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철학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마음은 무엇인가? 인간은 자유로울 수 있는가? 만물의 본질은 무엇인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치열하게 사유한 철학자들이 있었기에 인류는 더욱 깊이 있는 인문정신을 기를 수 있었다.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어떻게 보면 철학에서의 결론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결론보다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어떻게 생각을 이어가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철학은 물리학이나 수학처럼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과 세계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철학은 충분히 그 존재가치가 있다. 이 점은 특히 뇌의 특성과 아주 많이 닮았다.

뇌는 질문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뇌의 가장 신비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우리 뇌는 질문이 입력되는 순간 그 답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질문이 제 삶에 중요한 것일수록, 또 질문에 집중할수록 뇌는 답을 찾기 위한 시스템을 더 강력하게 갖춘다.

뇌가 답을 찾는 시스템으로 일단 돌입하면 무의식 층의 정보와 기능까지 모두 가동하게 된다. 그래서 뇌는 강력한 질문이 주어질 때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이 이룬 모든 창조는 뇌에 물음표가 뜨는 순간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는 한 뇌는 답을 찾기 위한 탐색을 멈추지 않았다.

질문하면 답을 찾는 뇌의 기능, 상상하면 창조하는 뇌의 기능은 어떻게 가능할까. 누구나 가진 기능이면서도 인간 스스로 놀라워하는 이 능력의 기원은 물론 우주가 운행하는 법칙에 닿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 거대한 우주의 운행법칙을 다 알지 못하므로 그것을 명확하게 알기 전까지는 뇌의 이 신비로운 기능을 신의 본성, 즉 신성의 작용으로 이해해도 좋다.

질문하면 끈질기게 답을 찾아가는 뇌가 있기에 불확실한 삶을 견딜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인생이란 우연히 난무하는 변수 투성이의 여행길 아니던가. 계획을 세워 보기는 하지만 실제로 여정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우리 의식으로는 여정을 알 길이 없다 해도 질문의 뇌회로가 살아 있는 뇌는 답에 이르는 길 찾기를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뇌의 메커니즘 때문에 우리는 별 근거 없이도 인생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지금 내 뇌에서 처리하고 있는 질문은 무엇인가? 인류의 뇌에는 어떤 질문이 주어져 있는가? 혹시 인생의 길을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질문이 결여되어 있지는 않은가? 인류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을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이 없는 뇌는 길을 찾지 않는다. 질문 대신 욕망과 이기심이 뇌를 움직인다. 질문을 멈춘 뇌는 빨리 늙는다. 육체의 노화와 뇌의 노화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육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지만 뇌의 노화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뇌세포는 날마다 자연적으로 일정 수량씩 사멸하지만, 태어날 때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수의 뇌세포를 갖고 태어난다. 따라서 뇌에 산소와 영양분만 잘 공급하면 뇌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지은이: 이승헌 / 펴낸곳: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출판부 / 초판발행일: 2012년 1월 13일

뇌의 노화를 좌우하는 것은 정신이다. 우리 몸과 뇌의 건강을 위해 운동이 매우 중요하지만 운동량이 많은 운동선수도 뇌질환을 앓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물론 유전적 요인 때문일 수도 있지만, 뇌를 건강하게 관리하는데 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뇌의 노화를 앞당기거나 늦추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삶에 대한 탐구심이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관계 맺고, 창조하려는 의식이 살아 있는 뇌는 답하는 뇌로서의 기능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같은 탐구심을 잃는다면 뇌는 더 이상 답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고, 이는 곧 노화를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간은 꿈을 품는 동물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창조본능에서 나온다. 창조는 인간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준다.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신이 노력해서 이룬 성과에 인간은 기쁨을 느낀다. 그 정신적 만족감은 거창한 일을 해서 얻은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창조의 에너지를 쓰고 난 다음에 얻는 기쁨은 비슷하다.

창조를 통해 얻는 정신적 만족감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해 주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창조는 삶의 부가적 기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기능인 것이다. 창조적인 에너지가 넘칠 때 삶이 활기로 가득 차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몰입하여 문제를 잘 해결한다. 반면 창조적인 에너지를 잃으면 활기가 떨어지고, 문제 자체에 집착하게 된다. 심하면 파괴적인 에너지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는 우울증이나 자살 같은 자기 파괴적인 심리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 등으로 나타난다.

행복하려는 욕구는 개인사와 인류사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등이 행복한 인간사를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것들이 실제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과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먼저 창조적인 에너지를 잘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억압이 많은 문화풍토에서는 행복지수가 높을 수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 중에서 뇌를 가장 크고 복잡한 구조로 발달시킨 인간은 번식 이상의 창조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창조 욕구를 채우려면 뇌를 아주 잘 활용해야 한다.

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가치, 뇌의 가치, 생명의 가치, 지구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결국 뇌를 잘 활용하는 핵심은 철학에 있다. 가치를 아는 올바른 정신이 있을 때 뇌가 그것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실행하면서 창조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뇌를 잘 활용하면 그만큼 창조를 잘 하게 된다. 창조를 잘 하면 뇌는 행복하다. 행복한 뇌는 가치를 실현하는 창조적인 에너지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하나의 창조는 또 다른 창조로 이어지며 우리 삶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창조의 본성을 키워온 인간의 뇌 속에 생명의 법칙, 우주의 법칙이 내재율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뇌의 속성을 잘 알고 뇌를 잘 활용하면 우리의 인생을, 인류의 미래를 진정으로 가치 있게 창조할 수 있다.

뇌 속에 모든 답이 있다. 뇌는 스스로 답하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고 끊임없이 창조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뇌의 이 탁월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가치 있고 명확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뇌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이 같은 원리를 파악하고 원리에 따른 뇌활용법을 찾아 종합한 것이 바로 뇌철학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개인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부터 인류와 지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답은 인간의 뇌에 있다. 뇌철학은 인간의 뇌에 담긴 무궁한 지혜를 쓸 수 있는 열쇠를 인류에게 선물할 것이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