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 같은 장대비 속에서 제4회 서울특별시장기 생활체육 국학기공 경연대회가 지난 4월 30일 중구 구민회관에서 열렸다. 25개 팀과 25명의 개인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벌인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두구두구두구두구’

 “2등, 태극기공 상경초등학교 5학년 5반 팀!” “꺄!!!”

▲ 서울 상경초등학교 5학년 5반 아이들이 지난 4월 30일 열린 '서울특별시장기 국학기공 대회'에서 태극기공으로 2등의 영광을 안았다.

 아이들, 무대 위에서 보여준 진지함은 어디로 가고 그야말로 생난리다. 수상한 기쁨에 소리 지르는 것은 기본, 서로 트로피 한 번 들어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이들을 지도해 온 선생님이 누군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래서 만나봤다. 좌충우돌, 왁자지껄 아이들과 함께 국학기공에 참여한 선생님. 서울 상경초등학교 김진희 교사(40)를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5월 1일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제일 먼저 질문하고 싶은 게 있다. 나는 아이들이 좋다. 하지만 두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면 힘들더라. 그런데 교사는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원래 교사가 꿈이었나.

 (웃음) 그렇다.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어릴 때 아이들하고 놀면 꼭 학교놀이를 하고 내가 선생님 역할을 해야 했다. 가르치는 게 좋았다.

* 올해로 교직 생활 몇 년째인가.

 1995년 첫 발령을 받았으니, 올해로 18년 째다. 교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참 많은 인생 공부를 하게 된다.

* 인생공부라…범상치 않은 단어가 나왔다.

 삶에 대한 의문이 강했다. 내가 왜 사는지를 평생 숙제처럼 질문하며 살아왔다.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만, 삶의 이유나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니까 하루하루가 무의미했다.

 그러다가 1996년 선도수련을 시작했다. 내가 평생을 가져온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았다. 내 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참 마음, 본성(本性)은 밝고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 상경초 5학년 5반 아이들과 함께 국학기공 대회에 참여한 김진희 교사

* 교사로서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나.

 물론이다. 예전에는 나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힘든 아이들을 만나면 내가 너무 힘들었다. ‘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과 답답함, 절망이 뒤섞인 복잡미묘한 마음.

 그랬던 내가 달라졌다. 나에 대한 확신, 자신감이 생기니까 아이들이 아무리 힘든 말과 행동을 보여도, ‘저 아이에게도 무한한 가능성과 밝은 본성이 있다’고 믿는다. 한 명의 교사가 무수한 아이를 어둡게 할 수도 있고, 밝게 할 수도 있다.

* 그런데 ‘아이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밝은 본성이 있다’는 막연한 믿음만으로는 실제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그렇다. 처음에는 믿음만 갖고 많이 힘들었다. ‘나는 정말 100% 확신하는데, 왜 아이들이 밝아지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간절함만 있다고 해서 아이들이 변하지는 않더라. 가장 먼저 믿음, 간절함이 필요한데, 그다음에 교사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교사가 성장해야 한다.

* 교사의 성장, 어떤 의미인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하는 방법,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를 말하는 건가.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교사 스스로 힘이 있어야 한다. 아이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대들거나 반항할 때, 많은 선생님이 같이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처리해버린다. 그런데 그때 선생님이 아이가 감정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게, 정신 차리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나는 꾸준히 명상을 한다. 교사 스스로 에너지가 충전되어야 아이들의 감정도 컨트롤해줄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기술적인 방법이다. 예전에는 한 반에 말썽을 부리는 아이가 한두 명이었다면, 요즘은 한 반에 5~6명, 많게는 반의 남자아이들 전원이 정서가 불안하고 잠재적 폭력성을 갖고 있다.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난데, 이걸 해소할 수가 없으니 여자아이들은 배나 머리가 자주 아프고, 남자 아이들은 주먹이 나가게 된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몸 단련을 한다. 기체조를 하고 기공을 한다

* 소위 말하는 ‘문제아’들을 보면 어떤가.

