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문자 그대로 역사전쟁 시대이다. 동북공정에 일제식민사관이 우리 역사의 대문과 뒷문을 가로막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무 대책도 없이 이런 상태로 더 나간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역사의 시작을 모르면 끝 즉 미래를 알 수 없다고 하는데 우리는 우리 역사의 시작은 물론 중간 그리고 앞날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만 미래가 아니라 먼 미래도 미래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국사교과서를 보더라도 상고사가 없고 발해사가 달아나 없었다. 발해사는 최근에야 겨우 우리나라 역사가 되었으나 18세기에 중국사에 편입되어 오늘까지 중국사로 알고 지내오고 있다. 금나라는 마의태자의 후손이 나라를 세운 우리의 식민지였다.

이렇게 잘못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으니 시정할 것이 많은데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단군을 신화로 기술하라고 결정하였다고 하니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으니 나라는 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동북아연구재단이 있는데 왜 220억이란 귀한 돈을 들여 남의 나라의 땅인 동북아의 역사를 연구하는지 알 수가 없다. 만주 땅이 우리 땅이었고 일본이 우리 식민지였기 때문에 동북아를 연구한다면 그런 역사를 연구하여야 한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데려다가 동북아의 역사를 연구시키면 우리 역사와 문화가 더욱더 왜소해질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나랏돈이 부족한 터에 남의 좋은 일만 한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언제 소한민국에서 벗어날 것인가. 

현행 국사교과서에 보면 "《삼국유사》에 단군이 건국하였다고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 말은 "단군이 건국했다고 《삼국유사》에만 적혀 있지 다른 곳에는 그런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단군의 건국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이승휴의 《제왕운기》가 있고 그 밖에도 너무 많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실려 있어 모두 합하면 수십 책에 이른다. 특히 《제왕운기》는 조선 오백 년간 모두가 읽고 단군을 예찬하던 책인데 곰과 호랑이를 굴속에 가두어 쑥과 마늘을 먹여 곰을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허황한 이야기를 들어 마치 우리 민족이 곰의 후손인 것처럼 왜곡한 삼국유사를 정설인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 이전의 환웅과 환인의 역사를 사실로 알았다. 단군을 낳으신 어머님이 웅녀이다. 웅녀는 환웅의 아내로 웅녀熊女가 아니라 웅녀雄女이시다.

최근 경기도 일산의 국조전 안에 천모전을 지어 웅녀의 화상을 모셨다. 그래서 직접 현장에 가보았다. 단군의 화상은 신라의 화백 솔거가 그려서 틀림이 없는데 웅녀의 화상은 어떻게 그렸을까 하고 가본 것이다. 그림이란 그린 이의 주관이 들어가 있다. 남원에 가면 춘향이의 화상을 볼 수 있고 진주에 가면 논개의 화상을 볼 수 있는데 서로 비슷하다. 둘 다 그린 이가 친일파 김 아무개라 하니 맥이 빠졌다. 춘향이의 그림은 모르지만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그림을 일제강점기에 친일파가 그렸다고 하니 기막힌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단군제檀君祭를 지내는 고장이 진주인데 그런 의향義鄕에다 친일파 그림이 걸려 있다니 진주인 자부심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하루속이 갈아 치워야 할 것이다.

▲ 최근 경기도 일산에 있는 수도 국조전에서 천모전 개원식이 열렸다. 천모는 제1대 단군왕검의 어머니 웅녀를 가리킨다. 국조전 측은 "천모님의 그림은 역사적 고증을 거쳐서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영적 메시지에 의해서 형상화된 작품"이라고 밝혔다.[제공=선불교] <편집자 주>

