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서울에서 열린 휴머티니 컨퍼런스에서 21세기 정신문명시대를 열어갈 패러다임으로 ‘지구’를 중심가치로 둔 ‘지구인 선언문’이 채택됐다. 대회 개막일인 15일은 지구인의 날이다. 올해로 12돌을 맞는다. 코리안스피릿은 지구인의 날을 기념해 석상순 박사가 전하는 지구의 어머니, 마고(麻姑,Mago)를 소개한다. 석 박사는 전국에 마고 관련 유물과 유적을 두루 답사했다. 이어 지구평화를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 마고 사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주>

▲ 지리산 마고성모상이다. 1991년 12월 23일에 경남민속문화재 제14호로 지정했다.(제공=석상순 박사)

우리나라 마고를 찾아서

필자는 마고를 찾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부산 해운대 장산에 있는 마고당과 천제단이다. ‘마고’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서 가슴이 떨렸다.

지금도 해마다 제를 지내는데 마고당에는 9배를 올린다고 한다. 또한 태백산 천제단이 ‘마고탑’으로 불렸다는 기록을 찾아냈을 때는 정말 가슴이 뛰었다. 지리산에도 노고단, 성모사 등의 이름으로 전승되고 있다.

사당에서도 마고를 모신다. 밀양 부은사 뒷산에 있는 마고석굴, 해선암의 마고대신각, 거제 고당마을의 할미당 등이 그것이다. 용인의 할미당, 영덕의 마고할매당 등에서도 마고를 모신다.

다음으로 산성·바위·바위산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다. 거제 마고산성, 양주 노고산성, 용인 할미산성, 충주 마고산성, 양산 마고산성 등 산성 이름으로 ‘마고’가 남아 있다. 이곳은 마고할미가 돌을 날라서 쌓았다고 한다.

▲ 해운대 장산 마고당이다. 2009년 12월 7일 부산광역시민속문화재 제6호로 지정했다.(제공=석상순 박사)

바위로는 창녕의 칠성바위가 대표적이다. 굉장히 크고 잘생긴 지석묘다. 마고할미가 치마폭에 담아서 놓았다고 한다. 단양 석문의 마고할미바위, 태백 백병산 마고할미바위 등이 있다.

산 이름도 있다. 이천 마고산, 영덕 마고산, 창원 마고산(마금산), 부천 할미산(노고산) 등이 있는데, 모두가 ‘돌(바위)’와 연관성이 깊다.

마고 관련 지명도 많다. 서울 노고산동, 문경 마고성면, 전남 구례의 마고동, 거제의 고당마을, 경북 안동의 마고동 등이다.

안동 마고동은 지역에서는 ‘마모골’, ‘마무골’이라 불리었다. 이곳은 올해 안동시에서 안동국학원의 자문을 받아 ‘마고동천’ 비와 정자를 세운 곳이다.(클릭 )

우리나라 남아있는 마고 유적 중에 ‘마고할미’가 많다. 마고할미의 어원은 한어미다. ‘한어미’는 크다는 뜻을 지닌 고유어 ‘한’과 근원적인 생명을 뜻하는 ‘어머니’의 합성어다. 매우 존엄하고 신성하고 신령스러운 신을 지칭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한어미’에서 ‘할미’로 음이 변한 것이다. 한자어로는 신모神母·성모聖母·대모大母 등으로 쓴다. 그러니까 ‘마고할미’는 ‘마고신모, 마고성모’의 뜻이다. 지리산에서는 지금도 성모라고 불리고 있다.

 ‘할미’는 원래 ‘신모·성모’의 의미였으나, 오랜 전승 중에 ‘할머니(노파)’의 의미로 와전된 것이다. ‘마고할미’가 ‘마고신녀’에서 그만 ‘마고할머니(노파)’로 되어 ‘노고(老姑)’ 등의 이칭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마고할미는 왜 성을 쌓았을까?

필자는 마고할미가 성을 쌓는 점을 <부도지(符都誌)(클릭 )> 속의 마고와 비교했다.

부도지 속 마고는 마고성에서 살았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마고성은 마고가 창조한 천인(신인)들의 공간이다. 인류 시조인 천인들이 천부의 법에 따라 조화로운 삶을 살았던 곳이다.

선도수행의 목적이 자신에게 내재해있는 신성을 발현하여 신인합일을 이루는 것이라면 누구나 마고성과 같은 이상적인 공간으로 돌아가기를 염원할 것이다.

▲ 거제 마고산성이다. 사적 제509호(2010.08.24.지정)이고 문화재청 명칭은 '거제 둔덕기성'이다.(제공=석상순 박사)

부도지에 보면, ‘오미의 화’ 이후 마고성을 나오면서 황궁씨가 마고 앞에서 복본의 서약을 한다. 언젠가는 마고성으로 돌아오겠다고.

우리 민족은 마고성 출성 시 천부삼인의 법을 이어받은 황궁씨 후예다. 그래서 마고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염원이 매우 간절한 것으로 생각한다.

마고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돌로 제단을 쌓아 천제를 올리고, 성을 쌓거나 탑을 쌓거나 하는 형태로 전승된 것으로 본다.

한국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 고유사상이 약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마고도 그 존재의 본질적 의미가 약화되거나 형태가 변질되어서 주로 마고할미의 성쌓기 행위 정도로 남은 것이다.

마고성에서 우주만물과 인류 창조의 과정을 주관하는 존재가 마고다. 창조신, 창조주, 즉 하느님이다. 달리 표현하면 지구의 가장 근원적인 생명에너지, 곧 지구의 기에너지이다. 이를 인격화하여 지구의 영혼, 지구의 어머니로 표현한다.

오늘날 지구는 인간성 상실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치유해 줄 세계관이 필요하다.

부도지의 마고 사상은 하늘·땅·사람이 하나되는 삼원론 사상, 인류의 이상인 신인합일 정신, 조화와 화합의 세계관을 담고 있기에 인간성 회복 및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절실하게 삶의 휴식이 필요할 때 돌아가 쉴 수 있는 어머니 품 속 같은 곳, 그것이 바로 지구의 어머니 마고麻姑라고 말하고 싶다.

<정리=윤한주 기자>

석상순 박사

▲ 마고 전문가 석상순 박사
경남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선도수련을 하면서 국학 강의를 듣게 됐다. 본격적으로 국학을 연구하고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에 입학했다. 교과목 중에 ‘천부경과 부도지’라는 수업을 듣게 됐다. 부도지를 읽으면서 부도지에 등장하는 ‘마고’와 구비전승되는 마고설화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를 연구한 <한국의 마고麻姑 전승>으로 박사학위를 2012년도에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