 아이가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계기 없이 그대로 어른이 되면 인생이 너무나 불행해진다. 문제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수많은 사람에게도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문제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환경을 극복해냄으로써 그 아이가 단련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한다. ‘네가 지금 이 상황을 잘 극복해 낸다면, 너는 그 누구도 갖지 못하는 특별한 힘을 갖게 된다’고. 다 이유가 있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믿을 수 있게, 잘 극복할 수 있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 교사가 아이를 책임지는 것은 1년이다. 그 안에 아이들이 정말 잘 극복해내서 밝고 긍정적으로 변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이다. 희망이라는 같은 씨앗을 뿌려도 그 씨앗이 1년 안에 꽃이 안 필 수도 있는 거니까. 언제 그 꽃이 피어날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언젠가는 꼭 핀다는 것이다.

 2000년에 만났던 한 아이는 정말 강적이었다. 매일매일 전쟁을 치르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나중에는 급기야 수업시간에 나에게 대고 욕까지 했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받아줬는데 잘못을 했기에 꾸지람을 했더니, 나 역시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그 아이와의 1년이 끝나버렸다.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잘 성장한 모습을 못 봤으니까. 그런데 재작년에 갑자기 그 아이가 찾아왔다. ‘그때 선생님이 나를 유일하게 끝까지 진심으로 사랑해줘서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 순간 알았다. 내가 뿌린 씨앗이 꽃을 피웠다는 것을.

 그 일이 있고 나서는 아무리 힘든 아이라고 할지라도, 나와 함께 하는 1년 동안 아이가 변화하지 않아도 믿어주자. 아이를 믿자.

▲ 반 전원이 모두 참여한 이번 기공대회. 아이들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 지난 4월 30일 서울시장기 국학기공대회에 참여했다. 반 아이들과 함께 국학기공 대회를 준비했던 것은 몸을 단련하기 위한 하나로 참가한 것인가.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것도 한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100% 아이를 믿듯이, 아이들도 자신을, 그리고 친구들을 100% 믿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3월부터 5월까지는 주로 몸 단련을 한다. 우선 몸이 건강해야 아이들이 밝고 긍정적인 사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이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 목표가 바로 서울시장기 국학기공대회이다.

* 교과목이 대폭 늘어나면서 초등학생들도 엄청 바쁘다. 연습할 시간이 있었나.

 우선 3월 초에는 아침 체조 시간 10분을 활용해서 단전치기, 장운동 등 기체조 위주로 하면서 매일 한 동작씩 연습했다.

 무엇보다 대회라는 목표가 생기니까 반 아이들 모두가 ‘심사위원들은 가짜로 하면 다 안다’며 정말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집중했다. 세 줄로 서서 기공 연습을 했는데, 아이들 모두 앞줄에 서고 싶어서 경쟁이 엄청 치열했다. (웃음)

* 지난해에 김진희 선생님과 참가한 6학년 아이들은 전국 국학기공 대회까지 참가해 금상을 받았다고 들었다. 국학기공 대회에 참가해보니 어떤가.

 예전에 한 번, 그리고 지난해부터 이어서 두 번 대회에 참가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함께 준비해서 무대에 올라 다른 사람들에게 공연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거기다가 수상까지 하면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고.

 체력도 기르고 협동심도 기르고 준비한 것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국학기공은 여러모로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년부터는 국학기공대회에 다른 학교에서도 여러 팀이 나올 것 같다.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까. (웃음)

 눈시울을 붉혔다가 목젖이 보일 만큼 호탕하게 웃었다가.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김진희 교사, 사랑이 흘러넘친다. 국학기공 대회에 참가하여 아이들에게서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12월 ‘뇌교육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아이들 안에 ‘홍익’의 씨앗을 심는 교사들의 모임인 ‘홍익교원연합’이 주축이 되어 아이들을 위한 국학기공, 푸쉬업 등 다양한 경연을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교사 답한다.

 “아이들에게 정말 ‘스승’이 되겠다. 아이가 어떤 행동, 어떤 말을 하더라도 끝까지 믿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의 꽃은 반드시 피어나니까.”