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오랜만에 왔죠?"
 "그러게 하루만 건너도 보고픈데 왜 이렇게 안 왔어?"

 카랑카랑한 목소리, 늘씬한 몸매, 앳된 얼굴의 이진경 국학기공 강사가 경로당을 들어서자, 어르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신다. 지난 6일이 공휴일인 현충일이라 하루 빠졌다고 몇십 년 만에 만난 모녀상봉 마냥 분위기가 들떠있다.

▲ 경기도 하남시 꽃뫼마을 경로당 국학기공 교실은 어르신 연령에 맞춰 쉽고 신나게 진행된다.

 2011년 노인건강지도 강사이자 국학기공 강사인 이진경 씨는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꽃뫼마을 경로당에서 매주 월, 금요일 어르신들 대상으로 국학기공을 지도한다. 올해 총 60회를 진행하는데 오늘이 서른 번째 날이다. 

 운동 전 이진경 강사는 "어젯밤 잘 주무셨어요? 혈압 있으신 분? 설사 하신 분?" 꼼꼼하게 어르신 건강체크를 한다. 할머니들은 유쾌하게 대답한다.

 "약도 안 주면서 맨날 물어봐!"

허약체질 미술강사에서 국학기공 전문지도 강사가 되기까지

  

▲ 이진경 국학기공 강사(34)
중학교부터 시작하여 대학교까지 미술을 공부하고, 졸업 후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이진경 강사는 타고난 허약체질이었다. 누적된 피로에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과도하게 목을 써 성대결절 판정을 받았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소유자인 이 강사의 현재 모습에서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당시에는 목에서 쇳소리만 나왔다고 한다. 성대 양쪽 목에 혹이 생겨 수술을 해야만 했던 그녀는 남편의 권유로 단태권도와 국학기공 수련을 시작했다. 
 

 

척추측만증으로 늘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그녀는 관절과 근육을 단련하는 단태권도와 단전을 강화하는 국학기공 수련을 병행하면서 빠르게 건강을 회복했다. 머리 속에 가득 차 있던 화기가 내려가며 성대에 있던 두 개의 혹이 사라졌다. 항상 거무스르했던 입술은 빨갛게 윤기가 돌았다. 

 수련 시작한 지 2년 후 평생 함께했던 미술을 접고, 본격적으로 단태권도 지도 사범과 국학기공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단태권도 도장을 남편과 운영하며 동시에 4~5군데 국학기공 외부 수련장도 지도한다.  오전 11시 꽃뫼마을 경로당에 오기 전 이미 보건소 직원들 대상으로 국학기공을 지도하고 왔다는 그녀는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이 강사는 자신의 건강도 회복하고 삶의 보람까지 찾았다며 행복하게 웃는다. 

 그런 그녀의 노력을 하늘도 아는 것인지 단태권도와 국학기공으로 실버세대분들을 수련지도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4월 하남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또한, 건강증진사업 발전에 기여하여 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오늘도 지붕을 뚫는 그녀의 목소리

 꽃뫼마을 경로당 할머니들 연세가 대부분 70~80대라 이진경 강사는 연령대에 맞춰 지도 한다. 오늘은 단전치기를 하며 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목 어깨 팔 허리 등을 골고루 풀어준 뒤 자리에 앉아 치매 예방 국학기공 수련을 한다.

 “무릎 두 번 탁탁~박수 두 번 탁탁~가슴 두 번 탁탁~”

동작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이진경 강사 특유의 맑고 고운 목소리로 ‘동백 아가씨’를 부르기 시작한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이 강사의 선창에 할머니들도 너도나도 따라 부르기 시작 경로당은 곧이어 동백 아가씨 합창으로 이어졌다. 할머니들의 얼굴에도 덩달아 웃음꽃이 활짝 폈다.

▲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신나게 부르시는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제가 건강해졌으니 국학기공 지도하는 데 확신이 있어요."

 국학기공 수련에 대한 할머니들의 반응은 어떨까?

 "변비가 없어졌어."

"잠을 잘 못 잤는데 잘 자."

 어느덧 이진경 강사를 딸처럼 어여삐 여기며 국학기공 수련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처음 두 무릎이 바닥에 닿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어르신들이 이제 다리를 쭉 뻗고 이마가 무릎에 닿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허약체질이었던 이진경 강사는 국학기공을 통해 인생의 참의미를 깨우쳤다. 자신이 얻은 행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그녀에게서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