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근 70%가 6.25 남침이 대한민국의 북침으로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도대체 학교 선생님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에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왔는지 학부형뿐만 아니라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에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실을 알고 크게 우려하였고 교육부 당당 공무원들은 물론 지방의 교육감들 그리고 각급 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들까지도 놀라 그 대책이 무엇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어떤 한 시교육감은 이 문제가 교과서에 있다고 오해하고 교사들의 잘못된 교육 때문이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교과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있다. 그러나 역사교사들이 교과서대로만 가르친다면 절대 학생들이 6.25 북침을 믿지 않을 것이다.

국사 교과서를 살펴보니 거의 모든 교과서가 북침설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교과서가 아니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누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북침설을 교육을 하고 있었을까. 당연히 국사 담당교사밖에 없다. 교실에서 교사 말고 누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것을 교과서만 탓하고 대책을 세우면 암환자에게 감기약을 먹여 환자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다. 

어떤 교육부 국장님은 국사교육을 주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겠다느니 국사과목을 수능시험에 넣겠다느니 하는 말을 하고 있다. 아무리 수업시간을 늘리고 국사를 수능시험에 넣는다 해도 교사들이 6.25는 대한민국이 먼저 북침한 것이라 가르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어느 신문에 보니 미국에서는 역사교과서에 중국과 일본 역사만 나오지 한국의 역사는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재미교포 한 분이 미국의 교사들을 모아 놓고 매주 한국사 재교육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년 여름방학에는 미국교사들 수십 명을 인솔하고 한국을 방문하고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은 더 많은 미국교사들을 일본과 중국에 모셔가서 자기나라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고 하며 거기다 비하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야말로 교과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교과서는 금과옥조가 아니다.

그러나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다. 교과서를 고치려면 반드시 미국의 교육 당국을 상대로 시정을 하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교과서를 그대로 두고 교사들만 데리고 한국을 방문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어떤 한 사람의 독지가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고치도록 한국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염려되는 것은 일본의 소위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 역사는 엉망진창으로 상처를 입어 우리 역사의 기사회생이 어려운 형판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으로 좌편향 역사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북침설을 교육하여 국위를 헐뜯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의 바른 홍보가 날이 갈수록 다급하다. 그런데 철없는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다. 미국교사들을 데리고 한국을 구경시키는 프로그램도 돈이 떨어져 금년을 끝으로 못하게 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이 있었던 끈줄마저 끊어지게 된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에게 한국을 세계경제 11위라고 자랑하여도 꼭 써야 할 곳에 푼돈을 못 쓴다면 그 11위라는 자랑을 누가 믿을 것인가. 우리나라도 중앙에 엄연히 교육인적자원부를 두고 지방에는 시도교육감이 있고 각 학교에 교장, 교감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무얼하고 있는가. 제대로 교사들을 감독하고 있는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 참교육인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에 학생들에게 점심을 급식하는 문제를 가지고 교육감이 자리를 걸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갔다. 얼마나 용감한 일인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제대로 우리 역사를 가르치는 일이다. 아마도 적지 않는 교사들이 정성껏 연구하고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강점 하에 목숨을 걸고 지킨 우리 역사를 위해 감옥에 갔다는 사람은 없다.

북한이 주장한 6.25북침설의 시작은 미국의 돌팔이 사학자 이안 부루마(현재 미국 버드대 교수로서 한국의 모 중앙지에 칼럼을 쓰고 있음) 의 책 『한국전쟁의 기원』이었다.

부르마 이외에도 많은 미국학자들이 북침설을 부정하고 있다. 새로운 자료가 속속 발굴되어 북침설이 거짓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거의 북침론자들은 모두 기왕의 자기 설이 잘못된 것을 시인하고 지금은 아무도 북침설을 주장하지 않는다.

6.25 남침은 스탈린과 모택동 그리고 김일성이 합작하여 일으킨 동란이었다는 증거가 속속 불거져 나오자 스스로 자기 설을 부정하게 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북침을 가르치지 않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북침을 가르치고 있는가. 부르마에 의하면 자기는 절대 북침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북침설의 장본인은 누구냐. 부르마가 아니라 반독재와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386세대였던 것이다. 민주화의 바람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 그들은 지난 10년간 국정 교과서를 검인정 교과서로 바꾸더니 6.25남침을 6.25전쟁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성공하였다.

생각해 보라. 6.25가 어떻게 해서 전쟁인가. 전쟁은 국가와 국가 간의 대등한 나라끼리의 싸움을 말한다. 지금 남북한은 한 민족이 잠시 두 나라로 갈라져 있을 뿐 장차 반드시 통일되어야 할 한 나라이다. 지난 날 신라가 백제 고구려를 통일하였으나 고구려 유민들이 만주 땅에 대진국(중국이 발해라 불렀으나 실명은 진국 즉 동국이었다)을 세웠으니 통일은 무산되고 남북국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의 남과 북은 잠시 별개 나라로 행세하고 있을 뿐 장차 하나가 될 운명의 나라이다.

6.25 당시 나이 겨우 30여 세밖에 안 된 김일성이 철없이 남침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였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의 진실이다. 예전에 풍신수길이 조선을 침략하여 7년 전쟁을 벌였으나 우리는 지금까지도 그의 침략을 임진왜란이라 부르고 있다.

일본교과서에는 임진왜란을 계속 <문록·경장文祿·慶長의 역役>이라 하면서 일본의 정당한 전쟁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만일 6.25를 대한민국이 북한을 북침한 전쟁이라 한다면 아니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모르는 미스터리 전쟁이었다면 6.25를 전쟁이라 해도 좋다. 그러나 남침인 이상 그것은 풍신수길의 임진왜란처럼 영구히 침략이요 동란인 것이다.

미국도 남북전쟁이라 하는데 우리도 전쟁이라 해서 상관이 없지 않는가 할지 모르나 미국과 우리는 다르다. 미국이라면 주적으로 아는 종북 세력들이 왜 이 나라 역사에다 미국의 역사를 본받아 이름을 차용借用하려 하는가. 미국은 남부가 북부와 싸워서 북이 이겼다. 그래서 이긴 북이 이름을 남북이라 붙인 것이다. 우리가 6.25에 이기거나 졌더라면 남북전쟁이라 하여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남북 어느 나라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현미경으로도 보고 망원경으로도 보아야 한다. 6.25동란은 현미경으로 보나 망원경으로 보나 북한의 남침이었지 남한의 북침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침이 백일하에 드러나 지난날 한 때 왜곡된 북침설을 갑자기 남침으로 바꾸기 어렵게 되자 종북세력들은 6.25남침사실을 부정하면서 이름을 6.25전쟁이라 부르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6.25 남침을 전쟁이라 부른 세력은 비단 친북세력만의 일이 아니다. 1988년에 동아일보가 발행한 『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2』에도 6.25를 한국전쟁이라 불렀으니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남들이 아무리 6.25를 한국전쟁이라 불러도 우리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되는 것이다.  즉각  고쳐 불러라 6.25남침이라고.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