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대사학은 일제 식민사학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해 학계의 논란을 일으킨 이희진 박사.

그가 전 세계에서 역사 분쟁이 가장 심각한 한국, 중국, 일본의 미묘한 쟁점을 일국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전체적인 흐름으로 파악해보자는 의도로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를 펴냈다.

이 책이 주목되는 것은 단순한 역사 개설서가 아니다. 오늘날 국제적인 분쟁이 되는 역사문제가 사실은 동아시아 ‘역사관’에서 비롯된 점을 밝혔다는 데 있다.


 

고대사 논란의 핵심으로 중국은 동북공정, 일본은 임나일본부가 있다.

동북공정은 주변 국가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발상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중화사상에 입각한 ‘조공-책봉’ 관계이다.

중국은 주周나라 이래로 천명을 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하늘의 아들(천자天子)이라 하며 하늘과 천자를 부자관계로 설정하고, ‘하늘에는 두 태양이 없고, 백성들에게는 두 왕이 없다’라는 국가관을 형성한다. 이는 중화사상으로 발전하고 주변국들과 ‘조공-책봉’의 관계를 만들었다.

저자는 “지금의 중국 역사학자들이 (조공-책봉의 관계를) ‘지배-복속’의 개념으로 확대 해석하여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있다.”라며 “심지어 오랫동안 독립세력으로 역사를 유지해왔던 티베트와 위구르 역시 ‘조공을 바쳤다’는 이유로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화사상은 일종의 사상적 원칙이었고 위계질서라는 설정이었을 뿐, 현실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조공-책봉 관계를 외교적으로 이용하여 중원에서 필요한 것을 챙기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고구려의 장수왕이 남제의 태조에게 표기대장군驃騎大將軍으로 책봉을 받자, 백제 동성왕東城王이 사신을 보내 복속을 청했다. 동성왕이 복속을 청한 것은 독립을 포기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남제에 대한 외교관계의 주도권을 일방적으로 고구려에 내주기 싫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조공과 책봉이라는 것은 외교전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익이 없으면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끊어버릴 수도 있다. 백제의 개로왕蓋鹵王은 북위에 조공을 하며 고구려를 토벌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도 들어주지 않자 조공을 끊어버렸다.

중화사상은 일종의 사상적 원칙이었고 위계질서라는 설정이었을 뿐, 현실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 또한 고대사부터 야마토 정권이 한국을 지배했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른바 『니혼쇼키日本書紀』에 나오는 ‘임나일본부’설이다. 하지만 이는 입증되지 않고 많은 가설을 동반한 허구일 뿐이다.

저자는 “동아시아 사회는 원칙과 현실의 괴리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이에 따른 역사 인식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라며 “이 역사 인식의 이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것 때문에 역사왜곡이 벌어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옆으로 읽는 동아시아 삼국지1│이희진 지음│동아시아│352쪽│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