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만 작가의 '나의 어머니의 마음'. (충북 청주시 남한강)
37년이라는 긴 세월을 아름다움의 본질을 찾아 온 세상을 누빈 사진작가 김중만 씨(57)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로리 유로에서 개인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Times of Silence-Rocks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의 산, 물, 나무, 풀 등을 매개체로 하여 '돌'에서 찾은 자연의 순수함을 보여준다.

▲ 김중만 작가(57) (사진=김중만 작가 페이스북)

아프리카 야생 정원과 패션 등 주로 상업 사진을 중심으로 작업했던 김중만 작가는 2006년 돌연 상업 사진 작가 은퇴를 선언하고 예술사진 작가로 우리들 앞에 섰다.

그래서 그는 이번 사진전을 '작가 김중만으로서 여는 첫 개인전'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3년이라는 시간을 그는  강원도 영월 요선암, 한탄강, 홍류동 계곡, 남한강, 북한산 등 한국 산하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했다.
오랜 시간동안 '세계인'으로서의 자신을 정의해 왔던 김중만 작가는 이제 자신을 잉태한 땅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있다.


한국에서 비롯된 자신의 모든 것을 찾아 최근 수년 동안 자신의 감각과 감성, 사고와 세계관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분명히 밝혀줄 뿌리를 찾아 한국 탐험을 지속한 결과 30점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태양광의 파장이 날카로운 반사를 만들어내지 않고 지형지물이 압도적인 중량감을 지니지 않아도, 그의 사진에 담긴 한국의 자연은 충분히 김중만 식으로 아름답다. 바위틈에 물이 고이고, 고인 물에 하늘이 비추고, 비추인 하늘엔 나뭇잎이 돋아난다.

▲ '푹풍 후의 구름 강' (경남 합천군 해인사 홍류동 계곡)


그의 앵글에 잡힌 자연에는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감각이 돋보인다. 딱딱하고 차가운 바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여인의 살결이 되어 시각, 촉각, 후각을 자극한다. 거센 물살을 맞으면서 버티고 있는 바위는 구름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북이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듯하다. 거대한 암석의 작은 웅덩이에 고인 물은 따뜻하고, 생명감이 넘치는 초록의 입술이 되어 우리에게 생명력을 선사한다. .

 
한국 자연 속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자신을 잉태한 한국의 모성을 김중만 식의 시선으로 담고 표현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화려한 고뇌와 방황을 뒤로 하고, 성숙함이 묻어나는 육순이 다가오는 나이에 만난 한국의 자연은 ‘어머니의 사랑, 모성’ 그 자체이다.

놀랍게도 작가는 37년 중 25년은 단 한대의 카메라로 50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는 한 매체에서 "나는 카메라를 잘 모르는 사진작가다. 심지어 작동법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오로지 순수한 눈으로 피사체를 바라보는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김 작가는 중학교 3학년 때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이주해 1년 뒤 프랑스로 홀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사진작가로 전향하여 1977년 프랑스 '아를 국제 사진 페스티벌'에서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만 23세에 프랑스 '오늘의 사진작가 80'인에 최연소 작가로 선정됐다.

1979년 한국으로 귀국하여 사진작가 최초로 아프리카 사진집을 출판하여 인기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영화 《괴물》, 《타짜》, 《달콤한 인생》 등의 영화포스터와 전도연, 비, 원빈, 정우성, 배용준, 이병헌, 고소영, 강수연, 김정은, 손예진 등 1000여 명에 이르는 스타와 함께 패션, 광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진을 찍었다. 2006년 사진으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며 상업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기아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면서 세계 오지와 극지를 오가며 예술 사진에 전념하고 있다. 김중만의 사진은 대한민국 사진작가 최초로 소더비 경매에 등재되어 최소 2만달러 이상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김중만 작가의 사진전은 17일까지 열린다.(문의 02-3444-6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