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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만 버는 도시에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로" / 문종수 울산국학원 사무처장
(2) 110만 울산시민의 가슴 속에 국혼의 꽃을 피우리/ 지난 10년의 울산국학원

▲ 울산국학원과 대한노인회 울산지회는 공동으로 경로당에서 '어른신 활력 기체조'를 지도할 실버 국학기공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아이구 우짤까 싶네."
"잊어 묵을까 봐 한숨도 못 잤다."

아직 시간이 30여 분 남았지만 한 명 두 명 노인회관으로 들어섰다.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은 전날 배운 동작연습을 시작했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연신 긴장감이 흐른다.

울산시 남구 노인회관에서는 지난 9월 28일 오후 2시 활력기체조 강사 오디션이 진행됐다. 대한노인회 울산 남구지회와 울산국학원이 공동으로 지난 9월 한 달간 '어르신 활력 기체조' 교육을 실시했다. 우리나라 전통 선도수련법인 국학기공을 전할 이들은 총 10회에 걸쳐 이론과 실기 수업을 받고, 강사자격 시험을 거친 후 울산시 남구 지역 경로당에 파견된다.

▲ 울산 노노케어 사업 국학기공 실버강사 오디션 현장

나이를 막론하고 시험은 누구에게나 부담되고 어려운 법이다. 수험번호 29번 최정교 할머니(73)는 당장 낼모레 추석을 앞두고 차례 준비로도 바쁜데 시험 준비까지 늙을 틈이 없다고 푸념했다.

"자고 일어나면 잊어 묵을까 싶어 밤새 한숨도 못 잤네. 꼭 하고 싶은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 걱정이야."
최정교 할머니는 그동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빼곡히 적은 종이를 연신 들여다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총 32명이 실버국학기공 강사 교육을 이수하고 30명이 강사시험에 응시했지만, 단 9명만이 경로당에 우선 파견된다. 합격한 후에도 매월 직무교육을 빠지지 않고 받아야 강사자격이 유지된다. 강사로 선발되면 국학기공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데다 적은 금액이지만 강사료도 나오기에 노인들 사이에 국학기공 강사는 인기가 높다. 

▲ 자고 일어나면 그동안 배운 것들 잊어버릴까 싶어 밤새 한숨도 못 주무셨다는 최정교 할머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깨알같이 종이에 적어 막바지 시험 준비를 하셨다.
 

국학기공 강사 노인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떠올라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2010년도를 기준으로 하여 550만 명으로 전체인구 중 10.9%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통계청은 2020년에는 전체인구의 15.6%, 2030년 24.3%, 2050년에는 38.2%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인 문제는 흔히 노인의 4고(苦)라고 표현한다. 즉, 노인이 겪고 있는 4가지 고통 병고(病苦), 빈고(貧苦), 무위고(無爲苦), 고독고(孤獨苦)가 노인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4가지 어려움 중에서 노인이 경험하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로 꼽힌다.

보건복지부가 2008년 조사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의 희망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조사에서 79.8%가 소득보장 및 일자리지원을 원했다. 다음으로 건강에 대한 욕구가 높았다.

▲ "국학기공은 치매예방에도 좋아요."

이러한 경제적 지원의 한 방안으로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소득 창출 및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구성원으로의 성취감 고취 및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생활 보장한다는 취지로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중 '노노케어(老老-care)'는 건강한 노인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도와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복지형 노인 일자리사업이다. 일자리를 희망하는 노인에게는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보호 독거노인에게는 무료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만족도가 높은 노인 일자리 유형이다.

이철호 대한노인회 울산 남구 지회장은 "우리나라 전체 건강보험료의 30%를 65세 이상 노인들이 쓰고 있다고 한다. 국학기공으로 3번 가는 병원을 1번으로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울산 국학원에 먼저 이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 이철호 대한노인회 울산 남구지회장

현재 울산시 남구 지역의 21개의 경로당에는 전문 국학강사가 배치되어 활동하고 있다. 대한노인회에서 국학기공강사가 활동할 경로당을 연결하고 울산국학원에서 강사교육 및 파견을 담당해 진행한다. 이철호 회장 역시 지난 1997년 국학기공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경로당을 방문하면 대다수의 노인이 고스톱을 친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보다 더 아름답게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경로당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노인들이 기체조로 건강을 되찾고 어려운 노인을 돌보며 나누는 삶을 살도록 돕고 싶다.”

울산국학원은 국학기공 활력기체조 프로그램을 올해 10월부터 3개월간 예비단계로 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115개 경로당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이 좋아 많은 경로당에서 강사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다. 꾸준한 강사관리로 프로그램의 질을 향상해 나갈 것이다. 강사활동을 원하는 노인들의 열정도 매우 커 조만간 큰 결실을 볼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