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탑이 많다. 석가탑, 다보탑, 황릉사지오층석탑 등등. 대부분 불교와 관련된 탑이 많다. 오죽하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 탑을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기 위한 축조물'이라고 설명할까.

 그렇다면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 우리나라에는 탑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세련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는 탑의 형태를 가진 구조물들이 많이 있다. 마을 앞산이나 뒷산에는 큰 바위형태의 선돌이나 신목과 같은 나무, 장승 등이 서 있다. 오늘날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탑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지만 탑이 갖고 있는 그 의미를 보면 모두 한 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옥계폭포로 넘어오는 천화원 입구에는 최근 5개의 돌탑 자리잡았다. 천화원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이 하늘사람이 되는 천화의 법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워진 것이다.

 탑은 하늘의 영원성과 땅의 유한성을 연결시켜주는 고리의 역할을 한다. 하늘의 무한한 에너지를 받아 땅으로 연결하는 안테나 같은 것이다. 인간은 탑을 통해 하늘의 에너지를 받았고 또 탑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하늘로 올렸다. 우리 민족은 마을의 선돌과 신목, 장승, 돌탑 등을 통해 하늘을 우러르는 경천사상(敬天思想)을 보여왔다.

 하늘사람 천(イ天) 자에 화(化) 자를 쓰는 '천화원'의 뜻을 풀이하자면 '하늘 사람이 되는 천화의 법을 전하는 곳'이다. 이 '천화사상'은 한민족 고유한 사상의 핵심으로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유가 '천화'에 있다는 것을 전하고 또 깨쳐주기 위해 천화원이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천화원에는 하늘의 에너지를 받고 또 인간의 염원을 하늘로 전하는 특별한 의미의 탑들이 많이 세워져 있다.

▲ 천화원 본관 앞에 자리잡은 본성탑.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본성탑이 위에서부터 파란빛, 노란빛, 붉은빛의 조명이 켜진다.

본성탑, 탑에 새겨진 활구를 외우며 기운과 생각을 정화한다

 마곡리 쪽으로 해서 들어오는 일지명상센터 천화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본성탑(本性塔)'이 서 있다. 이는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성정을 되찾아 밝은 본래의 상태를 회복하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지난 1992년(단기 4325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본성탑의 아랫부분은 여덟 면으로 나뉘어서 '소원성취 천부경 / 본성광명 천부경 / 광명천지 대인간 / 홍익인간 이화세계 / 이상인간 한세계 / 천지기운 천지마음 / 민족통일 인류평화 / 운기단법 수승화강'이라는 활구가 새겨져 있다. 탑 앞쪽에는 '소원성취 한세계'라는 활구가 있다.

 해가 지면 탑에서는 위에서부터 파랑, 노랑, 빨강 불빛이 나온다. 이는 하늘과 땅, 사람을 뜻하는 천지인이면서 동시에 삼태극을 뜻하고 또 우리 몸의 상단전(뇌)-중단전(가슴)-하단전(아랫배)를 상징한다. 파란빛은 하늘, 노란빛은 사람, 붉은빛은 땅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 우리 몸의 상-중-하단전에 불을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본성탑은 이름에 걸맞게 탑에 새겨진 활구를 정성껏 외우면서 탑 주변을 도는 탑돌이를 하면 어느새 머릿속 생각과 몸의 기운이 정화된다고 한다.

▲ 순종탑. 사진 왼쪽부터 천탑, 지탑, 인탑.

하늘과 땅에 순종하며 인간의 도리에 순종하는 염원을 담은 순종탑

 천화원은 지난 1988년(단기 4321년) 11월 21일 본관 건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처음 천화원을 세울 당시 터의 기운을 내리고 안정감을 갖기 위해 새워진 것이 바로 천탑, 지탑, 인탑으로 불리는 순종탑이다. 천화원을 세운 일지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은 당시 천모산을 중심으로 이 세 개의 탑을 삼각구도로 서로 마주 보게 세웠다.

 천탑(天塔)은 모든 만물이 하늘의 뜻과 섭리에 순종하겠다는 마음으로 세워졌다. 오늘날 하늘의 뜻을 거스르고 개인의 이기적인 욕심과 관념에 빠져 하늘의 섭리에 거스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탑(地塔)은 천화원과 천모산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자연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알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탑은 천지인 정신으로 나와 민족과 인류를 살리겠다는 염원을 담아 지난 1991년(단기 4324년) 이 뜻에 동참하는 젊은이들이 모여 세운 것이다. 특히 지탑에서는 온몸과 마음으로 땅의 기운, 숲의 기운과 소리를 들으며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의 모든 것이 지구 어머니의 축복이 있음을 느껴본다.

 마지막 인탑(人塔)은 경쟁과 이기심 속에 사는 현대인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탑과 같은 1991년에 세워졌다. 인탑은 오랫동안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기원하며 단학과 뇌교육을 수련해 온 중장년층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