다”라며 “한사상은 지성적으로 유동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항시 유동하는 감성 그런데 그 유동성은 한을 지향하고 전체의 하나 됨을 지향하고 순차성이 아닌 동시성에 의해 점화하고 융합하는 신비로운 정서의 유전자(meme)가 그 바탕에 잠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