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SBS 8시 뉴스에서 기자가 20~30대 젊은이들에게 ‘야스쿠니 신사’ 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질문에 대답한 젊은 여학생은 ‘신사숙녀할 때 신사인 것 같다. 젠틀맨 아닌가요?’ 라고 대답해 충격을 줬다.

서울시내 121명의 젊은이를 상대로 한 길거리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였다. 근현대사에 관한 아주 간단한 질문을 모두 맞힌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모두 틀린 사람은 84명으로 70%에 달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무지가 걱정을 넘어선 수준임을 알게 했다. 또한, 우리나라 공교육의 무책임함이 이러한 통탄할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인교육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떻게 전인교육을 해야 하는지는 해답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MBC는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를 통해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방송을 전격 방영했다.

▲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 안중근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 있는 유재석(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쳐)

방영된 내용 중에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아들에게 쓴 편지는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너라.”

이 편지는 안중근 의사가 위대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머니의 전인교육’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편지를 읽고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는 젊은이는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다’ 라고 나는 확신한다.

▲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듣고 울먹이는 아이돌 가수(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쳐)
우리 민족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 오죽하면 A매치 국가대표 축구 경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 야구선수의 1승에 그토록 열광할까? 이는 스포츠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경기를 통해 ‘우리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친구를 폭행하고, 집단으로 괴롭히고, 스승을 구타하고,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 이 시대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가슴은 왜 이렇게 얼음장처럼 싸늘해졌을까?

바로 역사교육의 부재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국격을 강조했지만, 국민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역사교육은 만나지 못했다. 수능에서도 역사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했다.

그 피해는 국민을 역사의식 부재의 한심한 존재로 떨어뜨리게 했다. 해방된 지 65년이 지난 지금도 친일사학자들이 왜곡한 역사를 강요하고 사학과 대학원생이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면 학위를 받을 생각은 포기해야 한다는 공공연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무한도전>의 도전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역사를 왜 공부하는지부터 말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긍지와 자부심을 먼저 알려줘야 한다. 그것 없이는 역사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박명수가 멤버들에게 한 말이다. 마치 교육부의 역사교육정책을 강하게 질타하는 채찍 소리처럼 들렸다.

한국사자격능력검정시험을 도입해 역사의식 함양에 노력하고 있다고 교육부는 항변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연도, 인물, 사건만을 외우게 하는 암기 과목의 국사교육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 무한도전 TV특강의 한 장면(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쳐)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를 읽고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나 개인의 역사는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를 스스로 질문하게 하는 역사교육, 즉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이해과목의 역사교육이 절실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곱 남자, 무한도전 멤버 7인의 무한도전은 역사교육이 입시나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며 쓸모없다고 여기는 한심한 권력자들의 행동에 반기를 들고, 역사 교육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고마운 예능 프로그램이다.

위정자들이 버린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기 위해 노력한 무한도전으로 인해, 국사가 다시 필수과목이 되어 역사인식이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그럼 굳이 축구나 야구에서 이기지 않아도 항상 행복한 대한민국을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윤한주 기자]

▲ 김지성 나라사랑연구소장(전북국학원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