이런 저런 실수가 사연들이 있기 때문에 혹시나 웅녀님을 잘못 그리지 않았나 하고 현장에 가본 것이다. 그러나 가보고 가슴을 쓰다듬었다. 춘향이나 논개의 얼굴과 다른 보통 한국 여성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 웅녀는 미인일 필요가 없다. 요염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당당하고 의젓해야 한다. 왜냐하면 3천명의 의병을 거느리고 하늘에서 내려가신 환웅의 아내 웅녀님이시지 외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모가 중요한 것이다. 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한 것이다. 천모님에게 절을 하고 나서 다시 그 화사하면서도 꾸밈없는 얼굴을 보고 안심했다. 이 얼굴이라면 한국의 어머니로서 손색이 없다. 미와 위엄을 갖추어 한국의 어머니로서 나무랄 데가 없다고 여겼다.

우리는 그동안 어머니 없이 살아온 것이다. 웅녀님은 단군의 어머님이자 우리 모두의 어머님이시다. 사랑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있다. 이성 간의 사랑이 그 중 하나이다. 그 사랑을 한자로 애愛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중한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이 사랑을 한자로 자慈라고 한다. 한국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어머니의 사랑이 없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모든 나라 모든 민족에 어머니의 사랑이 있지만 한국 어머니의 사랑은 특별하다. 우리 어머님의 사랑은 웅녀님의 사랑에서 비롯되어 깊고 크고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모정母情이라고도 한다. 우리 민족은 위대한 모정이라는 포대기에 안겨 자라고 커서 사회와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며 죽었다. 이 과정을 봄·여름·가을로 빗대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적절한 것은 태어나서는 자라서 이룬다. 즉 생·장·성(生·長·成)이다. 한국인은 누구나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태어나 자라서는 큰일을 한다. 어머니의 사랑의 힘으로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즉 충忠을 기른다. 충이란 중심을 이룬다는 뜻이다. 나라의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효심孝心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효 없이 충이 없다. 효도는 충성심의 어머니인 것이다. 효와 충은 마음에서 울어나는 것이지 물질에서 울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사는 효와 충으로 가득 차 있다.

단군이 말씀하시기를 "너희를 낳으신 분이 하늘로부터 내려오신 부모님이시다. 그러니 누구보다도 부모님에게 효도하면 하느님을 볼 수 있고 그 정신이 온 나라에 퍼져 나가면 충효가 되느니라" 하였다.

바로 단군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구냐 하면 부모님이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단군이 자신의 어머님이신 웅녀님을 하늘에서 내려오신 어머니 즉 천모라 선언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분이 어머님이라고 말씀하시면서 효도가 곧 나라에 대한 충성심이라 말씀하신 것이다. 효심을 잃지 않으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난다고 하신 것이다. 이 말은 신라의 원화도源花道와 화랑도로 이어져서 충효를 제일가는 홍익인간 정신이요 신라를 살리는 길이라 하였던 것이다.

고운 최치원이 말하기를 우리나라 신라에는 풍류도風流道가 있었으니 풍류도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효와 충이라 하였다. 우리가 이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이 말은 나라와 사회의 근간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 물질적으로 좀 잘살게 되었다고 해서 이利에만 눈이 멀고 의리를 모르는 나라가 된다면 100년 전에 조선이 망했듯이 다시 망하고 마는 것이다. 지금 이혼이 늘고 가정이 파괴되어 고아가 늘어난다면 어머님이 사라지고 아들 딸이 사라져 사막화되는 것이다. 가족이 헤어지고 어머니가 집을 버리고 나가면 이상 더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으며 나라는 망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웅녀와 단군을 잊지 않고 있다.

천모전을 새로 짓고 국조 단군과 단군의 어머니를 모시는 광경을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했다. 천모님을 모신 전각이 전국 각지에 세워져 나라가 흥성한다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민족의 어머니를 잊지 않고 기억해 왔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는 국사교과서에서 웅녀님과 단군을 빼기로 했다는 국사편찬위원님들의 결정을 철회하기 간절히 바란다. 당신들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고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고 일제침략자가 아니라면 제발 단군과 웅녀님을 죽이지 마십시오.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