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보면 뇌의 건강을 알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눈의 맨 안쪽에 위치한 얇은 막으로 시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망막이 뇌의 건강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통계학교수 메리 하안(Mary Haan) 박사는 망막 혈관에 이상이 발생하는 '망막증(retinopathy)'이 뇌의 인지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B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안 박사는 평균연령 69세인 여성 511명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매년 인지기능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4년째에는 망막검사, 8년째에는 뇌 스캔을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 중 망막증이 나타난 39명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억력이나 추상적 추론과 같은 뇌 기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뇌 스캔에서도 혈액 공급에 이상이 오는 허혈성 병변이 나타나는 등 뇌 조직에 손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벼운 형태의 망막증도 인지기능 저하와 뇌 병변이 나타날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하안 박사는 "눈에 드러난 실핏줄이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뇌혈관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만약 환자들에게 간단한 안구검사를 실시할 수 있다면 뇌질환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망막증'은 망막 혈관에 이상이 발생해 시력의 부분 소실이나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안과질환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흔하다.

그러나 망막증은 치매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뇌 위축(brain atrophy)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망막증이 치매의 표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하안 박사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 3월14일자에 발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