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 지구 위에서 1만 6천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어가고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류에게 양심의 빛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지구상에 우리와 같이 굶어 죽는 아이들이 다시는 없게 해 주세요.' 어린 영혼들이 죽어가며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호소와 경고를 듣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류의 뇌가 이 메시지를 듣고 양심의 빛을 되살릴 수 있을까?

21세기 인류가 바라는 소망은 건강과 행복과 평화이다. 인간의 뇌는 국적과 종교를 구분하지 않는다. 모든 뇌가 건강하고 행복한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모든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이 나와야 한다. 동양과 서양을 넘어서 인류의 건강과 행복, 평화를 위한 융합의 철학이 나와야 한다. 이것이 바로 뇌철학이 이 시대에 나온 이유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를 이끈 가장 강력한 동인은 '더 잘 사는 것'에 대한 욕구이다. 그 욕구에 따라 무리를 짓고 전쟁을 하고 나뉘고 합치고 배척하고 협력하면서 인류는 끊임없이 문명을 일으켰다. 단지 생존하기 위한 속성에 머물지 않고 더 잘 살기 위해 변화하려는 욕구의 발신지는 인간의 두개골 안에 있는 뇌다. 뇌야말로 인류사의 진원지인 것이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한 이래 우리 뇌는 먹을거리를 더 많이 얻고, 더 먼 곳까지 가고, 더 빨리 가고 싶은 한계를 넘어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뇌는 농사짓는 법과 광물 다루는 기술을 개발하고, 자동차와 비행기와 우주선을 발명해냈다. 또 사회제도를 만들고,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를 속속들이 탐사하는가 하면, 태양계를 넘어 우주의 기원에도 접근해 가고 있다.

상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뇌는 현실의 한계에 끊임없이 부딪혔지만 매번 그것을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뇌는 현재 맞닥뜨린 한계를 넘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이처럼 끝없는 창조의 역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뇌가 그렇게 끊임없이 상상하고 창조하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탁월한 창조력으로 인류사를 왕성하게 써 온 뇌는 이제 마침내 자기 자신에게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이처럼 뇌는 그렇게 문득 자신을 마주한 것일까. 뇌가 뇌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뇌과학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 최후 영역으로 일컬어지며 학계 안팎의 관심을 크게 모으고 있는 뇌과학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창을 열어 보인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인간사의 주역인 뇌를 알아야 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 뇌가 이룩한 현대 물질문명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 시작점 역시 뇌로 잡을 수밖에 없다. 뇌를 이해함으로써 전환의 방향과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야에서 뇌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인간의 존재가치를 다루는 철학이야말로 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분야라고 본다. 뇌철학은 이러한 판단에 따라 뇌과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인간 뇌의 가치와 활용을 도모하는 실천적인 철학이다. 뇌철학에 이르기까지 나는 지난 30년 동안 인간이 궁극의 가치를 깨우치고 실현하는 방안을 찾는데 몰두했다. 그리고 그간의 연구를 통해 얻은 답을 뇌철학에 모두 담았다. 여기서부터 앞으로 더욱 많은 연구가 이어져 뇌철학의 체제와 내용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라도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궁극적인 물음에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뇌철학에는 전문가가 따로 없다. 뇌를 통해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이치를 깨닫고, 그 깨달음대로 살고자 노력한다면 그것으로 뇌철학을 충분히 터득한 것이다. 뇌철학은 공부해야 하는 학문이 아니라, 몸을 통해 깨닫는 체험적 실천철학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그동안 신비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뇌가 조금씩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번성한 물질문명의 폐해가 그 심각성을 나날이 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사태는 우리 생명의 뿌리인 지구가 깊이 병들고 있다고 점이다. 지구는 인류에게  아주 많은 것을 주었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듯이 지구는 인류의 어버이로서 모든 뒷받침을 다 해 주었다.

그런데 인류는 철없는 자식처럼 지구에 한없이 손을 벌렸고, 모든 것을 내 준 지구는 나날이 병이 깊어지고 있다. 심각하게 훼손된 지구는 수많은 자손들에게 더 이상 안정된 생존 기반이 되어주기 어렵다는 신호를 시시각각 보내온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 위중한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두려워서 부인하고 싶은 심정이거나, 현실을 인정하고 변화하기에는 자신이 쥐고 있는 이권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 지구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낸 사람들일수록 지구가 보내는 신호에 귀를 막는다.

지구 환경뿐 아니라 세계는 지금 힘의 논리가 불러온 불균형, 불평등, 불공정의 문제를 힘겹게 떠안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고 많은 이들이 경고하고 나섰지만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식 정보만으로는 각성에 이를 수 없음을 확인케 할 따름이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인류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시키는 방안이 아주 절실하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우리 뇌에 그 열쇠가 있다. 정보처리 기관인 뇌는 본질적으로 감각 정보에 즉각 반응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지식 정보가 아닌 감각 정보를 통해 상황을 인지할 때 그에 따른 자발적 실행이 일어날 수 있다.

세계에 산적한 문제를 풀어낼 주인공은 한 사람의 수퍼 히어로가 아니라, 훌륭한 삶에 대한 꿈을 놓지 않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깨달은 인류이다. 뇌철학이 깨달은 사람을 배출하는 철학, 나와 세상을 살리는 실천철학으로서 역할하기를 고대한다. 그것이 뇌철학을 만든 가장 큰 이유이다.

뇌철학은 개념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뇌를 잘 활용하는 방법적인 측면으로 나아간다. 이 같은 뇌철학의 특성 때문에 뇌철학은 일종의 어플리케이션에 비유되기도 한다. 뇌라는 지상 최고의 스마트한 장치에 철학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적용하는 것이다.

뇌철학 앱이 작동하면 지식 정보로만 저장돼 있던 여러 철학들이 함께 살아 움직일 수 있다. 고전 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이 뇌철학이 실천철학 안에서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되살림은 뇌철학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다. 뇌철학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실현하는 홍익의 정신을 갖게 될 것이다. 뇌철학과 뇌교육을 통해 뇌감각을 되살리고, 건강을 되살리고, 양심을 되살림으로써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극복하고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의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2012년 전 세계 58개 국가의 정상이 국민의 손에 의해서 새롭게 선출되는 해다. 인류는 자신의 건강과 행복과 평화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뇌철학을 가진 국민, 뇌철학을 가진 지도자, 뇌철학을 가진 새로운 인류가 모든 생명을 살리는 홍익의 시대를 지구 위에 펼치기를 바란다.

 

 

이 승 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국제뇌교육협회 회장
국학원 설립자 www.ilch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